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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Jun 24. 2023

원 나잇 인 방콕(메이)

그녀의 이름은 메이다. 아속역 근처 마사지샵에서 일하는 그녀는 30년도 넘게 이 일을 했다고 했다. 더운 날씨지만 전통 태국 복장을 단정하게 입은 채 그녀는 나에게 최고의 마사지를 선사했다. 그리고, 꿈을 꾸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베트남을 거쳐 도착한 방콕은 베트남보다 한결 덜 더운 것 같았다. 쌓인 피로도 풀 겸 숙소를 나와 길을 좀 걷다가 눈에 띈 마사지샵에 무작정 들어갔다.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점원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이곳에는 마사지사가 전부 남자인데 괜찮겠냐고 말이다. 난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그 가게를 나와 옆 가게로 갔다. 웬걸 그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간 방콕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당황해하던 찰나, 방금 내가 나온 가게에서 나온 점원이 거리 한쪽을 가리키며 그 마사지샵에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메이의 마사지샵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언가를 먹고 있던 여자 마사지사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가게는 깔끔했고, 은은한 음악과 향이 났다. 난 오일마사지를 청했고, 속옷만 걸친 채 메이로부터 마사지를 받았다. 그녀의 마사지는 대단했다. 손바닥을 이용한 부드러운 터치는 몸의 감각을 깨우고, 그녀의 가는 팔꿈치는 근육 사이에 쌓인 피곤함을 풀어헤치고, 스르륵 녹여주었다. 


마사지를 하면서 그녀는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그녀는 갑자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녀에게는 “계획”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을 하러 부산 혹은 인천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부산을 발음하는 그녀의 말은 또렷했고, 확신에 넘쳤다. 하나뿐인 딸이 35살이 되어 이제 자기 앞가림을 하게 되어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한국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 목적도 있지만, 그곳에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바트의 팁을 건네고, 마사지샵을 나오는데 그녀가 힘주어 말하던 “플랜"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어와 한국어를 떠듬떠듬하는 50대 태국 여인의 소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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