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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Dec 01. 2024

나와의 데이트

나와의 데이트.

어제 포항 공연 다녀와서 흥성스러운 홍대 불토 새벽녘.

네온사인들의 유혹에 한잔할까 하다가 담담한 마음으로 들어와서 깔끔하게 씻고 자길

잘했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이다. (사실은 간한테 너무 미안해서 ㅋㅋ)


평온한 아침이다. 누군가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냐고 자주 물어본다. 당연히 외롭다. 가끔씩 일 마치고 저녁 계단을 오를 때 사랑이 듬뿍 담긴 맛있는 음식 냄새가 문 사이로 피어 올 때 ‘좀 부러운데.’하는 생각이 든다. 배달 음식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집밥의 그 온기를 따라잡기엔 살짝 부족하다. 물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해 먹을 수 있다.

암튼 살짝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혼자만의 시간이 짜릿하게 달콤할 때도 있다. 바로 오늘 아침 같은 평온한 시간. 겨울이지만 포근하고 붐비지 않는 오전의 홍대 거리를 유유히 즐기며, 나를 위한 맛있는 식사를 할 때. 혼자만의 녹아들어 갈 듯한 행복을 느낀다.

집에 들어갈 때 커피 원두와 꽃도 사갈 것이다.


누굴 만날 것도 아닌데, 세수도 빡빡하고 면도도 하고 비교적 인간 모드로 나왔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내 몸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느낌. 신기하게 그런 느낌이 들면 남들도 좋게 봐주는 느낌이다. 뭐 아니더라도 내가 그렇게 느껴진다.


뭔가 다운되어 있다면 세수 시원하게 한바탕하시고, 살짝 비싸고 맛있는 음식 드셔보세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사랑이 담긴 맛난 음식을 온전히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면 고단한 영혼과 몸을 치유하는 힘이 있어요. 값비싼 영양제 보다 건강해지는 느낌.


생각해 보면 대여섯 살 이후로 한 번도 솔직한 표현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인간실격 주인공의 어린 시절처럼, 약간 광대처럼 살았다거나 할까. 그러니까 이 글은 처음으로 솔직한 글이겠네요. 살다 보면 가면을 쓰고 살게 되잖아요. ‘페르소나’라고 하나? 암튼 두려워서이든,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든지 사랑받고 싶어서든지. 다 생존 본능 아니겠습니까?

전 다양하고 멋진 가면을 쓰는 것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물고기나 동물들도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으로 바뀌잖아요. 가면 하나 없다면 매력 없는 거 아닌가요? ㅋㅋ 아니 순수한 매력이 있겠죠.

(그런데 왜 갑자기 존댓말? ㅋㅋ)

가면을 쓴 그런 모습들도 괜찮은 것 같아요. 비교적 좋은 가면을 골라야겠죠. 멋지게 장식할 줄도 알고. 웃는 가면을 오랫동안 쓰고 있으면 가면을 벗었을 때도 그 표정을 닮아져 있지 않을까요?


갑자기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 날씨가 풀려서 따뜻한데, 이 온기를 느끼며 행복해해도 괜찮다고 말이에요.


한참 밑바닥에 있다가 다시 기억 오르려고 할 때, 가끔 좋은 노래가 나오는 것 같아요. ‘5분 세탁’이라는 곡도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술 쓰레기처럼 살다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나 싶어서 만든 곡이죠.

그냥 제가 괜찮다고 했어요. ㅋㅋ

내가 괜찮다면, 그럼 다 괜찮은 거예요. 누가 뭐 어쩌겠어요.

지나고 보니 모든 게 다 코미디.

별것도 아닌 것 같고 힘들어했네. 아마도 술 마실 안줏거리로 힘든 척했을 겁니다. 단풍이 더 짙어지라고.

돌이켜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


요 며칠 머릿속에 재미난 멜로디가 멤 돌더라고요.

노래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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