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뮹재 May 30. 2022

[경주 모화] 울산암소숯불

프라이빗 공간에  분위기 좋은 한우 맛집


   최근 이웃블로거분께서 올리신 글을 보다가 예전에 필자가 방문하였던 식당을 발견하였다. 워낙 글을 잘 쓰신 이웃분이어서 올리신 글을 정독을 하니 군침이 날 정도였다. 덕분에 옛 좋은 추억을 떠올릴 겸 주말에 드라이브를 할 겸(고유가 시대에..) 한우를 먹으러 경주와 울산 사이에 위치한 울산암소숯불로 향했다.

 지리적인 위치가 꽤나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주말 가족들과 여유롭게 나들이 겸 방문하기 좋은 곳이었다. 아쉬운 점은 주소는 경주이기만 경주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경주 여행 중 맛집을 방문하기 위해 찾는다면 꽤나 거리가 걸리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갈만큼 가치가 있는 식당이었다.



울산암소숯불 외경


 도로가 주차를 하기 좋게 굉장히 넓게 있어 도로가에 편하게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완만한 경사의 입구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신성한 곳에 당도하는 듯한 수행자의 기분이 들었다. 옆으로는 나무데크와 야외에서도 먹을 수 있는 정자가 있었는데, 한낮에는 꽤나 더워 보였고 서늘한 여름밤 한우구이에 맥주 한잔하며 먹기에 아주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점심 무렵 방문을 하여서 역시나 엄청 더웠고,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그늘집 삼아 자고 있어 우리는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해진 실내로 들어갔다. 

 우리는 테이블식 넓은 테이블 하나가 떡하니 있는 독립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창가 자리이기도 해서 자연채광도 좋고 밖으로 푸릇푸릇 한 숲뷰가 훤히 보여서 외식하기 아주 좋았다. 사실 필자는 자연채광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자연채광이야말로 음식 고유의 빛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햇빛이 살며시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고기 주문을 하였다. 둘이었기 때문에 보통은 2인분 시켜 먹지만 한우 특성상 2인분을 시키면 너무 초라하게 나올 것을 알기에 등심 2인분과 특수부위인 살치살 2인분을 주문하였다.


기본 밑반찬


 곧바로 밑반찬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비건식이었다. 대부분 장아찌류로 간장과 식초 베이스의 양념에 절여서 나왔고 아마도 소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게끔 새콤달콤한 반찬들은 사장님 나름의 영업전략인 것 같았다. 맛을 보니 대체적으로 식초 맛이 강하게 나서 새콤달콤보다는 한 단계 위의 경상도 말로는 쌔그로웠다. 고기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어느 정도 죽긴 했지만 고기의 느끼하면서 고소한 맛을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을 때 필요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파 절임, 양파절임, 쌈 채소, 쌈 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이블을 여러 반찬으로 그득 채우는 정성을 바라기 때문에 많은 식당에서 이런저런 밑반찬을 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그런 정성 가득한 노력보다는 오히려 반찬 가짓수를 줄여서 고깃값도 조금씩 줄일 수 있으면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숯불멍

 밥 먹으러 와서 저런 심오한 생각이 들은 이유는 이 빠알간 숯불 때문이었다. 밀도가 굉장히 단단해 보이는 숯이 주홍색의 불빛을 은은히 발산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멍하니 빠져들었다. 숯이 새까맣게 틈틈이 막 갈라진 일반 숯이 아니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감상과 공상에 사로잡혀 있는 필자에게 그만 깨어나서 고기를 구워라는 듯 석쇠가 올려졌고, 곧바로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우가 나타났다.


한우 등심 2인분 46,000원 + 살치살 2인분 50,000원

 한우를 접하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사실 처음 나왔을 때는 약간은 하얀 색감이 많은 핑크빛에 가까웠는데 고기라는 것이 상온에서 공기와 어느 정도 접촉이 되어야지 혈액세포 중 하나인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반응해서 더 진한 빨간색을 띠기 때문에 고기가 나오고 한동안 잠시 기다렸다. 고기를 앞에 두고 참을성을 크게 발휘할 수 없어서 살짝 색이 진해지고 곧장 사진을 찍고 뜨겁게 달궈진 석쇠 위에 등심을 한 덩어리를 턱하니 올렸다.


등심


 등심을 올리자마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듯 후드득 치이익 하는 소리가 귓전에서 들려왔다. 필자는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원래 약한 불에 정말 천천히 구워 먹는 편인데 그것은 화력이 어중간할 때는 불 조절이 어려워 쉽게 타거나 아니면 너무 천천히 익거나 하게 되는데, 타는 것보다는 천천히 익는 것을 선택하게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단점이 육즙이 정말 서서히 흥건히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불에 구웠음에도 마치 끓는 물에 데쳐 먹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도 화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고기를 석쇠에 얹자마자 엄청난 폭우 소리와 함께 연기가 무성히 피어오르는데 아차 해서 뒤집으려고 해도 고기가 석쇠에 달라 붙여 뒤집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으면 마법이 펼쳐진다. 고기에서 기름이 빠져나와 고소한 풍미가 코를 찌르고 그 기름이 자연스럽게 석쇠와 고기를 분리 시켜준다. 손쉽게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면 위의 사진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도 혹시나 탈까 봐 걱정되어서 약간 일찍 뒤집은 격이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석쇠 모양으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식욕을 자극하는 갈색 색감을 잘 띄워졌다. 뒤집기 전과 거의 같은 시간의 간격으로 다시 뒤집으면 굽기 끝. 가위를 들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석쇠 가장자리로 고기의 온도가 유지되게끔 자리를 옮겼다.




한우 등심 숯불 구이 한점 ???원


 겉은 밴다이크브라운의 짙은 갈색의 문양을 띄고 속은 분홍빛을 수줍게 띄는 그 이름도 웅장한 한우 등심 숯불 구이 한 점을 젓가락으로 들고 있자니 다시 한번 입가에 미소가 띠어졌다. 처음에는 어떠한 소스도 찍지 않은 채 고기만을 맛보았다. 입으로 먹었지만 코로 뿜어져 나오는 한우의 풍미가 정말 예술이었다. 얼마 전부터 식사를 할 때 꼭 입을 다물고 먹으라는 �씨의 잔소리가 한우를 먹을 때 만은 조언으로 들렸다. 숯불 향이 정말 천천히 하지만 묵직이 느껴져서 아주 좋았다. 

 그러고 나서 제공된 고추냉이에도 찍어먹오고 참기름에도 찍어 먹고 보고 쌈장을 듬뿍 올려서 상추에 쌈도 싸먹어보았지만 필자의 원픽은 소금이었다. 지난번 방문하였을 때는 처음 보는 소금의 모습과 맛에 정말 놀라서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찾아보았는데 그 소금의 이름은 말던 소금이었다. 영국 말돈 마을에서 나는 소금이어서 이름이 말돈 소금인데, 첨가물이 전혀 없는 순수한 소금 결정으로 쌉싸름하거나 쓴맛이 전혀 없이 소금의 고유한 짠맛만 느껴져서 소고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이번에 방문하였을 때도 마찬가지로 소금에만 찍어 먹었을 때가 맛이 있었는데, 과거의 기억과 비교하였을 때 소금의 결정 모양이 차이가 있어서 여전히 말돈소금을 사용하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실 싸구려 소금이 아니고서야 소금의 맛이 엇비슷하지 않안가. 한우를 즐기는데 불편함 없이 아주 조금씩 소금을 잘 활용하였다.



살치살

  다음으로 살치살을 구워 먹었다. 살치살은 원래 마블링이 엄청 세밀하게 잘 되어있는 부위인데 이것에도 장단점이 있다. 그만큼 지방층이 주를 이루고 근섬유가 연해서 식감이 정말 부드럽다는 것이다. 고기를 뜯는 맛이제- 라고 자부하시는 분이 맛을 본다면 입에서 녹듯이 사라지는 부드러운 식감에 당혹스러울 것이다. 필자도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지라 살치살은 본래 잘 먹지 않는데, �씨가 먹어보고 싶다 하셔서 특별히 주문하였다. 

 역시나 잘 알고 먹어야지 실패하지 않았다. 살치살을 처음이어서 등심과 같은 방식으로 센 화력에 구우니 정말 금세 익었고 시간을 더 넉넉히 기다렸다가 뒤집으니 타진 않았지만 그만큼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가 스낵처럼 바삭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얇아졌다. 실패한 고기는 얼른 입속으로 버려버리고 이번에는 화력은 줄인 채 살치살을 빠른 시간 안에 구우니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잘 익은 살치살의 맛은 특수부위인 이름에 걸맞은 특수한 맛이었다. 등심과는 다르게 한 입 크기의 덩어리가 균일한 조직의 형태를 띠고 있어 맛이 일정했다. 등심처럼 쫄깃한 식감은 없었지만 마치 쫄깃한 푸딩을 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굉장히 신기했다. 혀 위에서 기름이 사르르 녹는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내가 이렇게 미식가인가?라는 기분 좋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소고기보다는 마치 참치 회를 따뜻하게 데워 먹는 느낌도 들어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고기 한 쌈


 그래도 필자에게는 느끼한 맛이 어느 정도 느껴져서 쌈을 싸먹었다. 아삭한 상추와 새콤달콤한 쌈무와 파 절임 거기에다 알싸한 마늘에 쌈짱까지 콕 찍어서 한 쌈 야무지게 싸먹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맛의 조화가 이루어졌다. 확실히 기름진 부위와는 새콤한 장아찌류의 반찬이 잘 어울렸다. 다만 그 새콤한이 필자에게는 쎈 편이어서 고기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으로 밀려버려 아쉬웠다. 반면 상추의 아삭함은 어찌 보면 심심할 수 있는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을 잘 받쳐줘 몇 번을 먹어도 심심하지 않는 재미있는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된장찌개 2,000원


 원래 소식을 추구하는 �씨와 필자이지만 이번만큼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이 되어버렸다. 된장찌개의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여서 하나 주문해 식사를 마무리하고 했다. 고기 몇 점 남겨서 공깃밥과 된장찌개에 반찬 삼아 먹으려고 했지만 된장찌개가 나오는 동안 그새를 참지 못하고 한 점 두 점씩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된장찌개만 맛보았다. 


 반찬은 식사에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3가지 반찬이 나왔다. 김치와 애호박볶음, 마늘쫑고추장무침이었다. 흔히 고깃집에서는 식자재마트에서 대용량으로 파는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같은 상업적인 반찬이 나오기 부지기수인데 이 집은 직접 반찬을 만들어서 내놓는 모습이 집 밥을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된장찌개를 맛보니 처음 느껴진 맛은 시원한 맛이었다. 

 된장찌개의 개운한 맛에 든 생각은 이거 고기 구워 먹을 때부터 주문해서 소주랑 같이 먹으면 예술이겠다는 생각이었다. 무가 들어갔는지 사골육수로 끓여서 그런지 확실히 맹물에 된장을 풀어 끓인 맛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시래기가 들어가서 부드럽게 씹히는 맛도 좋았다. 짠맛이 강하지 않아서 소주와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다. 



후식 수박


 된장찌개를 다 먹을 때 즈음 앙증맞은 수박 두 조각이 나왔다. 후식으로 나왔는데 배부른 상태에서 먹기 망설여졌지만 딱 두 조각만 이어서 한 조각씩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요즘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수박이 정말 달았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애매한 상황에서 느끼는 달콤함이었지만 이번 작은 친절은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분이 계산할 때까지 이어져서 그런지 둘이서 10만원 가까운 금액을 결제하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자주는 못하지만 오래간만에 좋은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 가격이면 도시에서는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꽤나 푸짐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독립된 공간에서 자연채광과 함께 멀리 숲뷰를 즐기며 질 좋은 한우고기를 즐기니 식사하는 자리가 한결 편안하였다. 

 우연한 기회로 다시 찾은 맛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롭게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음번에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서 술도 한 잔 살며시 기울이며 보다 풍족한 식사 자리를 가져야겠다고 다짐의 마음이 생겼다. 

 독립된 프라이빗 공간에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확 트인 풍경과 함께 고급 진 식사를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집이었다.




The end.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함께 게시 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youdarly/222750950108

작가의 이전글 [대구 제로웨이스트 비건 샵] The Comm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