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단 세 가지였다!
독일에서 미국 비자를 신청하려면 베를린 대사관, 프랑크푸르트 영사관, 뮌헨 영사관 중 한 곳을 통해야 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뮌헨이 같은 주에 속하기도 하고 가까우므로 뮌헨으로 결정. 4월부터 컨택이 시작된 미국 이민법 로펌과 미국 HR이 청원서 등 까다로운 절차들을 알아서 다 신경써줬고, 나는 영사업무 홈페이지를 통해 뮌헨 영사관에 인터뷰 일정만 잡으면 됐는데, 그 인터뷰 약속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천신만고 끝에 신청서 작성을 마쳤고, 5월 중순이던 당시 6월에도 가능한 일정이 많았지만 로펌이 2달의 버퍼를 두라고 하여, 나는 최대한 빠르게 인터뷰를 보고 미국으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2달 후인 7월 중순(저번 주)으로 스케줄 설정을 했다. 나중에 보니 로펌쪽에서 모든 준비는 6주 안에 마쳐졌고, 코로나 이후로 미국 영사관들이 서류들의 원본 하드카피가 아니라 스캔본 프린트카피여도 받아주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극도로 조심조심하는 로펌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좋은 타이밍에 인터뷰 날짜를 잡아서 오히려 잘 된 것 같았다. 조심하라고 할 때에는 조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로펌에서 받은 서류는 정말 백페이지가 넘는 서류들로 한가득이었는데, 인터뷰 며칠 전 뮌헨 영사관에서 메일이 와서 보니:
Please note we only need the below listed documents. We are aware that you will often be provided with a big package of extra documentation but we kindly ask that you only bring the documents listed below.
I-129s form (page 1-8)
I-797 form (copy of page 1 and the page which shows your employer in the U.S. We do not require the full list of subsidiary companies.)
Support letter from your employer
G-28 form (optional)
다른 잡것들 가져오지 말고 가져오라는 것만 가져오라길래 말 잘 듣는 나는 딱 저 네 가지 서류만 추려서 클립으로 분류한 뒤 교보문고 쇼핑백에 넣어갔다. ㅋㅋ 미국 대사관/영사관이 백팩이나 가방 등의 소지품 반입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포스팅을 많이 봐서 혹시라도 미련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종이백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종이쇼핑백에 가져가길 아주 잘한 것 같다.
나에게 배정된 인터뷰 시간이 오전 8시 45분이었기 때문에 전날 미리 뮌헨에 가서 호텔 체크인을 하였고, 다음 날 아침 택시를 타고 영사관 앞에 도착하니 오전 8시. 출입구 가드에게 종이백 내부 검사 받고, 핸드폰 2개를 갖고있다고 하니 전원을 끄라고 하며 꺼진 전원을 확인하였고, 원피스에 블레이저를 입고 있었는데 자켓 속을 확인해야한다길래 단추를 열고 훌렁 들어보여 한바퀴 빙그르르 도니 가드가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ㅋㅋ
건물에 들어가서 소지품 엑스레이 보안 검색을 하고, 나는 금속탐지기를 지나갔는데 핸드폰은 전원을 껐어도 반입할 수 없어 대사관에서 나갈 때 핸드폰을 돌려받는 보관함 번호표를 받았다. 그리고 또 문을 넘어 영사업무실로 출동.
입구 데스크 직원에게 여권 신분 확인을 다시 한 번 받고, 2번 창구에서 대기하다가 인터뷰 스케줄 확인 및 대기 등록을 하고, 열 손가락 지문 채취를 했다. F1 비자 신청으로 온 사람들이 많던데 (손에 들고 있던 서류에 대문짝만하게 F1이라고 써있어서 안 보려고 해도 보임), 그 사람들은 2번 창구에서 스케줄 확인 및 지문 채취가 끝나면 바로 인터뷰 창구 줄로 보내졌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준비해간 서류들을 제출하니 3번 창구에서 500달러의 Fraud Prevention Fee를 낸 후, 그 영수증을 받고 호명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수납을 한 후 하염없이 기다리며 앉아있다가 8시 45분이 지나도 나를 부르지 않자 은근히 불안해져서, 9시가 좀 넘어서 2번 창구 아저씨한테 다시 "수납하고 호명을 기다리면 되는게 맞냐? 인터뷰 시간이 지나서 물어본다"라고 물어보자 안그래도 마침 너를 부르려고 했다며, 추가 기재가 된 서류와 여권을 돌려주더니 이제 비자 인터뷰 줄에 가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였다. 내 앞에 한 여섯 팀(개인 5, 가족 1)의 인터뷰가 지나기까지 또 다시 30분을 기다린 것 같았다. 내가 결국 인터뷰를 하게된 시각은 9시 30분, 하지만 스케줄 시간과 달라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내 차례가 되어 "비자 신청인 6번 창구로 오세요"라는 안내를 듣고 6번 창구로 갔다. 2번 창구에서 돌려받은 여권과 서류들, 그리고 500달러 수납 영수증을 제출하니 영사가 어떠한 표식을 하고는 모니터를 보며 나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Which company are you working at?
나는 회사 이름만 간단하게 말했다 (ABC Germany)
How long have you been working at this company?
나는 기간만 간단하게 말했다 (12 years)
What is your educational background?
로펌 변호사가 조언한대로 나의 문과 본전공 대신, 미국의 한 교수의 감정에 기반해 내가 우리 회사 업무에 상응하는 학사학위가 있으니 그대로 말을 하면 된다고 하여 그대로 대답하였다 (I have an equivalent bachelor's degree in XYZ). 이 감정서는 로펌에서 제출한 공식 서류에 포함되어있고, 지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또한 MBA의 경우는 아직 졸업장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최종학위로 칠 수 없어 언급할 수 없었다.
이 세 가지 질문이 끝나자마자 영사는 메모지 한 장을 주며 "좋아, 너의 비자를 허가했어. 이 메모를 픽업할 때 들고오렴. 굿럭, 안녕!"하고 쿨하게 나를 보내주셨다. 메모에는 비자 발급 및 여권 반환에는 1주일 정도가 걸리며, 준비되면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내한다고 적혀있었다.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질문 세 가지로 끝이 났다.
나는 다다음 주 비행기로 독일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