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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Apr 27. 2024

빨간 원피스

빨간 원피스를 입을 거야!

쫘악 온몸에 붙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당당하게 걸어 다닐 거야.


나는 임신을 했습니다.

네. 제가 임신을 했어요.


그를 바라보며 울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


연락을 끊었다가 임신했다며 연락한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왜 아이가 없냐고 그러면 못쓴다고 혀를 차며 말했던 그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말하던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한 노력은 별거 아니라고 말하던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는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

빨간 원피스는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임신한 모습을 자랑할 수는 없다.


오늘 인스타그램에서 원피스를 입고 임신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봤다.  차마 좋아요를 누룰 수 없었다.

빨간 원피스는 아니었지만,,, 내가 해 보고 싶었던 포즈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당당하게 포즈를 취한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고는 엉엉 울었다.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2023년 초 남편과 두 손을 잡고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었다


'이제 우리 둘이 잘 살아보자!'


참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너무도 듣고 싶은 말이었다.

'나에게 너는 참으로 소중해.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 나는 너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 너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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