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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전쟁터

‘예쁘다’는 말이 고맙지만은 않은 이유

by 가온담


이제는,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 불편하다.

(감지덕지하라고?)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그런 말들이 고맙고 기뻤겠지만,

언젠가부터는 그 말이 어떤 요구처럼 들릴 때가 있다.
“계속 그렇게 보여야 해.”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엔 자연스러움이 대세지.”
하지만 자연스러움으로 연출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공들인 상태라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사진 속 얼굴은 매끄럽고, 피부 톤은 항상 완벽하다.
그러나 현실의 얼굴은 다르다.
조명, 필터, 각도가 바뀌면 같은 사람이라도 전혀 다른 표정이 된다.
이젠 ‘내가 예쁜지’보다 ‘사진이 예쁜지’를 먼저 확인하는 세상이다.


아름다움은 어느새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 되었다.
무심하게 걸친 셔츠에도, 헤어라인 한 가닥에도 계산이 깃든다.
‘자기 관리’라는 이름의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숨 가쁘게 자신을 다듬는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라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예쁨이란, 정말 ‘나를 표현하는 일’일까?
아니면, 세상이 나를 평가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포장지일까?


우리는 어쩌면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증명서의 유효기간은 늘 짧다.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갱신된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한다.
‘이게 아직 괜찮을까?’


아름다움은 원래 행복을 위한 감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감각이,

피로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연재 시리즈 〈아름다움 사용법〉


다음 글〈2편 –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인간의 근원〉

‘예쁘고 싶은 마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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