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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Sep 27. 2022

4회차) 장애인의 탈시설(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행사후기 <2002 장애와 독서동아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지원센터에서는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를 꿈꾸며 <장애와 독서동아리>를 주제로 책으로 장애인 인권을 함께 생각하는 4번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를 위한 고민의 첫 시작은 작년 11월 24일에 열린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 :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와 독서복지>였습니다. 장애, 다문화, 시니어, 북한 이탈 주민 등 다양한 바탕을 가진 이들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만났고, 더 많은 이들의 함께 읽기를 응원하기 위한 바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콘퍼런스에서 시작한 고민의 키워드들을 2022년에도 이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 자료집 다운로드

http://readinggroup.or.kr/board/dataroom_view.php?m=read&b=B_1_4&bn=759&nPage=2&mPage=1&con_f=ALL&con_s=&totalpage=6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 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N8l0GD7Xq-w&list=PLOXrFX5mXgz2GC4tpbhF9KWYDgNN2wSU8




<2022 장애와 독서동아리>


총 4회의 강연과 독서 모임으로 진행되는 ‘책으로 장애인 인권 함께하기’는 장애학, 여성과 장애, 발달장애, 탈시설이라는 4가지 주제에 관하여 매회 관련한 책을 함께 읽고, 해당 주제의 장애 당사자 또는 함께 활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여자들의 질문과 의견, 토론은 이 자리의 담론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각자의 이해와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인 지난 9월 1일(목) 오후 3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강의실에서 4회차의 행사의 진행을 맡은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님의 여는 말로 『집으로 가는, 길』(홍은전 외 지음/오월의봄)을 주제도서로 하여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님과 함께 두 시간 남짓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 행사는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되었고, 시간 및 지역 등의 제약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실시간 중계를 온라인 ZOOM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장애인의 탈시설 : 김정하(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주제도서: 『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 (홍은전, 홍세미, 이호연, 이정하, 박희정, 강곤(지은이), 정택용(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인권기록센터 사이 (기획)/ 오월의봄)


4회차의 모임을 이끌어 주신 박김영희 대표는 이날 마지막 모임을 다음과 같은 말로 열었습니다. “운동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이 외로움입니다. 우리만 하는 운동인 것 같은, 우리만의 활동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통하여 이렇게 장애인 문제에 함께 공감해 주시는 동지들을 만나 외롭지 않도록 해 주셔서 무척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강연자인 김정하 활동가는 박김영희 대표의 든든한 평생 함께 가는 동지입니다. 장애인이 지역에서 내 가족으로, 이웃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외침이 외로운 외침으로 그치지 않도록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함께 한 분입니다.


아마도 47만 조회수가 넘는 닷페이스의 영상으로 김정하 활동가를 먼저 만나본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닷페이스 영상: <한 때는 120명 넘는 장애인들이 살았던 곳>

https://www.youtube.com/watch?v=rn9zb-13ZrQ



김정하 활동가는 이번 강연의 주제 도서인 『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에서 펼쳐지는 석암베데스다요양원(현 향유의집)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함께한 분입니다. 김 활동가가 함께하는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발바닥행동)’은 2005년 시작하여 지나친 전문가주의나 추상적인 활동이 아닌, 현장에 발 딛고 행동하는 이들의 단체이고자 하여 지은 이름입니다. 활동 초기만 해도 ‘탈시설’은 말도 꺼내기 힘든 주제였다고 합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1960~70년대에 이미 탈시설이 당연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었는데, 한국 사회는 시설이 국가가 제공하는 최상의 보호 체계인 것처럼 이야기되던 시기였습니다. 활동 초기부터 탈시설을 위해 뛰었고, 어느덧 18년이 되었습니다.



 탈시설 운동에 뛰어든 계기


이렇게 주변에서 이해도 응원도 받기 힘든 탈시설 운동에 김정하 활동가가 전념하게 된 것은 하나의 계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발바닥행동 설립 이전에도 그는 인권 상담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상담의 종류 중 가장 암담하고 해결이 되지 않는 종류가 시설 내 문제였습니다.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의 인권은 안팎으로 도움받을 수 없이 24시간 문제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학대가 있는 시설에서 다른 시설로 옮겨도 결국 비슷한 생활을 다시 하게 되는 걸 보며 시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2001년, 스물다섯, 여섯 즈음의 나이에 강원도 ‘믿음의집’이라는 미신고 시설에 방송국팀과 취재를 하러 갔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경증장애인 대부분은 강제 노동을 하던 현장이었습니다. 이때 직접 마주한 시설의 처참함과 학대당한 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안의 이들을 당장 끌고 나오지 못하는 현실과의 충돌이 그에게 오랫동안 부채감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탈시설 운동의 동력을 이 ‘부채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시설은 감옥이다


‘시설은 감옥이다.’ 운동의 구호로 많이 쓰이는 이 문장은 장애당사자로부터 나온 표현입니다. 이 표현에 대해 장애인시설 근무자들 또는 장애인의 가족들은 매우 불편해하는 것이 사살입니다. 사회복지시설의 근무자는 높지 않은 급여에도 사회복지 영역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나름의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고, 장애인의 가족들 또한 나의 부모, 형제를 잘 돌봐줄 곳에 그들을 맡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사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24시간의 일정 중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것이 없습니다. 식사 메뉴 하나도 결정 권한이 없습니다. 마음대로 외출을 할 자유도 없고 하나하나 허락을 받아야 하니 이것은 감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의 요양보호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이 그들에게 안전과 보호와 사랑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고 하면 많은 가정들은 막막해질 것입니다. 이제는 인간의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늙거나 병들거나 하여 연약한 상황에 처해지는 이들에 대한 돌봄을 국가가 시설이 아닌 원래 살았던 환경을 최대한 유지하되, 그 안에 각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넣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각자의 자리의 이야기


책을 내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뒤편에 있는 당사자 이야기까지 독자가 가닿을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10여 년의 과정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보니 설명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앞부분은 이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지만 호소 당사자들의 마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꼭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김정하 활동가는 강조하였습니다.


한국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장애인은 3만 명, 일하는 직원은 약 1만 8천 명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설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분들을 인터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외부적인 문제로 인한 부담 때문일 것입니다. 향유의집은 문을 닫는 시설이기에 직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귀한 증언입니다.

 

 

관계, 그리고 변화하는 감정


현재 장애인 거주 시설에 3만 명, 정신요양시설에 1만 명, 노숙인과 아동복지 시설에도 장애인이 3~40% 거주하고 있습니다. 합쳐보면 1만 명이 넘습니다.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도 6~7만 명입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장기입원이 많은 나라여서 이러한 수용 인구를 따져보면 노인 인구를 빼고 10만 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들은 대부분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역 사회로 나와 함께 하려면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책의 제목 『집으로 가는, 길』 의 사이에 찍힌 쉼표에는 많은 생각과 쉽지 않을 여정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 만나고 관계 맺어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시설 안에 생활하는 이들은 오로지 유료 관계에 있는 이들과의 관계만이 허락됩니다. 밖으로 나와서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시설의 직원,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등. 모두 비용의 지급으로 얽힌 유료 관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특수학교를 다니고 장애인시설에 살았던 한 20대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 친구를 갖는 게 소원이었다고 합니다. 그저 학교 끝나고 떡볶이 사서 나눠 먹고, 별거 아닌 수다를 떠는 친구를 원한 것인데 이게 그에게는 요원한 소원입니다. 애초에 세상이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세상으로 뚝 나뉜 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3년 사이에 탈시설을 한 분들이 어느덧 100여 명에 달합니다. 지역사회로 스며든 이들과 관계를 맺게 된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보는 시야가 조금씩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무뚝뚝하기만 한 줄 알았던 장애인들도 조금씩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더 표현하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 변화를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김정하 활동가는 이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과 주변의 분들이 이러한 이야기들이 확장될 수 있도록 확성기 역할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을 남겼습니다.



참석자와의 이야기 시간


이 외의 다양한 탈시설, 장애인의 권리와 욕구, 인권에 대해서 김정하 활동가는 이야기 나누어 주었습니다. 상세한 내용들은 『집으로 가는, 길』을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가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젠틀 트랜지션(gentle transition) 이라는 개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고와 문제에 맞닥뜨려야 비로소 급하게 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아닌, 충분한 준비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 자원을 만들고 수요자들을 매칭하고 사회구성원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젠틀 트랜지션이 더욱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현재의 시설생활자에게는 시설에서의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한 하루임을, 인생의 빛나는 시기를 시설에서만 보내게 되지 않도록 당사자들의 하루도 너무나 소중한 하루임을 우리가 인식하고 그들의 빠른 탈시설을 지원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또한 ‘시설병’이라고 불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오랜 기간 시설(또는 병원 등)에 지내며 사회와 격리되면 차차 무기력해지고 자발성이 없어지며 사회적 기술을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후 사회 복귀 시 2차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시설생활 당사자만이 아닌 그들을 돕는 위치인 시설 직원들도 장애 당사자만큼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문제의 근원을 고민해보았습니다. 장애인인권과발바닥행동 및 여타 장애인 자립 생활 운동을 하는 곳의 조직문화는 장애인을 내가 서비스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사회 복지기관들은 그들을 서비스의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이들을 지원하고, 교육하고, 재활하고, 훈련 시켜야 한다고. 그래서 원래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복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러한 관점을 갖게 하는 구조와 환경의 문제입니다. 장애인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그들의 존엄과 자립성을 인정하는 동료로 보느냐는 관점의 전환 또한 탈시설 운동이 변화시킬 수 있는 측면의 운동이라고 봅니다.


 



<2022 장애와 독서동아리 - 책으로 장애인 인권 함께하기>는 6월부터 9월까지 매주 첫 번째 목요일에 2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장애학, 장애와 여성, 발달장애, 탈시설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짧은 책 모임에 함께 하여 주신 모든 분에게 이 시간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낯설기만 했던 장애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4강의 주제도서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연사를 섭외하고 직접 사회까지 맡아서 애써주신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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