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근교 유명한 돼지갈비 식당
어린이날 어린이는 없었지만 미래의 자녀들을 상상하며 데이트를 즐겼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푸릇푸릇한 생명의 에너지를 받아 생기가 넘쳤고, 자연스럽게 허기로 이어졌다. 복숭아씨께서 SRT를 타고 오며 보았던 잡지에 마침 세종수목원과 함께 고복저수지에 위치한 산장가든이라는 돼지갈비집이 소개되어 있었고, 마치 패키지여행처럼 산장가든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2차선 시골길이어서 이런 외진 곳에 손님들이 많으려나 싶었는데 큼직한 외관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차들이 가득 차 있었고 얼른 내려 대기표에 이름을 써놓으니 예상대기시간이 1시간가량은 된다 하였다. 주변에 마땅히 다른 먹거리도 없는지라 특별한 날인 셈 치고 진득하게 기다렸다.
한 시간가량 기다리자 안으로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1층 홀에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홀이 사람들로 가득 차있어 정신이 없었다. 2층도 매한가지일 것 같다. 여느 장사 잘 되는 돼지갈비집 수준의 시설이었다. 셀프바 하나 있고 테이블이 20?30?개 정도 있었다. 의자가 생각보다 큼직하고 무거웠다. 메뉴는 아주 단조로웠다. 원조숯불갈비와 매운숯불갈비가 주메뉴로 2개만 있었고 냉면과 막국수, 들깨수제비 등이 식사류로 있었다. 우리는 무겁게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아 원조숯불갈비 2인분을 주문하였다. 참고로 고기는 추가가 안된다고 나중에 옆 테이블에서 주문할 때 엿들었다.
중소기업형 식당답게 곧장 밑반찬이 차려졌다. 기본적으로 그릇으로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큼직한 그릇에 그것과는 걸맞지 않은 기본찬들이 담겨 나왔다. 고기가 나오기 전에 하나씩 맛을 보았다. 사실 맛은 너무나도 상업적인 맛이었다. 밥반찬 용도로 나온듯한 명태구이는 혀끝이 찌릿할 정도로 매웠고, 김치도 마찬가지로 매운맛이 불쾌하게 강했다. 비엔나소시지는 차라리 좀 더 볶아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차디차게 식어 밀가루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잡지에서는 이 집은 동치미가 별미라고 소개되어 있어 기대를 하며 맛보았다. 확실히 동치미 치고는 간이 셌다. 단맛이 특히 강하게 느껴졌고 새콤달콤한 맛이 아주 진하게 느껴졌다. 간을 세게 된 상태에서도 오랜 세월의 묵은 맛이 느껴졌다. 느끼할 수 있는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니 동치미의 개운함이 더 잘 느껴졌다. 하지만 식사 메뉴로 있는 동치미메밀막국수를 주문해서 먹자니 그 정도로 기대가 있는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그래서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금방 돼지갈비가 묵직한 황동 대접에 담겨 나왔다. 이 집은 거의 100%? 돼지갈비가 익혀져 나왔다. 여기서 문제점이 생겼다. 바로 필자는 이 식당에 초심자였는데, 따로 테이블에 숯불이나 가스불도 없이 미니화로에서 쓰는 작은 고체연료가 있었다. 서빙해 주시는 분이 정말 순식간에 주방용 가스라이터로 고체연료에 딸깍 한번 하더니 황동 대접을 위에 올리고 휙 하고 떠나셨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은 '불이 안 붙은 것 같은데.. 이 집은 돼지갈비가 다 익어서 나오고 고체연료로 그냥 따뜻하게 유지해서 먹나 보다'였다. 워낙에 종업원들이 일에 지쳐 보여 딱히 말 걸기도 싫은 분위기였다. 제공된 가위와 집게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잘라 그대로 식사를 시작하였다.
고기를 한 점 먹어보니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돼지갈비였다. 입맛에 부담 없이 맛있는 평범한 돼지갈비였다. 하지만 먹을수록 의문이 들었다. 1인분에 18,000원이나 하는 돼지갈비를 굳이 한 시간씩이나 기다려가며 먹을만한 가치가 있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갑게 식어가는 돼지갈비를 먹으니 마치 배달 앱으로 주문한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를 집에서 먹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공깃밥이라도 시켜서 배라도 채울까 생각했는데, 한 그릇에 2,000원이라는 가격에 주문이 망설여졌고 사실 무엇보다 돼지의 비린 맛이 점점 느껴져서 입맛이 떨어졌다.
식사를 거의 끝마칠 때 즈음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옆 테이블에 우리보다 늦게 온 손님들이 돼지갈비를 먹기 시작하는데 황동 대접에서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깔스러운 김이 모락모락 풍기며 돼지갈비가 익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 손님은 자연스럽게 생마늘을 넣고 휙휙 저어가며 치직치직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돼지갈비 맛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사실 머리가 띵했다. 내가 바보여서 이런 식사를 즐겼나 자괴감도 느꼈다. 종업원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바보라는 것만 동네방네 소문나는 꼴이지 않을까 해 웃어넘겼다.
손님이 넘쳐나는 대목날 하필 방문하여 오랜 기다린 끝에 초심자의 불운으로 돼지갈비를 온전히 즐기진 못했지만, 필자는 재방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더 싼 가격에 가까운 돼지갈비 식당을 방문할 것이다. 오랜 단골손님들이 주를 이루고 가족들과 든든한 외식을 하기 위해서 방문하기에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주말에도 이렇게 오랜 기다림을 가져야 된다면 굳이?라는 의문점이 생기는 그러한 식당이었다.
The end.
이 글은 작가가 직접 작성하여 개인 블로그에 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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