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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18. 2022

자기소개

사람들이 직업을 소개하는 법

 어린아이의 자기소개에 장래희망이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처럼, 성인의 자기소개에는 직업이 빠지지 않는다. 대학생, 직장인, 사업가 등의 신분, 업종과 직무, 가끔은 소속된 조직 이름까지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 최근에 관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직업(職業)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위키백과 한국어판 '직업' (2022/04/18 23:08 접속)


1. 직업을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정상 알려드리기가 곤란합니다.', '00(이유) 때문에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2. 최대한 포괄적으로 이야기한다.

  '00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00일을 하고 있습니다.', '감동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더 친해질 때마다 구체적인 정보를 던져준다.

  '구체적으로는 00 하는 일인데...', '공기업/사기업/협회 등에서 일하고 있는데...'

3.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직업을 공개해도 괜찮은 경우에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번이나 3번의 방식을 취한다. 1번을 선택한 사람들은 직업 및 신분에 대한 편견, 지나친 관심,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청탁 등의 이유로 직업 공개를 꺼린다. 하지만 1번을 선택한 사람들의 일부는 분위기나 환경에 영향을 받아 2번과 3번으로 방향을 바꾼다. 내가 어느 정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 같다.


 나에게는 직업이 없으므로 나는 직업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직업이 없지만 소개 방식을 굳이 분류하자면 3번에 그나마 가깝다. 직업이 없는데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니트(NEET)족이라고. 내세울 것 없이 당당한 태도에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미래가 불안할 텐데 어떻게 그렇게 여유 있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질문을 한 뒤 사람들은 닫아왔던 빗장을 살짝 풀어 본인을 조금 더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것도 나의 쓸모라면 쓸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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