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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들파파 May 08. 2022

나의 첫 번째 살 집 마련

일단 나가서 마주하기. 잘은 몰라도 집은 어차피 내가 살 수 있는 공간.

2010년 봄이었다. 나와 아내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부모님 집 한쪽에 얹혀 살 때이다. 평일 내내 각자 회사를 다니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든 다음날 토요일 아침이었다.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애기가 내년에 태어나면 집이 좁아질 테니까, 우리도 나가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


  자금 문제로 당장은 따로 사는 게 어렵더라도 분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볼멘소리였다. 결혼하고 맞벌이를 한지는 1년 반 정도. 모아 놓은 돈이 많지는 않았다. 아내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인데 곱게 듣지는 못했었다. 살짝 언쟁을 했었고, 그러면 전셋집이라도 알아보고 오겠노라고 집을 나섰다.


  그때까지 집을 구해야 되는 상황이 되어 본 적이 없으니, 집 매매는 말할 것도 없고, 전월세조차 구해본 적이 없었다. 근처에 전세를 살만한 어떤 집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되는지도 몰랐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도 없었고,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차이점도 몰랐다. 한마디로 부동산 쌩초보였다.


  일단 집을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기는 해도 집을 알아봐야 하니까 부동산부터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집 주변 도로 건너에 부동산이 보였다. 부동산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사실 부동산이 아니고, 분양사무실이었다. 그때는 구분이 안 되었다;;)


  사무실은 G타워 1층 도로변에 있었다. 직원분께 전셋집을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G타워에 싸게(?) 분양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미분양분 분양사무실이었다;;) 'G타워가 아파트인가? 분양은 뭐지?'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집을 보러 가자고 한다. 집을 보러 올라갔다. 일단 깨끗하고(당연히), 넓다.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 복도가 길고, 방과 거실이 다 한쪽 창가에 붙어 있다. 창고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까지 올라갈 수 있고, 주차장이 지하에 있다. '이런 데가 아파트구나'(오피스텔이다;;), '이렇게 깨끗하고 넓은 집이 있다니'(분양 중인 집이다),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집과 주차장을 다닐 수 있다니'(언빌리버블!)... 설레었다. 집을 구할 때는 주거 형태(아파트/오피스텔/빌라/단독), 교통(역세권), 상권, 학군, 향, 관리비 등등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될 부분들이 있다.


  전혀 몰랐다;; 그냥 나는 집 자체가 신기했다. 친구 부모님의 집에 가본 적만 있지 살아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집 자체는 비슷해 보였다. 집을 구하는 기준이라는 게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 판단할 수는 없었다. 우선 아내를 데려와서 보여줬다. 그리고 어머니를 데려와서 보여드렸다. 직원분이 한마디 보탠다. 목동에서 어느 분이 와서 두 채를 계약하고 가셨다고...


  사고 싶었다. 갖고 싶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000호가 있는데, 분양가가 2억 초반인데, 건설회사 직원분이 1억 중반에 전세를 살고 있어서(건설사와 우선 계약을 한 것이다), 내가 9천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매매계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중에 5천만 원 정도 있었다. S화재에서 4천만 원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이때는 가능했다. 대출도 이때 처음 받아봤다. 보험사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한다)


  지금도 기억한다. 계약서를 쓰던 순간. 설레었었지만, 막상 계약을 할 때는 무섭고 떨렸다. 2억 초반이라는 매매 가격이 그때의 나에게는 매우 큰돈이었다. 전세를 끼고(지금의 갭 투자), 대출까지 받아서, 가진 돈은 매매 가격의 20%였고, 80%는 빚이었다. 그냥 빚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집값이 20%만 빠지면 내 돈은 휴지가 되는 건데, 너무 모르니까 이런 생각도 못했다.


  얼마 후 세금 고지서가 나왔다. 취득세를 내라는 것이었다. 취득세가 천만 원  넘는다.(오피스텔 취득세는 4.6% 다) 회사에 지나가던 선배가 세금 고지서를 보더니 무슨 세금을 그리 많이 내냐고 한다.(당시 아파트 취득세는 1.1% 수준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계약했으니 이 때도 그냥 찾아보지도 않고 넘어갔다. 취득세의 차이도 4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리고 3년 후 나는 1억 2천만 원이라는 빚을 지고 G타워 000호에 입주를 했다. 그 사이 한 번의 전세 세입자 변동이 있었고, 그분을 내보내면서 입주를 한 것이다. 이때부터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주거용)의 자가 생활의 시작이고, 아직도 G타워 000호에 아내와 애들 세명과 복작복작 살고 있다.


  어쩜 그렇게도 멋모르고, 전월세 한 번도 살아본 적도 없던 나였다. 아파트도 아니고(차이를 몰랐다), 오피스텔을 덜컥 80프로나 빚을 지고 매매계약을 치르고 입주까지 했다. 입주까지는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다. 실력은 1도 없었고, 운으로 계약하게 된 집이지만 돌아보면 나에게 참 고마운 집이다.


  구하려는 집이 당신이 살아왔던 곳 근처라면 우선 집 밖으로 나가서 둘러보는 게 좋은 것 같다. 물론 나처럼 무식한 상태가 아니라면 좋겠지만, 당신이 살아왔으니까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될 대부분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알고 있을 것이다. 나가서 현장을 둘러보는 작은 실행이 그다음 행동을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나의 정말 무식했던 첫 번째 살집 마련기를 합리화(?) 해본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공부하고 투자에 뛰어들 때도 현장을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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