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들파파 May 15. 2022

주식투자를 접었었던 이유(1)

'몰빵투자', 공부/분별력/여윳돈/실행/운/멘탈/인내/매도기술 등...

  "주식은 몰빵(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을 쳐서 벌어야 해"


  나에게는 존경하는 스승님 같은 주식투자자 분이 계시다. 첫 이직을 했던 투자 회사의 사장님이다. 그분이 나와 직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때까지 약 13년간 주식투자로만 수백억 대 자산을 일구어 낸 분이셨다.(현물 주식만 투자를 해서 수십억대도 아니고 수백억 대 자산을 일구어 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직원으로서 모시고 지내다 보니 자산을 일구어 낸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다. IMF 사태 이후부터 그때까지 주로 가치주(기업의 순이익이나 자산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은 주식) 한두 개씩을 골라서(물론 잘 골라서) 몰빵 투자를 하셨다. 그 주식들이 3~4년이 지나고 몇 배가 오르고, 그게 반복되면서 자산이 불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 회사에서 운용하는 자금도 실제로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를 했었고, 연간으로 보면 수익률이 꽤 높았다. 그래서 '나도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면 몰빵을 쳐서 벌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하...


  생각해보면 참 단순했다. '몰빵을 쳐서 벌어야 해'라는 말의 의미를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어느 정도 진짜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식들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어서 한두 개를 정말 잘 골라야 한다. 그 한두 개를 꽤 투자할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그냥 돈이 아니다. 여유가 있어서 한동안 다른 데 쓸 일이 없는 돈이어야 한다)


  그 종잣돈을 진짜 몰빵을 쳐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적어도 3~4년 동안 운이 좋아서 주식시장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 사소한(?) 변동성이 생기거나, 남들 주식이 올라도 나는 꾹 쥐고 버텨야 한다.(이 버티는 게 진짜 어렵다) 그리고 잘 팔아야 한다.(주식을 잘 파는 것도 대단히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몰빵을 치는 것은 이러한 여러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빨리 크게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에 '몰빵' 그 자체에만 집중했었다.


  그렇게 1년쯤 지나고 어느 정도 종잣돈이 생겼다.(여윳돈이 아니다;;) 100을 사서 200이 되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100을 빌려서 200을 사서, 400이 되고 100을 갚으면 세 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주식시장 용어도 익숙해졌다. 기업이 사업하는 내용도 보면 이해가 간다. 분기 재무제표를 보면서 어느 정도 해석도 할 수 있다. 산업 전망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무난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고, 좋은 업황으로  앞으로 나올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고 느껴진다. L디스플레이로 골랐다. 종잣돈에 신용대출까지 합쳐서 드디어 한 종목에 몰빵을 쳤다.


  결과는 1년을 넘게 버티고 있었지만, 주가는 하락. 전세금을 내어 주고 입주를 해야 되는 상황이 왔다.(이래서 여윳돈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투자금의 1/3 정도 손실이 나 있는 상태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내에게 얘기하고 원망을 들었다. 손실을 감수하고 팔아야 했다. 첫 몰빵인데 처참하게 실패다. 입주를 해야 되기에 주택담보대출을 예상보다 더 받아야 했다. 매달 내야 되는 이자가 늘어났다.


  몰빵은 했는데 여윳돈이 아니다. 손실을 회복하고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릴 수가 없는 돈이다. 이런 돈으로는 몰빵을 치면 안 되는 거다. 많은 것을 배웠다. 다음에는 꼭 여윳돈이 있을 때 대출까지 다시 받아서 몰빵을 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2년쯤 지났다. (2)에서 이어가겠다.


#몰빵 #스승님 #주식투자 #스토리 #가치주 #집중투자 #신용 대출 #입주 #실패 #주택담보대출 #엉뚱한 다짐

작가의 이전글 나의 첫 번째 살 집 마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