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5월 결혼을 했다. 연애 기간은 2년 반 정도이고, 사내 커플이었다. 결혼 준비는 대략 결혼식 1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사실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그보다 훨신 전부터 했다. 내 눈에 너무나도 예쁘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다른 점도 있지만 같은 삶의 지향점,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그녀와 하루빨리 미래를 약속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내 마음 한쪽 구석에선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바로 장애인 형의 존재로부터 오는 불안감이었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이 아닌 가족과 가족간의 만남이라고들 하지 않나. 내 가족인 장애인 형을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과연 받아드릴 수 있을까? 그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저런 얘기로 함께 새벽을 지새우던 그 날, 나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말했다. '사실 우리형이 좀 아파. 자폐인이거든'. 이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뭐? 가족 얘기는 하는데 형 얘기는 안 하길래 대충 예상은 했지. 언제 한번 같이 보자! 뭐 좋아하셔?' 그 한 마디에 내 모든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고, 나는 큰 위안을 받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과거 친구들에게 형의 존재를 처음 말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친구들은 전과 다름 없이 나를 대했다. 그녀에게 말한 후 그녀의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형 때문에 나의 부모님이 상견례를 꺼려하는 것까지도 흔퀘히 이해해주셨다. 다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이 형의 존재를 안 좋게 바라볼 수 있다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걱정한 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걱정을 반복할까. 친구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에도, 그녀에게 말하는 걸 주저했고. 또 그녀의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고. 아직도 형의 존재를 지인이나 회사 동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아마 형을 가장 안 좋게 바라봤던 사람은 내가 아니었을까. 걱정해야할 건 형의 존재가 아닌 나의 마음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다. 형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냥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하게 자폐인임을 말하고, 일도 하며 자기가 알아서 먹고 살고있는 형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형과 같이 보내는 시간도 좀 늘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