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주거 정책, 국가책임제로 전환해야

주거, 일자리, 양육에서 시장의 실패와 신자유주의

시장은 인류의 역사 이래 언제나 존재했다. 인류에게 시장은 선물이었다. ‘시장’이 있었기에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러던 시장이 ‘신자유주의’라는 옷을 입더니 인류의 축복에서 인류를 짓누르는 괴물이 되었다. 현실 속 시장은 시장기능의 실패로 청년과 서민들에게 ‘위기와 불평등’만 나눠주었다.      


20세기 후반은 큰 정부의 실패를 주장하며 영국의 대처 수상,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신자유주의는 정치사회 영역에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국가와 국민 개개인의 계약, 국가 개입주의 입장의 큰 정부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절 기능이 인류에게 자유와 해방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개입주의를 옹호했던 진보주의가 주장하고 실천했던 주거, 교육, 일자리 분야의 국가 책임을 시장의 책임 아래에 두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개개인을 살인적인 경쟁압력으로 내몰았고,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신화가 붕괴했다. 신자유주의 시장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위기를 낳았고, 강한 경쟁압력을 발생시켜 한국에 세 가지 위기를 불러왔다. 인구감소 위기, 지방소멸 위기, 주거.고용.교육 불평등의 위기, 이 세 가지이다. 언급한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인구감소의 위기부터 보자. 한국은 초저출산이 20년 이상 지속되어 인구구조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을 보면 전국 0.78명이고, 서울 0.59명이다. 세계 최하위 출생률이다. 이런 초저출산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압력’과 ‘일자리, 주거, 양육에 대한 불안’이 원인이다. 청년들은 결혼을 연기하고 출산을 회피하고 있다. 한국은 경쟁압력이 매우 높은 사회이다. 사회적으로 경쟁이 심한 환경에 사는 개인은 경쟁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피한다.      


2023년 11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초저출산 및 고령화사회 :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에 따르면, ▲청년층의 고용률 높고, 실질 주택가격이 낮을수록 ▲도시의 인구집중이 낮고,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높을수록 ▲가족 관련 정부지출이 높고, 육아휴직의 실제 이용 기간이 길수록 출산율은 올라간다고 한다.     


불평등의 위기를 보자.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지역, 소득, 자산, 교육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며, 그들의 자녀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산의 세대보다 좋아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주의는 지역과 교육, 소득과 자산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양극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살인적인 경쟁압력의 결과 초저출산 사회가 되었고, 인구절벽의 위기 속으로 빠져 헤어 나오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주의는 파산했다. 이 방식으로는 한국에 닥친 인구감소 위기, 지방소멸 위기, 불평등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이 위기들을 풀어가려면 주거, 일자리, 양육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살인적인 경쟁압력을 해소해야 한다. 즉, 일자리와 주거, 양육 불안과 경쟁압력을 낮추려면 국가가 책임 노동시장개혁, 혁신적인 주거정책, 지역 불평등을 해소하는 균형발전 정책, 가족 중심에서 아이 중심으로 정책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고비용 상품이자 필수재인 주거(주택)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한국의 주거정책은 시장과 가족 중심 정책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택가격 변동에 따라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곤 했다. 시장에 맡겨진 서민 주거문제를 정부 개입주의를 넘어 국가책임제로 전환할 때 서민의 삶이 안정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주거정책은 주택가격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집값이 오르자, 규제 정책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 대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했다. 반면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집값이 내리자, 규제 완화 정책으로 투기 수요까지 시장으로 불러드려 '시장을 살리려'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LTV(주택 담보 대출 비율), DTI(총부채 상환 비율)의 역대 정부별 규제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주거정책은 시장과 국민의 신뢰 잃고, 아무도 믿지 않는 정책으로 전락했다. 물론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정부가 썼던 정책이 다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주택 시장 변동에 대응할 필요 자체는 인정한다. 문제는 주택 시장의 변동성(가격의 급-등락)에 따라 주거정책의 방향을 180도 바꾸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더 이상 정부 정책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의 변동성이나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주거정책 말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할 주거정책이란 과연 무엇일까? 상실한 주거정책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주거 국가책임제’ 아래 정책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구독자는 오마이뉴스 링크를 클릭해주셔요.

오마이뉴스 https://omn.kr/27id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