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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장감수성 Jan 05. 2025

떨어지는 교권에는 날개가 없다-7.4

라떼 교사의 인권침해(?) 이야기

"선생님, 저 우리 아이 말만 믿고 이렇게 하는 그런 학부모 아니에요."


  초등 1학년 학생(이하 춘식이)이 2학년 학생(이하 피치)에게 뺨을 맞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방과후 수업 중에 벌어진 일이고 맞은 춘식이는 자기를 기다리는 엄마 차에 타자마자 울면서 말했다. 피치에게 뺨을 맞았다고.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고 한다.

"진짜 때린거야? 지나가다가 부딪치거나 무용하면서 손이 살짝 스친거 아니고?"

"(손바닥을 들어 휘두르며)엄마, 이렇게 손으로 내 여기(왼 뺨)를 찰싹찰싹 때린건데, 이건 진짜 때린거 아냐?"

  상황을 재현하며 울먹이는 1학년 아이의 일관된 진술을 엄마는 믿을 수 밖에. 바로 아빠에게 연락하고 아빠는 학교로 연락을 했다. 다음 날 그 이야기를 들었고 바로 춘식이를 따로 불러 물어봤다. 춘식이는 자기가 언제 누구한테 어떻게 맞았는지 실감나게 재현하였다. 목격한 사람은 누구누구고 당시 방과후 선생님이 불러서 2학년 피치를 말리고 혼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수업 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웬만한 사건 사고를 목격하면 전부 다 교사에게 와서 말을 해준다. 한 사건을 5명이 목격하면 보통 10명이 와서 말을 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았다. 방과후 선생님도 이정도 큰 일이 생기면 각각 담임교사에게 말을 해줄법 한데 아무런 말도 없었다. 

  바로 2학년 피치를 불러서 물어봤다. 춘식이와 너무도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피치의 말에 따르면 둘은 서로 싸움소마냥 머리를 맞대고 두 손으로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은 뒤 힘겨루기를 하였다. 위에선 머리와 손이 상대를 제압하고 미는 동안 아래에선 서로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이를 본 방과후 선생님은 바로 둘을 말렸으나 당연히(?) 손을 먼저 놓지 않으려 하였기에, 결국 따로 불려가서 주의를 들었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피치는 춘식이에게 사과를 했으나 춘식이는 끝까지 사과하라는 선생님의 말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제 목격자들의 말을 들어볼 수 밖에.

  방과후 선생님에게 춘식이와 피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피치가 해준 말과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2학년 방과후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을 모두 불러 모았다. 춘식이와 피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역시나 하나같이 같은 답이었다. 이젠 대놓고 물었다. 피치가 춘식이 얼굴을 때린 일이 있느냐고.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이젠 춘식이 엄마와 아빠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할 시간.

  아직 어리기에 특별한 의도 없이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다른 아이들도 많이 그런다, 너무 나무라지 마시라는 당부 말을 곁들여 사실을 조심스레 전했다.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눈치. 내가 부모 입장이어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함께 있었던 학생들, 방과후 선생님 모두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피치와 같은 답을 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학폭으로 신고해도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말로 들은 내용이 글로 바뀔 뿐.

  결국 춘식이의 엄마와 아빠는 인정하기 싫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만약 학폭으로 신고해서 사안 신고를 진행하면 할 일이 몇 배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신고해봤자 뻔하니 신고하지 마시라는 말을 할 수도 없다. 내 입장에선 천만다행이었다. 학생 생활지도건 학교폭력이건 인권침해나 아동학대건 모든 최종 결정권은 학부모에게 있다. 아무리 인권감수성이 높고 뛰어난 교사가 최소한의 생활지도만 하였더라도. 23년 여름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검은 점들의 외침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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