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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13. 2022

망각

이해했다는 착각, 흐릿해진 목표

 이번 주는 말할 때와 노래할 때 생긴 버릇들을 다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 어제의 연습 녹음본에 대한 피드백이 달려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 알림을 확인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해버린 나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해버렸다.

 '다른 건 좋은데 여전히 목소리가 눌려있네요.'


 어제 수업에서 겨우 느낌을 잡아가나 싶었는데 또다시 이전의 버릇으로 돌아간 셈이다. 지난 수업에서 내가 어떻게 불렀었더라. 수업 내용을 잊을까 봐 수업 당일에 연습실까지 잡아서 연습했는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감을 동원해서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려 애를 썼다. 연습 일지에 받아 적어 놓은 피드백을 보면서 다시 녹음해도 피드백은 동일했다. 오늘 한 시간을 연습해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생각에 힘이 쭉 빠졌다. 이 상태로 일주일 자습하면 결과물이 오히려 더 이상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단답형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는 내가 혼자 채점해도 될 정도로 기준이 단순했는데, 코치가 설명한 기준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답답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자, 자습을 하면 할수록 물음표가 계속 쌓여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연습 파일도 올려보고 답글에 달린 설명을 다시 뚫어져라 쳐다본 뒤 확인 질문을 다시 해 본다. 


 나의 작고 귀여운 기억력이 원망스러웠다. 다음 주부터는 필기하는 대신 수업 전체를 녹음해서 나와 코치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내일의 자습은 오늘의 자습보다 더 낫길 바라본다. 내일은 코치에게 도움을 받아 연습 목표를 구체적으로 되살리는 것이 우선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천천히, 처음부터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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