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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Aug 26. 2022

3회차) 발달장애 부모 이야기(김수정 서울지부장)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지원센터에서는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를 꿈꾸며 <장애와 독서동아리>를 주제로 책으로 장애인 인권을 함께 생각하는 4번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를 위한 고민의 첫 시작은 작년 11월 24일에 열린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 : 모두를 위한 독서동아리와 독서복지>였습니다. 장애, 다문화, 시니어, 북한 이탈 주민 등 다양한 바탕을 가진 이들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만났고, 더 많은 이들의 함께 읽기를 응원하기 위한 바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콘퍼런스에서 시작한 고민의 키워드들을 2022년에도 이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자료집 다운로드

http://readinggroup.or.kr/board/dataroom_view.php?m=read&b=B_1_4&bn=759&nPage=2&mPage=1&con_f=ALL&con_s=&totalpage=6


<2021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N8l0GD7Xq-w&list=PLOXrFX5mXgz2GC4tpbhF9KWYDgNN2wSU8



<2022 장애와 독서동아리>

총 4회의 강연과 독서 모임으로 진행되는 ‘책으로 장애인 인권 함께하기’는 장애학, 여성과 장애, 발달장애, 탈시설이라는 4가지 주제에 관하여 매회 관련한 책을 함께 읽고, 해당 주제의 장애 당사자 또는 함께 활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참여자들의 질문과 의견, 토론은 이 자리의 담론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각자의 이해와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지난 8월 4일(목) 오후 3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강의실에서

3회차의 행사의 진행을 맡은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님의 여는 말로 『그래, 엄마야』(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오월의봄)를 주제도서로 하여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님과 함께 두 시간 남짓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 행사는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되었고, 시간 및 지역 등의 제약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실시간 중계를 온라인 ZOOM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발달장애 부모 이야기 김수(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

주제도서그래마야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오월의봄)


강의의 시작은 마침 화제의 한 가운데에서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야기로 열었습니다. 박김영희 사회자는 『그래, 엄마야』를 읽고 장애 당사자인 본인의 이야기뿐 만이 아닌 자신을 낳고 키워준 부모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의 우영우와 관계하는 여러 사람에 관한 생각 또한 이어졌다고 합니다. 김수정 지부장은 투쟁의 현장에서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마음이 뜻하는 동지이지만, 개인적인 삶이나 고민에 대해서는 막상 나눌 기회가 없었기에 참여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듣는 자리라고 합니다.


이날 김수정 지부장은 꽤 짧게 친 머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바로 지난 4월 19일 청와대 앞에서 556명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삭발에 함께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2차 시위가 있었고 올해 2번째 삭발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부가 있고, 서울에만 월 1만 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이 5천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발달장애인을 위한 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의 필요성과 관계 맺은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발달장애는 신체적 장애와는 다른 인지적 기능의 장애이기 때문에 개별적, 개인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입니다.


긴 설명에 앞서 자료 영상 한 편을 함께 보았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 49재 기간의 기록: https://youtu.be/s3YpYEc4LaU>


김수정 강연자의 아이는 95년생인 스물여덟 살의 발달장애인입니다. 돌이 돼서 책을 읽고 18개월에 영어를 읽는 아이를 주변에서는 천재라고 했지만, 엄마인 그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불안이 그때부터 있었고, 30개월에 자폐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부터 지속한 자신의 경험을 참여자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언어 치료, 미술치료 등을 다녔던 일, 다니던 어린이집을 설득하여 통합 어린이집으로 바꾼 일, 아이가 진정 바라는 것과 부모가 바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일, 그럼으로써 아이의 입장으로 보는 일을 배우는 과정 등등. 예를 들어 특수학교 내에서도 각자의 성향이 다른 장애아들끼리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교를 그만뒀는데, 아이는 알고 보니 그런데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일에 대해서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뒤를 조금 돌아 생각해 보았을 때 결국 자신의 선택은 아이보다는 나의 행복이었던 것 같다. 아이를 이런저런 치료실로 돌렸던 것도 잘 적응하기 위한 아이를 원했기 때문에 했던 선택이었고, 아이를 데리고 전국을 다니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일도 그 안에서 자신이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고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또는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혼자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던 스스로가 이기적인 엄마임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선택이 어쩌면 오히려 훨씬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합니다. 발달장애인인 아이들도 세상을 경험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하는 경험 안에서 혼자 해내는 경험을 하고 배워가는 것이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결국 우리 아이는 지금 누구보다 멋지게 자기 생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이에요.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정책의 변화 필요성

김수정 지부장은 이런 개인적인 서사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정책의 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영우 같은 개인의 서사는 책과 드라마, 영화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지만, 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의 부족 때문입니다.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라 모른 척 외면하거나 누군가 해주겠지 라고 미뤄두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최소한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교육받을 권리 등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며 이를 위해서 함께 목소리를 높이기를 원합니다. 발달장애인의 보살핌을 부모와 가족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사회도 그 책임을 다해야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발달장애인 지원법도 이런 단체와 함께 투쟁하여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법만 있지 정책으로 실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시설에 발달장애인이 있고, 학교에서는 받아주지 않고, 그나마 학교에 다녀도 졸업을 하고 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발달장애는 사회에서 떠나면 퇴행을 하고 도전 행동이 더 격화됩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와의 마찰이 심해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 2년 동안 더욱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가 현재의 대한민국입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사건과 차별들에 좌절하고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투쟁해도 변화가 더디어서 이제 소리 내지 못하는 것인지, 여기저기 쌓인 슬픔과 화를 밖으로 내보내면 폭발할까봐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슬아슬한 불안함이 있습니다. 활동가들은 주변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생활합니다. 또한, 보호자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폭행을 가하는 예도 있습니다. 반대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보호자가 대신 느끼고 차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발달장애인도 시민이고, 국민입니다. 우영우처럼 예쁘고 귀여운 장애인만 있지 않습니다. 사실은 표정도 예쁘지 않고, 침을 흘리거나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기도 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김수정 지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분들이 사회에서 조금 더 자주 보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저도 우리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런 분들이 무척 낯설었어요. 저도 변했으니까, 제가 특별히 인권 의식이 높거나 대단한 사람이라 변한 건 아니니까 우리 사회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석자와의 이야기 시간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에 앞서 사회자인 박김영희 대표님과 김수정 지부장님이 부모와 자식, 서로 선택하지 않은 채 얽힌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자폐인들의 매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 사고, 소통의 방법이 익숙해지면 다양한 소통의 방식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 자체의 매력을 띄기도 합니다. 김수정 지부장은 만약 발달장애인을 위한 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해외에서 살았다면 놀기 좋아하는 자신의 성정과 자녀분의 성향이 잘 맞아서 재밌게 살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여러 질문 중 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의 자세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상황마다 다르지만,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괜히 피하거나 하지 말고, 그냥 비장애인을 대하듯 대해주길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혹 소리를 내거나 의자에서 뛰는 듯한 행동을 하면 우선은 그런가 보다- 라고 조금 모른 척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발달장애인들도 주변 사회의 받아들임이 있어야 조금씩 사회생활에 대해서 배우고 익숙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선의 폭력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시선의 폭력은 장애인과 그 주변인들이 가장 자주 느끼는 차별이고 이는 이들을 힘들고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2022 장애와 독서동아리 - 책으로 장애인 인권 함께하기>는 6월부터 9월까지 매주 첫 번째 목요일 오후 3시에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강의실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됩니다.


마지막인 네 번째 모임인 9월 1일(목)에는 『집으로, 가는 길』(홍은전 외 지음, 정택용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외 기획/오월의봄)을 주제도서로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와 함께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살펴봐 주세요.

http://readinggroup.or.kr/board/news_view.php?m=read&b=B_1_3&bn=858&nPage=1&mPage=1&con_f=ALL&con_s=&totalpage=13


더욱 많은 분이 장애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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