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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모리 Sep 18. 2023

진짜 어른되기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어른'이 되지만 '진짜 어른'은 되기 쉽지 않다. 만 19세가 넘으면 내가 되고 싶지 않아도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길 바랬던 많은 청소년들은 20세가 되면 기뻐한다. 합법적으로 술도 마시고 담배도 구매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라는 노동을 통해 직접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경제적 독립, 정신적 성숙, 자아정체성 확립, 자녀 출산, 노후 준비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어른은 본인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고 돈을 벌면 납세를 해야 하며 돈을 벌지 않으면 일자리를 구해야 하고 사회 생활을 위해 경력을 쌓거나 절차를 지켜야 하며 개인의 기술력, 처세술, 예의범절을 익혀야 한다.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남성의 경우, 재수와 군대, 취업 준비 등 시간이 더 지체되면 나이는 어느 새 30이 된다. 


혹자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은 존경받는 어른이다. 존경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직업이나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거나 많은 자격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존경받을 만한 말을 하거나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한다. 요즘 들어 개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누군가를 존경하거나 따르는 것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존경받는 방법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닫고 많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러 나온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며 청중들을 웃거나 울게 만든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도 하고 누군가를 깨닫게 하기도 한다. 청중이나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공감을 일으킨다. 아니면 자신의 많은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본인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데도 말이다. 


혹자가 유명인들 중 존경하는 사람에는 김창옥 교수와 오은영 박사가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뿌리깊은 사회 문제 속에서 탄생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이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국의 현대 사회에서 그들이 일으키는 공감은 크다. 그들은 타인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그들의 모든 강의를 듣고 이해한다면,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심리를 전부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에도 굉장한 도움이 된다. 그 사람이 가족이든 남이든,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어떤 것이 행복한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혹자의 지인 중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고모부이다. 그 분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인생을 바쳤던 분이다. 시설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도 힘써 오신 분이다. 나 챙기기도 바쁜 요즘 시대에 특히 귀감이 되는 분이다.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타인을 돕고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한 삶은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수많은 감정 노동이 마찬가지겠지만, 타인의 모든 삶을 이해하기란 어려우며 사람 다루는 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길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일반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독거 노인, 독거 청년뿐만 아니라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노인 복지 시설, 노숙자 복지 시설 등 수많은 복지 시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며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도 정치가 있고 경제 생활이 있으며 상하 관계가 있고 남녀 문제가 있다. 사회 복지 시설에서 조금이라도 일해본 사람이라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 특히 대기업들은 사원들을 '진짜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검증된 강사를 비싼 돈을 들여 초빙하곤 한다. 성인이 된 많은 사람들은 진도 빼기 바쁜 학교 선생님들은 거의 기억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영감을 주거나 울림을 준 강사들은 꼭 기억하기 마련이다. 물론 학교 선생님들 중에도 좋은 말, 유익한 조언을 해준 선생님들은 기억하곤 한다. 혹자 또한 군대 내 초빙 강사나 사설 기관의 강사들 중에서 존경할만한 몇몇 강사들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말을 끊김없이 잘하는 건 기본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만족스러운 강의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혹자는 그들이 예술가와도 같다고 느낀다. 그들에게 강의 하나하나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가수들이 목소리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그들은 그들의 말솜씨에 PPT 같은 자료를 곁들여 작품을 청중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인턴 생활에 경험한 한 강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군대에서 오랜 장교 생활을 마치고 퇴역한 후 제2의 삶을 찾아야 했다고 한다. 그는 군대 내에서의 인맥 관리를 통해 전국에 흩어진 예비군 장교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며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직업지도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공부도 하고 강사 일도 하며 20개가 넘는 자격증을 따고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먹었음에도 자기 자신은 계속해서 가르치고 이루고 싶은 것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삶에 여유가 있고 충분한 경험을 쌓았으며 간섭할 사람이 없으니 나이 먹어서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학비 마련하느라 알바 하느라 경험 쌓느라 공부에 할애할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리고 안정적인 직업이 없거나 조언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또한 강압적이거나 독선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모 하에서의 성장,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질투심 또는 학교 폭력,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 빚이 많은 부모, 사건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등 많은 환경적 요인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스트레스가 크면 특정 취미에 중독되는 등 하루하루 그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일종의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주어진 시간들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도 낭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진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가 우리의 주변 상황 또는 환경과 자기 자신을 오롯이 스스로 통제 가능할 때 '진짜 어른'으로의 성장이 가능하다.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방해물을 치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야 삶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고 인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우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어른이 꼭 선생님이거나 유명한 사람이거나 세계적인 학자일 필요는 없다. 울림을 주는 가사를 쓰는 인디 가수가 될 수도 있고 좋은 태도와 리더십을 가진 운동 선수가 될 수도 있고 삶의 지혜와 지조를 가진 동네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 우상의 발끝부터라도 차근차근 따라가려고 하는 그 움직임 또는 그 순간이 바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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