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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May 06. 2023

다음 발걸음을 떠올리다 - 2028년 1월 1일

노마드의 삶을 시작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은퇴를 했다. 원래 계획은 회사 정년인 60세까지 꽉차게 일을 하고 퇴직을 할 작정이었으나 계획했던 일들이 생각보다 잘 풀려서 “일”이라는 평생의 족쇄를 일찍 풀어버리게 되었다. 그간 버텨온 내가 대견하고, 새롭게 펼쳐질 것들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조기 은퇴 후 아내와 나는 노마드의 삶을 살기로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그 지역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그곳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고,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7월에는 환상적인 날씨가 지속되는 발리, 11월에는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태국으로, 4월에는 봄의 싱그러움이 시작하는 한국, 5월부터는 청명한 날이 계속되는 캐나다 서부 혹은 유럽으로 갈 것이다. 발리에서는 요가를 배우고, 서핑을 즐길 것이다. 태국에서는 골프를 치며, 학대받던 코끼리도 돌보고, 맛과 향이 풍부한 그들의 요리를 배울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지친 몸을 정비하고, 다음 여정을 준비할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트래킹, 캠핑과 낚시로 시간을 보내고, 유럽에서는 미술관과 와이너리를 투어할 것이다.

여행을 다니며, 난 담담히 그곳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길 것이다. 생동감 넘치는 비디오 영상도 좋겠으나, 사유와 여백이 담긴 글과 사진이 아직은 편하고, 끌린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7년 전 선배와 시작한 글쓰기가 어쩌면 이런 상황을 염두하고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과 사진이 돈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으나 우선 꾸준히 좋을 글과 사진을 남기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다만, 한가지 남은 걱정은 아이들이다. 첫째는 다행히 대학에 들어가게 되서 기숙사에 들어가면 되는데, 막 고등학교에 들어간 둘째는 같이 여행을 다닐지 아니면 한국 또는 외국의 기숙학교에 보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둘째도 같이 노마드의 삶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지만, 고등학교까지는 제도권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할 일이다. 


노마드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뒤 준비한 것은 두 가지다. 바로 건강과 고정적인 수입처인데, 건강을 위해 매일 꾸준히 운동을 했고, 균형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고정적인 수입처를 만드는 일은 길고도 힘든 과정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아이템을 찾아보고, 공부하고, 적용해 보면서 난 나만의 현금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냈다. 사실 이 파이프라인이 계획보다 일찍 완성되어 조기 은퇴가 가능했던 것이다.

첫 정착지는 푸켓이다. 아내와 나는 이제 내일이면 그곳으로 떠날 것이다. 여행의 설렘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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