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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Apr 11. 2023

J의 삶에서 P의 삶으로 살아보기

백수 2달째

3월이 지나고 4월이 시작되었다. 겨울은 이미 다 지났고 봄보다는 초여름이 온 것 같은 날씨이다. 3월 한 달 사람들도 만나고 내 물건 정리도 하고 바쁘게 바쁘게 지냈다. 실업급여도 신청했다. 그동안 뭔가 계획을 하며 살아왔다... 회사 생활은 크게는 년간, 학기별, 분기별, 월간, 주간, 일일 계획을 세우며 다이어리에 컴퓨터에 포스트잇에 써가며 잃어버리는 일 없이 하나하나 처리해 가야 하기에 모든 것을 적고 체크해 가면서 일을 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계획을 세울 일이 없어졌다. 온전하게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3월 내내 일에 대한 계획이나 내가 뭘 해야 하는 계획은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을 만날 약속 잡는 계획만 세웠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오랜 친구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 유학 갔을 때 만난 친구.... 일주일에 매일 나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7일 이면 많으면 5일 사람들과 만나고 나머지 2일은 집에서 침대와 물아일체를 이루며 붙어 있었다. 이게 지루해지면 옷 정리를 하고 집에 있는 모든 서랍을 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들은 매우 즉흥적으로 했다. 갑자기 손톱 깎으려다 손톱 깎기가 있는 서랍이 지저분하면 거길 정리했다. 처음에 그 서랍을 열었던 이유를 망각 한채... 서랍을 정리하고 내가 여길 왜 정리했었지? 하다가 손톱을 깎으려고 했다.라는 답을 찾고 손톱을 깎았다.

3월 말이 되자 뭔가 불안해졌다. 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그래서 뭔가 해야지 하고 리스트를 만들었다. 다 읽지 않고 중간까지만 읽다 만 책들을 찾았다. 재미가 없어서 읽다 만 책도 있고 읽기가 너무 힘들어서 읽다만 책들도 있어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책들을 놓았다. 잠이 안 오면 이걸 봐야지 하며...

그렇게 마음먹고 계획을 세운 지 2주..... 책은 단 한번 들고나가서 커피 마시며 읽은 게 다이고 잠이 오지 않는 날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영드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매주 블로그를 쓰고 브런치 글을 쓰자고 다짐하며 나름 주제도 정하고 계획을 세웠지만 블로그에도 겨우 두 개 글을 쓰고 브런치 글도 겨우 지금 쓰고 있다. 이것마저 안 하면 정말 게으름의 끝판왕 같고 나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이렇게 편하게 지내도 된다고??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요즘 사람들을 만나 브런치를 먹으러 나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며 난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하나하나 계획한 것을 해치워 가며 살 았을까?  


출근하며 학부모님들과 간담회나 미팅이 있는 날에는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출근하고 그런 미팅이 끝나면 피드백받아 놓은 것 약속한 것 언제까지 하겠다 생각하며 스케줄링하며 지냈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너무도 평온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냥 무계획으로 지내고 있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양가감정이 든다.


'뭘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 뭘 위해... 돈을 조금 벌어도 편하게 살자!!!' 이러다가
'아니야!!!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목표를 이루며 돌진해 가는 게 좀 더 재미있는 삶 아닐까?

이런 갈피 속에 난 정말 어떤 길로 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모든 게 혼란스럽다.

이것 또한 계획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어서일까? 나의 불안함의 근원은 어쩌면 무계획적인 생활에서 오는 것이라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좀 쉬라고... 그렇다.. 시작하면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해서 항상 내가 지칠 때까지 일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말하는 것도 안다.

또 언제 놀까? 싶어 이걸 즐기자!!!!  

나도 P 들의 삶처럼 그냥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이 백수 생활을 즐기는 것 에도 난 J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매번 미리미리 일주일 전에 약속 정해서 만나고 있다. 그냥 한번 지금 보자라고 번개를 할 수 도 있는 건데... 우리 내일 만나자 할 수 도 있는데... 그냥 한번 계획 없이 지내보는 것도 뭔가 새로운 삶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또 난 P로 지내보자고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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