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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Apr 03. 2023

성덕의 최상위 레벨

"얼마 전 난 완전 성덕이 되었다. 덕계못을 깨고!!!! "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거다.

성덕은 성공한 덕후를 말하는 것이다. 덕질하는 연예인을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자리에서 만나게 되거나  나라는 존재를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알게 되거나 같이 사진을 찍거나 혹은 무대, 화면 밖에서 직접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성덕이라 부른다.

덕계못이라는 말은 덕후들은 계를 못 탄다는 말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무대나 공연장에서 만 볼 수 있고 개인적인 자리, 길 가다 보거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난 성덕 중 최고 공식적인 일정이 아닌 개인일정에서 그분을 만났고 직접 사진도 찍었다. 물론 내가 덕질하는 이 오빠는 나를 이미 닉네임으로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난 이미 성덕이었던 상태였지만, 직접 바로 코 앞에서 드디어 만나게 되어 난 성덕 레벨 중 가장 최상위 레벨이 되었다. 


아직도 그날의 일이 꿈만 같고 믿기지 않는다. 퇴사가 나한테 이런 기회를 주었음에 감사했다. 만약 내가 일하고 있었으면 3월 평일에 오빠를 절대 만날 수 없었을 테니... 나쁜 상황이었던 것들이 계속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런 걸 보면...


내가 경험한 성공한 덕후의 여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덕질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성덕이 된 나의 경험이 다른 분들에게 성덕으로 가는 도움이 되고자 나의 경험을 공유해 본다.  몇 년 사이 젤 재미있는 신나는 일을 경험했기에 소개해 본다. 


1. 덕질의 시작 

 덕질의 시작은 2015년이었다. 그때  런던에 있었다. 유학생이었던 나는 한참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전공하는 과는 TESOL이었고 전공의 특성상 아시안 학생이 많았다. 유럽 학생도 있기는 했지만... 한국 학생들이 가면 중국, 일본 학생들과 친해지게 된다. 이나라 아이들과 친해지다 보면 여러 가지 문화적, 역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던  일본 친구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고 설명해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어느  나는 영상으로 라도 보여 주고 심각성을 느끼게 하고 싶어 유튜브 영상을 찾기 시작했고 그때 마침 애니메이션으로 위안부 이야기를 영어 버전으로 만든 것들이 있어  친구들을 보여  적이 있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알다시피 영상 하나를 보면 그와 관련된 것들이 나오게 마련인데 그때 당시 내가 좋아하는 이분이 기부 활동을 많이 했었나 보다 기부한 연예인들 영상들을 보다 보니 이분의 연예계 활동, 방송 관련 컨탠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나의 덕질의 시작이었다. 그 당시에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던 이분의 활동 덕에 난 많은 영상을 추천받게 되었다.  논문 쓰느라 바빴던 나는 머리 식힐 때마다 추천해 준 영상들을 보았고 그 시간이 나를 꽉 막히고 답답했던 복잡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활력소 같은 것이었다.

대학원 졸업  다시 오기 싫었던 한국에 다시 와야 했다. 한국에 와서 2-3년을 방황했다.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고 끊임없이 한국을 떠날 궁리만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에 오자마자 사귀었던 남자랑도 헤어졌다. 그나마 남자친구를 만나며 마음을 붙이고 있었는데 더욱 마음  곳이 없었다. 그때도 이 오빠가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빠의 앨범도 사고 오빠의 모든 sns 팔로잉을 시작했으며 직접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덕질의 세계로 본격 진입했고 방황하던 나의 마음도 포기하는 마음으로 바뀌며 한국에서 열심히 살자, 현실에 적응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2. 성덕의 입문 


2019년 공연으로 기억한다. 팬들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오빠는 선물 대신 팬들의 팬레터를 받는다고 했다. 그 공연 이후 다음 공연 할 때도 공연장 한 구석에 우편함을 설치했었다. 같은 공연을 여러 번 갔지만 매번 팬레터를 쓰지는 않고 공연 갈 때 가끔 우편함에 넣어 놓곤 했다.  '오빠가 읽을까? 아니야 읽으려고 받는 거니까 읽겠지? '라는 혼자 만의 생각으로 정성껏 무슨 내용을 쓸지 고민했다. 팬레터를 쓸 때는 내가 마치 중고등 학교 때 좋아하던 선생님을 생각하며 편지 쓰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런 정성이 통했는지 이 오빠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팬들의 편지를 읽어 준다고 했다. 기대 없이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정말 내 편지가 읽혔다. 이것만으로도  난 성덕이었다. 하늘을 날듯이 기뻤다.


3. 나의 존재를 알리다

오빠에게 편지를 읽히고 난 후 난 오빠가 팬들에게 참여 요청하는 것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튜브 영상에 댓글도 열심히 쓰고 sns 계정에 좋아요도 눌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용한 팬의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생일 하루 전날 오빠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계획하고 있는데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는 말을 했다. 주제에 맞는 사연을 음성 녹음 해서 그날 저녁까지 보내라고 했다. 방송일이 마침내 생일이어서 오빠가 내 사연을 읽어 주면 좋겠다 싶어 2시간을 공을 들여 주제에 맞는 내용을 작성하고 녹음을 했다. 쉽지 않았다.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듣는 사람이 편할 것 같아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것 같이 않게 자연스럽게 읽으려 노력하며 녹음을 10개를 했다. 그중 젤 나은 것 을 골라 보냈다. 방송일은 내 생일이었고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랑 생일 저녁을 먹기로 이미 약속이 잡혀 있어서 취소할 수 없어서 진짜 밥만 먹고 집에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라이브 방송은 시작했었고 처음을 놓친 나는 시간차를 두고 첫 부분을 듣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금 내 사연이 방송되고 있다고 너무도 기뻤다. 이건 나의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 느껴졌다. 


4. 기억을 하다

그 후 또 한 번 사연이 당첨이 되는 계기가 있었다. 처음엔 글로써 나를 알렸고 두 번째는 목소리로 오빠에게 나를 알렸다. 이번엔 얼굴로 오빠에게 나를 알리는 상황이 주어졌다. 그건 다름 아닌 팬들과 zoom을 이용한 라이브 방송을 하겠다는 오빠의 계획이었다. 이번에도 오빠가 주제를 제시했다.  주제에 맞는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난 또 열심히 생각했다. 뭘 쓸까? 오빠가 채택할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sns 댓글에 써야 하는 만큼 길지 않고 짧지만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생각했다. 고민 끝에 브런치 작가 응모해서 당첨된 내용을 짧게 써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그 내용이 맘에 들었는지 오빠가 채택해 줬다. 그렇게 난 온라인으로 얼굴을 보며 오빠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때부터 확실히 오빠는 나를 기억하기 시작한 거 같았다. 


5. 최상위 레벨 성덕이 되다 

사연에 같이 당첨되었던 분들과 계속 연락하게 되었다. 우리끼리 오빠 없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고 실제로 다른 팬들과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같이 공연도 보러 가고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다른 팬들과 같이 지내며 친목도 다지고 오빠 공연 할 때 서포터도 같이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덕질이 재미있어졌다. 혼자 하는 것보다 친구들이 생기니 그 사람들과 오빠 얘기도 하고 각자 사는 얘기 들으며 나의 인간관계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다 오빠가 내가 알고 있는 팬이 운영하는 카페에 방문하게 되면서 난 오빠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오빠를 만나고 오빠에게 나를 소개했다. 오빠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진도 찍고 오빠랑 대화를 했는데 오빠가 한 말은 기억나지만 내가 한 말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옆에 같이 있던 덕질 친구가 짧은 영상을 찍어 줘서 내가 오빠와 말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저랬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살면서 가장 긴장했던 몇 번 안 되는 순간이 바로 오빠를 만나기 전 30분 동안이었던 것 같다. 오빠를 만나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던 우리는 남아서 소주를 더 시켜 마시고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6. 성덕의 조언

나는 성덕이 되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일 같아 보이지만 내가 덕질에 입문해서 만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오빠는 팬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해오는 사람이라 이 모든 게 가능했다. 모든 오빠 분들의 성향이 내가 좋아하는 오빠와는 성향이 다를 꺼라 생각된다. 하지만 모든 건 오래 끊기 있게 꾸준히 하는 사람이 반드시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의 팬이 되고 그리고 과하지 않게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 주면 그분들도 팬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길 것이고 여러 가지 경로로 보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처럼 이렇게 만나게 되는 기쁜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 덕질을 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선을 지키는 것!!!!! "


선을 지키는 것이 참 어렵다. 그 선이라는 것이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그 적정선은 바로 이런 것이다. 


1. 찾아가지 않기 

2. 본인 입맛대로 맞추려 하지 말기 

3. 무리한 부탁 하지 않기 

4. 있는 그대로 봐주기 


막무가내로 오빠를 찾아가거나 앨범을 사고 공연을 보러 가는 소비자이니 소비자의 입맛에 아니 본인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팬들을 본 적이 있다. 소비자도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걸 다 어떻게 맞추랴!!! 오빠들도 연예인 이기 전에 평범한 사람이고 그들의 의지와 생각이 있는 것이다. 본인들도 직장 상사, 부모님 말도 잘 안 들으면서 내가 너의 팬이니 내 말 들어라 하는 팬은 정말 안되었으면 한다.


난 너무도 행복한 덕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한 덕후들은 묵묵히 오빠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응원해 주는 사람이 진짜 덕후라 생각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덕후들도 행복하고 건강한 덕질 생활 하시길 바라며 성덕이 되는 그날까지 존버하시길.......





* 내가 덕질하는 그분의 사진이나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나의 소중한 기억이기도 하고 오빠의 초상권 또 여러 가지를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저랑 덕질 같이 하는 덕질 친구분들은 아는 내용이긴 하지만 저의 마음 존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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