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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May 31. 2024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은, 그림책의 세계로 풍덩

인터뷰 : 톡톡톡 뉴스레터

신대방삼거리역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평일 오전부터 활기가 넘치는 좁은 상가 골목을 지나면 이곳에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이 있다. 그냥 스쳐 지나면 놓칠 수 있는 단층 상가건물에 자리한 오래된 작은도서관. 신축 아파트 단지 안에 세워지는 크고 말끔한 인테리어로 단장한 요즘 스타일의 작은도서관은 아니지만, 도서관의 설립부터 운영까지 모두 주민들의 힘으로 일궈낸 주민자치 도서관이다. 공간에 있는 가구 하나, 책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세월의 흔적과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손때와 애정이 느껴지는 작지만 넓은 공간이다. 필요에 따라 의자 몇 개, 테이블 하나 그 위치를 옮기면 그 어떤 장소로도 변신할 수 있는 자그마한 이동극장 같다. 



오늘의 주인공 ‘자발자발 그림책 모임(이후 자발자발)’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이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이다. 8명의 인원이 둥그렇게 테이블에 모여 앉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꽉 들어찬다. 도서관의 휴무일인 월요일 오전에 이곳에서 모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설경 관장의 배려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휴무일에 나와 문을 열어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정 관장은 겸사겸사 책 정리도 할 수 있으니 괜찮다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답한다. 동아리에 관한 주요 궁금증은 사전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였고, 책 모임의 날에는 오롯하게 참관 멤버가 되어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둘러앉은 테이블에는 당번이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가져와서 나누어 먹게 된다는 다과와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낯선 손님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2시간의 모임 시간 내내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눈다. 조금은 서로 어색할 수도 있는 호들갑스런 환영이 아닌 따스한 눈빛으로 환대해 주며 천천히 스며드는 진심이 이 공간과 자발자발의 모임원들이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점 같다.



‘자발자발’의 뜻은 ‘자기발견’이라는 뜻과 ‘스스로 나아가 행함’이라는 의미이다. 주체적으로 깊이 사유하고자 하는 모임인 ‘자발자발’은 온라인 모임으로부터 시작하였다. 2021년 4월, 코로나의 기세가 아직 계속되고 있던 때 작은도서관 지원프로그램으로 6개월간 매주 한 권의 그림책을 깊게 읽는 온라인 그림책 하브루타 모임으로 모인 것이 계기였다. 반년간의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바로 온라인으로 계속 모임을 이어갔다. 그동안 일부 회원들의 변동이 있었으나 지금은 9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3년 차인 올해부터는 용기를 내어 오프라인 만남을 시작하였다. 그 사이 동작구, 관악구에 살던 회원 중 일부가 경기도로 이사 가기도 했지만, 저 멀리 의왕시, 과천시에서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 달려온다.


‘자발자발’은 매달 한 명의 그림책 작가를 정하여 이야기한다. 그동안 백희나, 앤서니 브라운, 이수지, 피터 레이놀즈, 고정순, 키티 크라우더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나누어 왔다. 그달의 작가를 고르는 것도 구성원들이 평소 좋아하거나 궁금해한 작가들을 위주로 모아 함께 결정한다. 그달의 작가 이야기 준비는 매달 돌아가며 역할을 맡는다. 매월 14일까지 선정한 작가의 모든 책을 각자 읽고,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할 2~3권의 책을 정하고, 리더가 온라인 밴드에 3일 전까지 발제문을 올리면, 다른 멤버들도 이 게시글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추가한다. 취재 방문을 했던 모임 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멤버도 어떻게든 함께 참여하고 싶은 열정으로 온라인으로나마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의 주제 작가는 ‘코리나 루켄’이었다. 코리나 루켄의 『아름다운 실수』, 『내 안의 나무』, 『내 마음은』을 이야기 도서로 함께 나누며, ‘왜 ’아름다운‘ 실수인지’, ‘내 안의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법’에 대한 질문으로 그날의 리더가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험과 나와 아이에 관한 성찰로 이어진다. 아이의 첫 성적을 보니 ‘실수해도 괜찮아’가 막상 잘되지 않던 경험, 공동육아의 경험, 아이에게 말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던 말이었던 기억,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내려놓기의 균형. 그림책을 매개로 하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작가의 이력과 그림책의 판형, 색, 그 안의 심상과 상징에 대해서 따져보다가 결국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독서동아리가 으레 그렇듯 때로는 예기치 못한 눈물이 나기도 하고, 함께 하는 이들은 눈물을 훔치는 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눈으로 북돋아 주며 듣다가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한다.



엄연희 | 하브루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는 게 ‘경청’이에요. ‘자발자발’ 회원들은 경청을 잘하세요. 아마 다른 동아리였다면 누군가 이야기가 길어질 때 불편해하시는 분이 분명 있으실 텐데, ‘자발자발’ 회원들은 잘 들어주시고 진심으로 배려하고 격려해 주신답니다. 마음 그릇이 모두 크고 깊은 분들이에요.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요.


정은주 | 바쁜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버석버석 환절기 마른버짐 피듯 마음에도 건조함이 오기 마련인데 ‘자발자발’ 모임은 가뭄의 단비 같아요. 사색과 공감, 나눔과 이해를 통해 무료한 일상에 작은 즐거움과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감사합니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물론 있다. 『아름다운 실수』를 읽고 ‘실수였다고 생각했는데, 성장한 것이 있는가?’라는 한 회원의 질문에 누군가 ‘결혼?’이라고 답을 던지자 모두에게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린 시절의 자신의 자아까지 다시 나오는 경험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아이가 없는 회원은 대신 이곳에서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가 작업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였다.



2년간 온라인 독서모임만으로 진행되던 때에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연말 송년 모임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비대면으로만 모이던 회원들이 대면으로 이벤트를 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함께 나눠 먹을 음식을 각자 준비해 오고, 시크릿 북 선물을 서로 나누며 그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서로 나누었다. 온라인으로 오래 만났기에 오프라인에서 처음 보는 사이이건만, 금세 한껏 서로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때의 송년 모임이 훗날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준 것 같다. 아직 아이가 어린 엄마들이 주를 이루기에 큰 욕심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곧 독서 여행도 가고, 전시회도 함께 가는 상상을 해보면 즐겁다. 작은 일부터 새롭게 계획하여 실천해 보려고 한다.

 


김현주 | 성대골에는 길고양이들을 돌보시는 고양이 집사들이 계세요. 아픈 길고양이의 치료비와 함께 소소하게 도서관 운영자금을 모금할 목적으로 몇 해 전부터 ‘봉지점빵’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였어요. 2024년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자발자발’이 봉지점빵과 함께 성대골어린이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책갈피 만들기 등의 자원활동을 하려고 계획 중이랍니다.


만 2년이 넘은 이 3년 차 독서동아리에게 슬럼프는 아직 없었을까?


송현정 | 개인적인 슬럼프가 진행 중이에요. 코로나로 마음 둘 곳 없던 시절에 시작한 동아리인데 개인 사정으로 잠시 중단했었어요. 다시 짬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올해 활동을 재개하겠노라 선언했는데, 여전히 바쁜 일정에 동아리 활동을 우선순위에 넣지 못하고 있네요.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을 보면 제가 괜히 사기를 꺾는 건 아닌지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자발자발’ 활동으로 그림책을 읽는 그 순간만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기에(또 그렇기에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쉬운 시간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여유를 갖고, 그림책을 위한, 나만을 위한 시간에 욕심을 내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세 권의 그림책을 오늘의 책으로 준비해 왔지만, 한 권 한 권의 그림책을 가지고 나누는 이야기만으로도 시간이 언제나 너무나도 모자라다. 아쉽지만 마지막 책은 다 함께 낭독하여 읽는 것으로 이날의 모임을 마치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독서동아리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에 관해 물었다.


김영수 | 독서동아리에 관심이 있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관심이 가는 동아리에 한 번만 방문해주세요. 신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한 번 가봐야지 했다가 어느덧 1년, 2년이 흘러요.



인터뷰 일시 : 2024년 4월 29일(월)

인터뷰 진행 : 윤진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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