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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Mar 11. 2024

아. 이게 마지막 연락이구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 언니 오랜만~ 전화하기가 어려웠어. 나 둘째 임신했어."


"축하해! 정말 잘 됐다."



몇 달 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지인이 전화를 했다

나에게 전화하기 어려웠다는 그녀는 신이 남을 섞어 자랑을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투로 말을 꺼냈다.

첫아이를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그녀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시험관 시술로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화로 전하는 그녀의 안부가 불편했다

그녀가 전한 소식 때문이 아니다. 이제 그녀는 내게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불편한 마음이 솟구친 것이다.


임신 계획이 있다는 이들끼리 만나 서로를 응원하기를 수차례 했다

한 사람이 임신하면 임신 소식을 전하는 순간부터 연락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나는 해 냈어. 너는 못했지.

내가 관계를 끊은 건지, 상대가 관계를 끊은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되었든 관계는 끊어진다.


그녀의 연락을 받자마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마지막 연락이구나.'



그녀는 첫아이를 정말 어렵게 만났다

시험관 시술을 몇 차례 진행하면서 부작용으로 여러 번 많이 힘들어했다

그녀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했을 때 첫아이를 만났다. 임신을 하고도 먹지를 못해 엄청 고생을 했다

나는 그녀의 첫아이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첫아이를 양육하는 과정도 함께 지나왔다

첫아이의 돌잔치도 달려갔다

아이의 이름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밝게 웃는 사람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음식을 해서 먹기도 했다. 그때 나는 사람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다. 왕래를 허용한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와의 마지막 연락이 참으로 아쉽고 속상했다.



왜 자신이 바라던 임신을 했는데 연락을 끊었던 걸까?

왜 자신이 바라던 임신을 했는데 나에게 미안한 걸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임신을 하고 그녀는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연락을 했을까?

지금의 나라면 했겠지만, 그때의 나라면 나 또한 연락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전해지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그때 그녀와 나는 간절함과 애씀이 대단했다. 서로를 위로와 응원을 하기도 했지만 시도하고 실패하는 생활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쩔 수 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상황에 들어와 있지만 한 번이라도 성공한다면 바로 발을 빼고 싶었고, 다시는 이 상황에 들어오고 싶지 않아 했다. 비슷한 상황 안에 있을 땐 서로를 의지할 수 있지만 그 상황에 오래오래 머물고는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이해한다. 애쓰고 고통스러운 생활이 좋은 것도 아니고 상황이 변했으니 태도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그녀와 나의 마지막 통화는 밝고 유쾌했다

오랜만에 통화했지만, 어제 통화한 사람들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내일도 통화할 사람들처럼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그녀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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