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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그란 Oct 29. 2022

도전하고 있나요, 도망치고 있나요?

(Feat 마흔 살에 간호대학에 입학한 엄마)


  누군가 나에게 인생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말하고 싶다.





 꿈은 접어둔 채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윌터,  상상만 하던 그가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으러 떠나면서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얼마 전, 엄마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엄마가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셨다. 간호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을 하신지 15년 만이다. 엄마는 30대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가장이 되어서 생계를 위해 간호조무사가 되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40대에 간호대학에 들어가셨고, 50대에 대학원을 졸업한 전문간호사가 되어서 올해 장관상을 받으며 명예롭게 정년을 맞이하시게 되었다.


 내가 도전 중독자(?)로 살아가는 것도 이런 엄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엄마는 늘 꿈을 꾸었고 그 꿈들을 하나씩 이뤄가셨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도전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생활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 것 같다. 또 도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느끼게 될 좌절감이 두려워서 시도해보지 않고 도망가게 된다. 





 한때는 카메라에 들어가는 필름을 코닥이라고 부를 정도로 필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코닥은, 디지털카메라가 부상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든 것 역시 코닥이었다. 기업 내부에서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시장을 위협한다고 판단하여 상용화를 사양했고, 도전하지 않은 결과, 파산의 길을 걷게 된다.


 '코닥 모멘트'는 피사체가 빛나는 순간, 사진으로 남길 만한 멋진 순간을 뜻하는 말이었다. 코닥이 파산한 이후 '코닥 모멘트'는 시장이 변화하는 대변혁의 시기, 선제적 대응 여부로 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변화의 순간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1>





 거의 4개월 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데 전에 썼던 글이 다음 메인 구석에 오르면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경험한 뒤 관종인 나는 투고에 대한 부담이 생겨버렸다.


 사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오늘 시험을 본 뒤 합격에 대한 내용으로 멋드러지게 글을 남기고 싶었다. 결과는 1차만 합격이고 2차는 2문제 차이로 불합격하게 되었다.


 "퇴사해도 이것, 저것 다 도전해서 하고 싶은 것들 이루면서 살고 있습니다~ 짠~" 이란 근황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동화책이 아니라서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은 과정을 경험할 단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예전엔 단기간에 결과가 안 나오면 도망치기 급급했다. 어딘가에서 본 글처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그래도 퇴사테라피로 회복탄력성이 생겼는지, 오늘 가채점 결과를 보고 잠시 동안만 낙담했고 도전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를  누군가가 '도전은 모욕할 수 없는 용기'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한 문장 같다. 윌터가 했던 모든 도전들은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상상으로 남았을 것들이다. 인생에는 도전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도전은 그 누구도 모욕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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