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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별 주택정책사 2

김대중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5. 김대중 정부(1998~2002)의 주택정책


가. IMF 외환위기 극복의 수단으로써 주택정책


김대중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외환위기의 상징이 된 수천 명의 노숙인은 서울역 지하도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였고, 하루에도 몇천 명씩 실직자들이 발생하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상황이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주택가격은 급락했다. 1998년 아파트 가격은 전국 13.36% 하락했고, 서울은 14.60%나 폭락했다.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금모으기운동 등 경제살리기를 국가의 명운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김대중 정부의 주택정책도 경제불황 극복과 대량 실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펼쳐진다. 건설산업 규제 완화, 토지거래신고 및 허가제 등 토지공개념 제도 완화, 양도소득세 면제, 분양가 전면 자율화, 분양권 전매 한시적 허용, 그린벨트 해제 등 1998년 초부터 2000년 말까지 연속적으로 발표하였다.    


나. 신자유주의적 경제회복으로 주택가격 폭등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 주택시장은 과열되기 시작한다.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신자유주의적 경제회복과 맞물려 폭락한 주택시장으로 유동자금이 몰리는 도화선이 되었다. 특히나 신규 분양주택의 분양가 자율화는 강남발 재건축아파트 분양가 폭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 주택시장은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상승의 불꽃이 점화되는 특징을 지닌다.     


2002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전년 대비 30.79%까지 폭등한다. 이에 정부는 기준시가 상향조정, 분양권 전매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2002년 1월), 서울, 5대 신도시, 과천 신축주택 양도세 비과세대상 제외 등 과세 강화(2002년 9월), 부동산투기혐의자 국세청 통보 및 세무조사(2002년 10월) 등 주택시장의 규제를 강화하였다.     


6. 노무현 정부(2003~2007)의 주택정책


가. 수도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주거복지로드맵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폭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한국경제는 점차 활력을 띠었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해 푼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은 컸다. 주택가격은 이미 2001년에 전년 대비 14.55%로, 2002년에는 22.78%나 급등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정권의 운명을 걸고 주택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은 물론 2기 신도시 지정 및 개발 등 공급정책도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는 서울을 꼭짓점으로 한 수도권 집중이 주택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하고 수도이전, 지방에 혁신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그랜드 정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최저주거기준의 설정 및 공고 ▴주거복지지표의 개발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공급 ▴노후불량주거지 주거여건 개선 등이 담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복지정책 추진지원>을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확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03년 5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한다.      


주거복지로드맵은 2003년 5월 28일 제6회 국정과제회의에서 제시되었는데, 주요 내용으로는 ▴소득 1분위는 임대료 지불능력 취약계층 ▴소득 2~4분위는 자가주택 구입능력 취약계층으로 구분하였다. 이에 소득 1분위에게는 임대료가 저렴한 소형 국민임대주택 및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의 공급 및 주거급여 확대 지원 등을, 소득 2-4분위는 국민임대주택 집중공급 및 전·월세 자금지원의 확대 공급 방안 등이 담겨있다.      


나. 주택가격 폭등으로 정책 체감도는 낙제점


노무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폭등은 멈추지 않았다. 주택시장 상황이 이러다 보니,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낙제점이었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국민의 기억 속에 노무현 정부가 주택가격을 최대로 오르게 한 정부로 남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내 가계의 소득수준은 빠르게 높아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소득이 늘어나면 고가의 상품인 주택구매에 참여자들이 증가한다. 당시 부동산 대책은 200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반복되었다. 대책을 발표한 초기에는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으나 일정 기간 이후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는 가구의 소득 증가, 물가상승률 안정화, 가구 분화, 양질의 주택(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의 주택가격 상승 요인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예측 실패에서 발생했다. 물론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주택가격 폭등을 대비하여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택지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탓도 크다. 


가격이 오를 때는 규제 강화를, 가격이 내릴 때는 규제 완화 정책만 반복하고 수요와 공급 그리고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일관성 있는 중장기 정책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통제력을 가질 수가 없었다.     


7. 이명박·박근혜 정부(2008~2016)의 주택정책


가. 이명박 정부 – 금융위기 도래로 인한 부동산 시장 규제완화


노무현 정부 시절 치솟기만 하던 주택가격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폭락하기 시작했다. 집값의 폭락으로 많은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구매자들이 하우스푸어(House Poor)로 전락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8년~2009년에는 서울의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하락을 버티다가 2010년부터 하락 시작하여 2013년 저점을 찍게 된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경기회복을 위해 부동산 규제 대부분 완화한다. 우선 세금 감면을 통한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등록세 감면 ▴양도세 완화 ▴종부세 세율 인하 등의 조치를 한다. 그리고 도시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절차 간소화 ▴재건축 소형의무 폐지 ▴안전진단 절차 단축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의무 건설 및 공급 폐지 등의 규제완화책을 내놓는다. 또한 구매자의 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데, ▴LTV 완화 ▴장기보유 특별공제 ▴분양가상한제 완화 및 폐지 ▴수도권 전매제한기간 단축 등으로 미분양을 해소하고 경기활성화를 도모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편입된 한국의 주택시장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까지 계속 하락한다. 금융시장의 자산상품이 된 주택은 더 이상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안정시킬 수 없는 시장(Market)이 된 것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 추진한 뉴타운 정책의 부작용이 심화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뉴타운 지역주민이 자신들의 재산인 집을 지키기 위해 뉴타운 사업 반대를 전국적으로 조직하고 저항했다. 뉴타운 사업 반대의 물결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해결되기 시작한다.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은평뉴타운 지정부터 시작된 서울시 대개조사업이었다. 한때 황금알을 낳던 뉴타운 사업이 집값 폭등,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을 발생시키던 중에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용산참사가 계기가 되어 주민저항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에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2012년 1월 30일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을 발표하면서 추진한 제반의 정책을 뉴타운 출구전략이라고 한다.     


나. 박근혜 정부 – 월세시대 도래와 민간임대활성화 대책


2013년 주택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태였다. 침체된 주택시장은 여러 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거래 부진으로 인한 미분양주택 증가, 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었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경기회복에 방점을 둔 주택시장 활성화 기조를 이어간다. 박근혜 정부는 ▴재건축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 ▴안전진단 완화 ▴청약 1순위 요건 완화(가입 2년에서 1년으로) ▴85㎡ 이하 민영주택 가점제 폐지 등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새로운 유형의 행복주택이라는 공공임대주택의 정책을 내놓는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나이와 세대에 대한 고려 없이 소득과 자산을 중심으로 입주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차이가 있었다. 행복주택은 도입 초기 님비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4년부터 자리를 잡아간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상황을 만들었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의 중앙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는 낮추고, 시장에 돈을 뿌렸다. 


당시 한국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시장이 변하고 있었다. 주택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자 임대인들이 임대이익을 얻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임차인들은 목돈마련도 가능하고 매월 지출되는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호했지만, 임대인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의 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해 월세를 선호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시장이 변화하자 전·월세 지원대책과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마련한다.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대책 차원에서 나온 것이 뉴스테이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주택임대시장을 안정화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뉴스테이처럼 소극적인 공급정책 중심의 정책만 추진하는 바람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에 안정된 시기였다. 따라서 임대차 3법 도입 등 주택임대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기에 좋았던 정책적 타이밍이었다.     


8. 문재인 정부(2017~2021)의 주택정책


가. 저금리와 양적완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2016년 봄부터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 자금들이 자산시장이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르던 주택가격은 10월에 고점을 찍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을 맞이한 11월부터 하락한다.      


그러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가격이 상승하였다. 이에 정부는 6월 19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을 발표한다. 곧이어 8.2 대책과 9월 5일 8.2 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한다. 이에 10월 24일 가계부책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주택가격의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정권의 강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한 주택가격 폭등이라는 비극의 씨앗을 제거할 수는 없었다.   

   

2018년 8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결혼 적령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20~30대 자녀들이 주택구매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주택임대 사업자들도 주택매입에 나섰다. 2017년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대책으로 임대사업자의 지방세·양도세·종합소득세 등 세제감면 혜택을 준 여파였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못 한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최대 실책이 바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대책이었다. 이 결과 8월부터 9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매주 1%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더구나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저금리와 양적완화 기조는 계속 이어지고, 풍부해진 시장의 유동성 자금은 주택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된다. 영끌족, 벼락거지 등의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주택가격은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임대차 3법을 도입한다.      


2020년 8월에 도입된 임대차 3법은 전세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입법되었지만 주택가격 폭등기에 도입된 것이 문제였다. 정책적 타이밍의 실기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 전 3년 2개월 동안 10.5% 상승했던 전셋값은 법 시행 후 1년 7개월 동안 27.3% 올랐다.     


당시 야당과 언론은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공급부족론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진단이 아니었다. 양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패를 부각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한 것이고, 언론도 다를 바가 없었다.      


공급부족이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공급량이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는 2022년 5월(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집값의 폭락을 설명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 폭등의 주요인은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었다. 반대로 2023년 현재 집값 폭락의 주요인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고금리의 영향이 크다.     


나. 26회나 발표한 주택정책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26번의 크고 작은 주택정책을 발표했다. 2017년부터 주거공공성 강화를 주택정책의 기조로 삼고 주택정책을 발표했는데, 집값 폭등이 공급부족론이라는 야당과 언론의 공격과 민심 이반에 따라 임기 후반부였던 2020년 5월부터는 공급 중심의 정책에 무게 중심을 실어 발표했다.    


그러나 빈번한 주택정책의 발표는 오히려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 포함된 하위 자산시장인 한국의 주택시장은 정부의 정책으로 집값을 안정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주택가격의 하락을 맞기 위해 금리인하 정책을 쓸 수 없듯이, 문재인 정부 또한 주택가격의 폭등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이라는 처방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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