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은 지키자구요. :D
기자들의 업무 환경은 일반적인 직장인들과는 조금 다르다.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다르게 우리는 출입처에 위치한 기자실로 출근한다.
나 같은 경우는 국회의사당 안의 '국회소통관(소통관)'이라는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소통관 2층에 기자실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소통관에는 대략 8~10개 정도의 기자실이 있고, 4~10여 개의 매체가 1개의 기자실을 공유한다.
즉, 1개의 매체가 1개의 기자실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매체가 하나의 기자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기자실도 대략 7~8개 정동의 매체가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매체 별로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6명이나 그 이상도 한 기자실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자실엔 십 수 명의 기자가 함께 쓰는 공간이 된다.
문제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빌런'이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기자실은 출입처에서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취재 공간'이지만, 기본적으로 '공공장소'다.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거다.
기자는 자주 통화를 하고 기사를 쓰기 때문에 일정량의 소음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최소한의 에티켓으로 통화는 기자실 밖에서 한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최대한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핑도 노트북을 쾅쾅 두드리며(과장이 좀 있다) 하는 게 아니라 소음을 죽여서 하는 편이다.
하지만 소위 빌런으로 불리는 분들은 그런 게 없다. "어! 나야! 오늘 오찬 자리가 어디지?!" "너 발제가 왜 그러냐?" "애는 등교 잘 시켰어?" 등등. 업무 통화는 물론 개인적인 통화까지 기자실에서 쩌렁쩌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기자실 내에서 쩌렁쩌렁 통화하는 건 빌런 축에도 못 든다. 다른 출입처에서의 이야기다. 그곳은 빌런의 집합소였다. 타매체 선배 A는 점심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코를 대차게 골며 잤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다른 매체 선배 B는 기계식 키보드를 가져와서 '저러다 키보드 부서지겠다' 싶을 정도로 타이핑하며 기사를 썼다.
또 타매체 후배 C는 혼잣말이 많았다. "이거 왜 이러지?" "문단이 이게 맞나?" "아, 마감 언제 하냐." "점심은 걸러야겠다." 등등. 어느 기자실인지 말은 않겠지만 정말 빌런 집합소였다.
한 번은 참다못해 빌런인 A 선배와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 술자리였다. "선배, 근데 기자실에서 코 고시는 건 좀 그래요." 답변이 가관이었다. 그 선배는 "야, 기자실이 시끄러운 게 뭐 어떠냐. 취재원이랑 점심에 술 마시는 것도 우리 업무잖아. 나는 일 하고 와서 그런 거야."
'아, 이 사람은 나랑 가치관이 너무 다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오전엔 기자실로 출근하고, 오후에는 근처 카페로 이동해 기사를 썼다.
다들 바쁘고, 일을 하다 보면 좀 시끄러울 수도 있다. 그래도 에티켓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겠나. 본인들 집 안방도 아닌데. 기본적인 배려는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