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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Nov 02. 2022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끝이 주는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서

 며칠 뒤면 공연을 한다. 하지만 내 눈엔 부족한 것이 많다. 

여전히 음정이나 박자를 틀리게 부르는 곡들이 여럿이고, 나 말고 음악을 공유할 관객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즐거움을 찾느라 아슬아슬하게 줄어들고 있는 통장 잔고도 생각난다. 공연이 끝나면 이제 뭘 해야 하나 하는 때 이른 막막함도 엄습한다. 내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에 바쁘지만 막상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지인을 데려오겠다는 관객, 공연 소식에 반가워하고 응원했던 분, 공연을 보러 오겠다는 분이 생각난다. 이들이 내 모임에 투자한 시간을 나는 알차게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죄송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바쁜 것도 아닌데 공연 준비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자책하게 되었다. 단 한 명이 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다짐이 무너지고 있는 듯했다.


 중요한 날을 앞둘수록 집중이 흐려지는 아이러니에 대처해야 했다. 우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하다가 나의 에너지를 다 쓸 수는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태도, 나의 집중력, 나의 공연 스크립트, 지금 나의 연주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반응, 성공 여부, 공연 당일 나의 연주, 공연 당일 돌발 상황 등


 오늘은 나의 태도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나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공연 결과에 집착했다. 사람들이 내 공연에 온 것을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 공연이 실패하면 공연을 몇 개월 동안 준비한 나는 실패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의 나와 다르지 않았다.


 결과로 나를 정의하지 말고, 즐기며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나를 정의하며 마지막 힘을 내 본다. 지금부터라도 공연 스크립트를 소리 내어 읽으며 수정해야겠다.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끝은 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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