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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업은 정말 무모한 일일까

몰랐으니까 했는데, 알았어도 했을거야

by butterflyer

현재 내가,

호기롭게 사업자를 내고 사무실을 구했거나

인건비도 없어서 혼자 매일 항상 끙끙 앓고 있거나

매일 두려움과 자기의심에 허덕인다면.


일단 잘한 거라 생각하세요.


어차피 내가 무얼 하든 해 본 사람도 안된다고 할거고,

하지 않은 사람은 더더욱 하지 말라 할겁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 자기 확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럴지도요.


저는 인간 군상의 사회 집단은 어차피 결국 비즈니스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세금이 필요하고, 국민은 급여가 필요하니까요.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구성원으로써 어떻게 살아갈지를 말이죠.


어느 조직에 서류 넣고 면접에서 메소드 연기의 연극 배우가 되어 회사란 극단에 합류하던,

(형태와 상관 없이) 사업자를 내서 본인 결정으로 급여를 창출하던,

개인은 결국 소비자이자 공급자, 이 멀티플레이를 소화해야 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동물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변화 없는 오늘과 내일은 '트루먼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당연히 변화 없는 오늘과 내일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전 15평 남짓의 레스토랑을 당시 친구와 공동으로 오픈했다가 수천만원의 월세와 친구 모두 잃었습니다. 폐업을 확정하고 장사 마지막 날 우두커니 앉아 세상 처음 느끼는 슬픔과 회한의 눈물/콧물을 뱉어냈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무기력함, 세상에 대한 원망, 앞으로의 막막함, 스스로의 자괴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슬픔의 깊이였습니다. 훗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더 깊었지만요.


한동안 전전긍긍했습니다. 워낙 외골수 성격에 혼자 몰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극I인지라 조직 생활은 모든 것이 적응의 연속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전 남들보다 뭔가 항상 템포가 느린 느낌이었어요. 군대도 늦게 가서 나이 많은 막내였던 적도 있고, 회사 생활도 동기들이 한참 어렸었거든요. 그래도 정신연령이 낮은 터라 터울은 없었습니다.


항상 부족했지만, 호기심은 많았고 성장 동력은 있었습니다.

이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결핍이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전 동의하면서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현재 시점에선 창업자 본인을 철저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본인과 상관 없는 고객을 생각하기 이전에 자기 스스로가 누구고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매스미디어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가치 사슬이 변화했습니다.

정보는 오히려 너무 과잉되어 누가 독점하느냐보다 누가 어떻게 잘 편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 동조하기 이전에 자신만의 잣대가 확실히 있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나와 가치를 공유할 사람, 즉 고객들은 분명히 어딘가 잘 숨어 있습니다.

창업자는 이미 어디나 포화된 시장 속 먼지 틈새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끄집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본인으로부터 시작해서 고객으로 끝나야 된다는 말인데요. 저도 아직 못 찾았어요. 근데 찾을 겁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정했으면 길을 만들어야 됩니다. 어차피 만들어진 길엔 누구나 이미 잘 다니고 있어요.


어떻게든 없는 리소스를 만들어서

이리저리 비벼보고 자존심도 버무리고 여기저기 치여도 보고 어찌저찌 견뎌내는 것.


오늘도 깎이고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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