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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Feb 25. 2024

임신, 그거 하나도 못하는 쓸데없는 몸.

자꾸만 눈물만 터져 나왔다

지금 어디세요?

아.. 근처에 있습니다



나는 바로 결정을 할 수 없었다

잠시만 시간을 갖고 생각한다는 것이 2시간을 훌쩍 넘어버렸다

벤치에 앉아 나오려는 울음을 참았다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그래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꺼내기 힘든 경험이다

기억은 뜨문뜨문 떠오른다

퍼즐을 맞추듯

딸꾹질이 나와 떠뜸 떠뜸 말하듯

한 문장 적고 숨 쉬고 한 문장 적고 숨을 쉬며 글을 쓰고 있다



그날도 호흡을 했다

두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고

느껴지는 게 달랐다

엄청 혼란스럽다

아이와 연결이 어려웠다



“심장이 뛰지 않아요.”

“수술하는 방법이 있고, 자연적으로 나오게 기다려 보는 방법이 있어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몇 번을 확인했다

지금 결정하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선생님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갖고 답을 하고 싶어요.”

병원을 나와 무작정 걸었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병원이 아닌 자연과 연결할 수 있는 공간에 있고 싶었다


‘내가 뭘 잘 못한 거지? 힘들다고 너무 말해서 그런 건가?

내가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해서 그런 건가?

뭘 잘 못 먹었나? 그때 차 타고 멀리 이동해서 그런가?

내가 운동을 별로 안 해서 그런 건가?

영양제 잘 안 챙겨 먹어서 그런 건가?



과거로 돌아가 수없이 많은 질문을 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꾸만 눈물만 터져 나왔다



병원으로 돌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만나지 않고 수납을 했다

도저히 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 다른 병원을 가보자. 며칠 지나면 다시 뛸지도 몰라.’

‘봐봐 이렇게 울렁거림이 느껴지잖아.’



며칠 뒤 다른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똑같은 말을 했다


“심장이 뛰지 않아요. 여기 아기집도 길게 늘어져 있어요.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며칠을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내 눈앞에 보이는 초음파 사진을 담담히 바라볼 수 없었다

그 무엇보다 나는 나의 몸을 믿지 못했다

몸은 나와 분리된,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임신, 그거 하나도 못하는 쓸데없는 몸.


임신한다고 애쓰는 내게 엄마는 말하곤 했다

“나는 임신이 너무 돼서 힘들었는데 너는 왜 그럴까”

그때 나는 너도 임신이 곧 될 거라는 말로 해석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그 말은 오히려 나는 못난이, 남들 척척하는 임신하나 못하는 인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몸을 탓했고, 나를 믿지 않았다.


임신해서 힘들다고 말했던 나를 너무나도 미워했다

유산한 상황이 다 내가 만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남편은 말했다

“건강하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보다는 지금 보내주는 게 훨씬 좋은 거야”

시댁 식구들, 친정식구들, 나를 아는 사람들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도 이 말에 기대어 이 상황을 지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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