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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Jan 29. 2024

감정은 잡고 있는 게 아니에요

배란일 체크, 초음파검사는 한 달에 5번 그리고 호르몬 주사

“아~~~~~~~~~~~~~~~~~~~~~~~~~~~~~~~~~~~~~~~~~~~~~~~~~~~~~~~~~~

네가 뭔데 이제 그만 좀 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괴성을 질렀다

그날은 속에서 나오는 말을 참지 않았다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온몸은 돌덩이보다도 단단하게 웅크렸다

나는 바들바들 떨면서 울부짖었다

“내가 힘들다잖아 그만하고 싶다잖아.”

“왜 내 말은 듣지 않는 거야?”

이 끝도 없는 싸움을 그만하고 싶었다.

그는 나의 태도와 말투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아니 아이가 생길 때까지 무엇이든 다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쳤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와 나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없었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준비할 때는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주사를 맞는다

이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가 나의 뱃살을 잡고 주사를 푹 찌른다

겁난다고 살살 찌르다가는 멍이 들 수 있다

오히려 한 번에 속도감 있게 찔러야 덜 아프고 멍도 들지 않는다

어떤 주사는 약이 들어가는 내내 뻐근하고 아프다

주사를 맞고 나서는 절대 문지르지 말아야 하는 주사도 있다

어떤 주사는 맞고 나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무지 간지럽기도 하다

주사마다 나타나는 증상은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감정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참을 수 없을 정도에 화가 솟구친다

내가 나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기분이 샤랄라~ 즐거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강제로 호르몬을 투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좋을 리는 없었겠다 싶다

그날은 최고조로 감정이 폭발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제어하고 싶지 않았다

나오는 소리를 누르지 않았다. 나오는 아무 말이나 쏟아냈다

“병원에 가야 한다"라고 “아이를 꼭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을 하고 싶었다

이거라도 해야 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봤자, 싸움을 해 봤자

여전히 임신하고 싶어 별의별 걸 다 해봤지만 임신 못한 여자였다

한 달에 최소 3-4번은 초음파를 봐야 했고,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했다

시술은 망했고 시술 후 통증은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억지로 소화가 잘되지 않는 각종 보조제와 비타민 D를 먹어야 했고,  

시술을 받을 때면 약 값과 병원비는 매달 100만 원이 넘게 지불해야 했다

병원 진료는 예약했지만 1시간 이상 대기하는 게 기본이었고

초음파를 보면서 나의 상태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바라봐야 했다

나의 고민과 힘듦을 나눌 사람은 난임 센터 상담 선생님이 전부였다

호르몬주사를 맞아 감정이 폭발한 게 아니다

내가 꾹꾹 누르고 잡고 있던  감정을 호르몬을 핑계로 더 이상 잡지 않은 거였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해’

‘이야기 꺼내봤자 결국 내가 울어야 끊나는 거잖아’

‘내 감정 표현하면 싸움밖에 더하나’ 생각했다

그 생각을 호르몬이 풀어버렸다

무엇이든 자신의 모습이 아닌 상태를 벗어나려고 한다

무엇이든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도 그렇다.

흐르다 멈췄다면 언제고 흐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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