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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카스 Apr 07. 2023

잃어버린 목소리:
참혹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겪은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에서 들려온 비보


2022년 초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그 현장에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예전 아프가니스탄에 있을 때 보았던 참상들이 오버랩되면서, 현장에 있는 그 당사자들의 삶이 얼마나 고될지 가슴으로 전해진다.


나는 대한민국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의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2012년~2014년까지 2년간 파견 근무했다. 


 지방재건팀(PRT)이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지방재건을 위해 민간, 군인, 경찰을 한 팀으로 파견한 조직을 말하며, 아프가니스탄 지역주민을 위해 보건, 교육, 지역개발 등의 사업을 지원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도 가끔씩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현지 동료들을 통해 소식을 듣긴 했는데, 2020년 결국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하기로 발표했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망하게도 아프가니스탄 정권은 다시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갔다.


현장에서 본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PRT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현지에 한국병원을 운영하면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현지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프로젝트 관리자로 우리가 지원하는 바그람 한국병원을 자주 방문하였는데,  그동안 이슬람 국가들을 여럿 다녔음에도 현지 여성들이 부르카*를 쓰고 다니는 모습은 이해하기도 힘들었으며, 그 모습에 적응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참고] 이슬람 여성이 입는 의복종류
ㅇ 히잡: 일반적인 스카프 형태로 머리와 목, 귀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
ㅇ 차도르: 얼굴을 제외하고 몸 전체를 가리는 망토
ㅇ 니캅: 몸 전체를 가리지만 눈은 가리지 않음
ㅇ *부르카: 전신을 가리 베일로 눈에는 메쉬스크린이 있어 외부에선 눈을 포함 신체의 어떠한 모습도 볼 수 없음.

부르카를 착용한 모습 [사진: Unsplash의 Wanman uthmaniyyah]


 아무리 그 나라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걸어 다니거나 식사를 할 때 불편하다 못해 사람을 속박하고 있다는 느낌의 이런 옷을 걸치고 다녀야 하는 해괴한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잘 적응은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러한 모습이 눈에 조금씩 익어가고 있을 때, 다른 하나가 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성 환자들은 하나같이 다 병원에 방문할 때는 남성 어린아이를 대동하고 다녔는데, 


생각엔 "바깥세상이 워낙 위험하니 딸은 안전하게 집에 두고 오는 걸까?"라는 의문과 함께, 아무리 그렇다지만 이런 어린아이들을 이렇게 먼 곳까지 고생해서 데리고 다니는 건 맞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면 적게는 수킬로미터 많게는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병원을 찾는 일이 빈번했다. 그 이유는 병원이 시내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기도 했고, 최신의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산골짜기에서 힘들게 한국병원을 찾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관계자로부터 정말 경악스러운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기 오는 저 여성들의 보호자는 저 어린 남자아이예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무리 성인이라도 여자는 홀로 집 밖을 돌아다닐 수 없고, 집 밖을 나서기 위해서는 꼭 남자가 동행을 해야 한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슬람 율법이 존재했고, 실제 여성들은 모두 그것을 따라야만 했다.


그러니까 부연하자면 저 남자 어린아이는 본인의 엄마의 보호자 자격으로 동행했던 거다.



앞으로가 걱정이네.. 정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슬람 율법을 따라야만 하는 이유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엄격한 법을 시행했다. 이후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었지만 202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2021년 그들이 권력을 되찾으면서 여성의 권리가 후퇴할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 있을 때, 현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1970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미니스커트 입고 교육도 자유로웠어."


1970년대 아프간 수도 카불 / 사진=theguardian 캡처


1970년대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었던 거라면, 우리보다도 더 자유로웠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2023년 BBC는 다시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대학교육을 전면 금지시켰다는 소식을 전했다


  " 정말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을 수가 있나? 나라가 점점 퇴보하네. "


앞으로 탈레반의 언론탄압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에 대한 실상은 바깥세상으로 드러나는 일은 점점 사라질 텐데. 


그나마 PRT가 활동하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말의 희망은 보였는데, 이제 정말 그마저도 사라지는구나라는 걸 느낀다. 


그간의 국제사회의 노력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과 광기에 휩싸인 종교 지도자들로 인해 선량한 여성과 국민들만 고생이구나 싶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수조 달러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무능으로 인해 자립하지 못한 지난 정권과 미국이 철수한 기회를 틈타 다시 권력을 잡은 원리주의 이슬람주의인 탈레반 때문이다.


정말 그간 우리의 노력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는 큰 아쉬움과 함께, 언젠간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희망의 꽃이 피어오르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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