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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그란 Nov 22. 2023

어긋난 인정욕구, <홍학의 자리>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유괴의 날'은 배우 윤계상의 재발견이라는 평가와 함께 1.8%로 시작해 결말까지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인기몰이를 했다. '유괴의 날'은 한국 스릴러의 대표 작가인 정해연 작가님의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재밌게 본 뒤 원작을 찾아봤고 휘몰아치는 반전으로 극에 몰입을 더하는 줄거리와 작가님 특유의 유머코드가 가미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 그 사람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듯이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고 '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한 반전!'이라는 평가가 있는 홍학의 자리를 읽었다.  



1. 홍학의 자리 줄거리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  

 진평군에 있는 은파고등학교 유부남 교사 김준후는 홀로 야근을 하던 날, 외도 상대인 학생 채다현의 '나쁜 짓 하자'는 문자를 받고 늦은 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사랑을 나눈다. 멀리서 들려오는 경비원의 인기척에 김준후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홀로 교실을 나선다. 다현이 무사히 돌아갔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돌아온 교실에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칼과 나체인 상태로 끈에 매달린 다현을 발견한다. 몇 번이나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만 다현은 숨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타살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신고를 하면 진범을 밝힐 수 있겠지만 다현의 몸에 남아있는 정사의 흔적에 김준후는 본인의 위신을 생각하며 다현을 호수에 유기한다.  

 고교생 채다현 실종사건은 강치수 형사의 조사로 시작되고 며칠 뒤 시체가 호수 위에 떠오르면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된다. 수사과정에서 다현의 죽음과 관련해 의심할 만한 인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강치수 형사와 김준후의 대화를 통해 첫 번째 반전을 마주한다.


2. 인상깊은 문장      


호수는 모든 것을 잊은 듯 잠잠해졌다. 바람이 불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엉망으로 자라난 풀들이 부딪치며 자극적인 소리를 냈다. 준후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뒤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생명을 가진 것은 그가 유일했다.


"아루바라는 섬이 있어요." 다현이 홍학에 대해 얘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네델란드에 있는 곳인데, 거기에 가면 홍학을 볼 수 있대요. 다른 곳에서도 볼 수는 있는데, 거기서는 홍학한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만질수도 있대요."


다현이 죽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준후는 조금 놀랐다.



3. 느낀점


 채다현을 죽인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허를 찌르는 반전들이 몰입감을 더해준다. 이혼을 생각하고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지만 아내와 자식을 두고 외도의 저지른 김준후의 행동은 당연히 비판받아야한다. 외도의 상대방이 된 채다현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미성년자인 다현에게 옳고 그름을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단 한 명도 있지 않았다는 것에 작중에서 강치수 형사도 느꼈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출처 : pixbay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제목에서도 언급되는 홍학의 암컷은 둥지 위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알 을 품은 지 30일 만에 부화하고 알에서 나온 새끼는 작은 군집을 이룬다. 다른 의미도 포함되었겠지만 친한 친구도 없고 속한 군집도 없던 홍학이 다현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채다현은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확인받으려 한다.


 작가의 말에 나오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변질되었을 때 어떤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는지 우리는 많은 일을 통해 배웠다. 부모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던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고, 자신을 무시한다며 이웃 주민에게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당신은 누구에게 인정받고자 하는가.
그 인정에 중독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SNS에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인정욕구는 현대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 같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은 자기가 생존하는 것을 확인하는 일로 살아갈 목표까지 생기게 하는 기제라고 한다. 어느새 나 자신은 사라지게 된 변질된 '인정욕구'가 힌트였고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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