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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19. 2022

선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축하의 달이 찾아왔다. 엄마와 둘째 누나의 생일이 연달아 다가오기 때문이다. 첫째 누나가 엄마 올라오실 때 선물을 주라고 조언을 한다. 본인과 둘째 누나는 따로 선물 계획이 있다는 말과 함께.


 솔직히 그동안 나는 선물을 챙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생일에 선물을 기대하지 않는다. 갖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대답해왔고, 메신저와 소셜 미디어 프로필에는 내 생일 항목을 입력하지 않거나 비공개 처리한다.


 잘 주고받으면 뿌듯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죄책감과 찜찜함이 남는 선물은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존재이다. 어차피 부모님과 누나에게서 용돈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데, 남의 돈으로 남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이 영 이상하게 느껴져서 선물을 하지 않은 것도 있다. 나의 인간관계가 넓지도, 깊지도 않은 이유들 중 하나다.


 올해는 선물을 하려고 한다. 즐거움과 쓸모를 찾으려면 모험을 해야 한다고 이미 여러 차례 일기에서 다짐했다. 올해도 건너뛴다면 자기모순에 빠진, 입만 산 브런처가 될 것이다. 


 안 하던 짓을 하기 전에 선물의 목적을 오랜만에 복기해보기로 했다.

선물: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선사하다: 존경,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남에게 선물을 주다.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국어사전 2022/04/19 16:36 접속 후 재인용.

 

 엄마에겐 나의 존경과 애정을, 둘째 누나에겐 나의 애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 같다. 문제는 시간과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선물은 내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는 쿠폰 여러 장을 발급하는 것이다. 누나에게는 원격지원 쿠폰, 엄마에게는 본가 대청소, 본가 안방 및 화장실 청소 쿠폰, 스마트폰/PC 원격지원 쿠폰 등이 있을 것이다. 내 서비스가 투자 비용 대비 형편없다면 선물이 아니라 짐이 될 위험이 있다.


 약간의 돈과 약간의 시간을 쓰는 방법은 현금화가 쉬운, 집 근처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멋지게 포장해서 쪽지와 함께 주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 결과 부모님 또래 어르신들께서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현금이라는 사실에서 착안한 것이다.


 엄마와 누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좋은 선물이 아니라 무난한 선물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올해 반응을 지켜보면서 내년에 조정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내년 선물은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내년에는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관찰력과 안목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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