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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장감수성 Dec 20. 2024

떨어지는 교권에는 날개가 없다-6.5

라떼 교사의 인권침해(?) 이야기

학생 소지품 검사는 인권침해다.


  학생인권 공동사례집을 보면 인권침해를 하지 않는 소지품 검사는 3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 학생이나 교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을 가지고 있을거라 예측가능한 경우

2.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

3. 소지품 검사를 받는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3번만 약간의 보충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교실에서 30명을 한꺼번에 소지품 검사를 진행한다 가정하자. 이 때 학생들은 자신의 소지품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게 되는데 이러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검사 과정에서 주머니를 뒤지게 되면 신체접촉이 벌어지는데 이 또한 공개된 장소에서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급티를 입기 위해 걷어놓은 30만원이 분실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을 교실 뒤로 나가 서있게 한 후 교실을 돌아다니며 책상과 가방을 확인하였다. 공동사례집에 따르면 이 담임교사의 행위는 3가지 요건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다. 덧붙여 만에 하나 그 과정에서 범인(?)을 찾게 되면 범인은 학교생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인권침해 외에 추가적인 피해도 예상된다고 명시하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위 내용에 얼마나 동의하시는지 묻고 싶다. 정말 내가 인권감수성이 낮아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에. 백만번 양보하여 저 말이 다 맞는 말이고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꼭 실천해야 한다고 해보자. 현장 교사들에게 이건 그냥 어떤 경우라도 학생 소지품 검사를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다. 도달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완벽하지 못하면 죄인으로 만드는, 차라리 종교의 영역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교사들은 끊임없이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

"아 나의 부족한 인권감수성이여! 아직도 갈 길은 멀었구나. 앞으로 계속해서 정진해나가겠습니다!!"

  사실 이 불가능한 도달점을 정복하기 위한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교사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으면 된다. 학생이 학교에 무엇을 가지고 등교하건, 그걸로 무슨 짓을 벌이건, 돈이 얼마가 없어지고 어떤 물품이 사라지건간에 말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학생은 제일 처음 교사에게 말한다. 이제 교사는 답을 한다.

"응 그래."

"저런, 어쩌면 좋지?"

여기서 끝. 억울함은 셀프로 해결해야 한다. 자력구제다. 예전처럼 자경단을 만들거나 선도부를 부활하여 자치경찰제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선도부의 학생생활지도권을 인정하지 않는 학생인권전문가들과도 논쟁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이들을 무슨 말로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초등학교 1학년 교실로 오면 아주 뻔뻔한 도난 사건이 수시로 발생한다. 내 마음에 드는 작은 악세서리나 인형, 혹은 포켓몬 카드 같은 것을 보면 바로 마음이 생긴다. 견물생심의 원리다. 문제는 학생들이 아직 어리기에 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점. 내가 뻔히 모고 있는데 그냥 가져다가 자기 서랍 안이나 가방에 넣어버린다. 그리곤 원래 자기거였다고 우긴다. 나는 그냥 서랍을 뒤져서 원래 주인에게 물건을 돌려준다. 가방에 넣어두어도 주머니에 넣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서너번 하면 더이상 내가 뒤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손바닥을 펼치며 내놓으라고 하면 다들 순순히(?) 내놓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소지품검사를 하지 않는 인권친화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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