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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Oct 26. 2022

이제 돈 벌어야지?

내 실험을 돌아보는 질문

 작은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노래 수업이 끝난 뒤 보컬 코치가 나에게 물었다.

"그래도 취업 생각은 있으신 거죠?"


취업 준비를 그만두고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는 내 전공과 학교, 얼마나 쉬고 있었는지 등을 되물었다.

의사 선생님도 이미 같은 물음표를 던졌다. 진로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여운을 남기며 상담이 끝났다.

그 물음에 답하면서 남이 보는 나의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기로 약속한 지 1년이 지났다. 작은 성취들은 있었다. 집 정리를 시작으로 해보지 않았던 독서 모임과 공연 준비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나날들과는 달라졌다.

그런데 나의 즐거움과 나의 쓸모는 잘 알게 되었을까. 나의 1년을 걸고 실험한 결과는 어땠을까.


올해 내가 즐겼던 것은 독서와 모임 그리고 노래였다. 나는 올해 사람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을 즐거워했다. 부끄럽게도 내 쓸모는 아직도 흐리멍덩하다. 정규직 자리도, 인턴 자리도, 봉사활동 자리도, 교육기관도 예리하다 못해 날카로운 선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상품성이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나는 또래보다 뒤처져 있다.


즐거움을 향한 나의 여정은 또다시 죄책감과 불안함을 향해 가고 있다. 즐겁게, 열심히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즐거움이 쓸모 있다는 것을, 돈이 된다는 것을, 계속 증명해야 했다.


이제 곧 은퇴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즐거움을 쓸모로 바꾸지 못한 내 위치를 돌아봤다.

나의 1년은 철없고 뒤늦은 사춘기였을까. 아니면 쓸모 있는 사람으로 도약하기 위한 충전기였을까.

쓸모보다는 즐거움에 치중했던 1년이 달달하면서 씁쓸한 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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