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야 했던 아쉬운 소리의 개수
파트너 다이어리 1일차
오늘 어느 생판 처음 보는 변호사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A팀 갑 변호사입니다"
문도 다 열지 못한 채 문틈 사이로 인사말을 욱여넣었다. 나보다 연수원 기수는 네 단계, 나이는 띠 동갑인 변호사님 방이었다.
개업한 연수원 동기가 본인 고객께서 소위 전관 변호사를 모시고 회의를 원한다고 하여 급히 조건에 맞는 변호사를 수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고객이라는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지 "예의 바른 사람"을 찾았고, 난 회사 홈페이지에서 소위 "전관 변호사" 중 친절해 보이는 관상의 선배를 찾았던 참이었다.
다행히 띠 동갑 변호사님은 나를 친절하게 맞아주었고 어른 셋이면 비좁을 방에서 의자를 내어 주었다. 손에 알지도 못하는 고객과 고객사의 이름, 그리고 그 누나가 알려준 날짜를 적은 메모를 보며 부디 귀한 시간을 내어주십사 읍소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변호사에게는 현실적인 뜻에서 시간이 돈이다. 보수로 일한 시간에 로펌에서 변호사별로 각기 정해놓은 시간당 요율을 곱하여 청구하는 것이 전형적인 케이스기 때문이다. 아무리 같은 회사 변호사지만 그 선배에게도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돈이 될지 모르는 사건에 회의 시간을 내달라고 하는 건 "송구"스럽다.
다행히 선배님은 "귀한 시간"을 내어 주었고, 나는 미뤄뒀던 "한 건"을 무사히 처리한 사실에 안도했다.
한창 회의를 하던 중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 회의 중 나와 나이차가 가장 적은 분이 나와 네 살 차이었다.
그래도 난 어깨를 움츠리며 "송구한 척" 회의실을 나가 전화를 받았다. 내가 얼마 전에 수임제안서를 넣었던 중견 회사의 변호사 동기가 건 전화였기 때문이다.
"아이고 형님 바쁘실 텐데 어쩐 일이십니까"
애써 유쾌한 척했지만 그의 첫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말이 나오면 오케이 사인이었고, 존댓말이 나오면 노 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형은 편한 동생 대하듯 대화를 이어갔고 좋은 예감으로 전화를 끊었다. 오케이 두 건 해결.
오늘 점심은 나이 지긋한, 선배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어르신과의 식사였다. 사법연수원 기수로나 나이로나 20 계단은 훌쩍 넘는 차이였다.
우리 회사의 역사를 2시간 가까이 풀어내는데 사실은 이전에도 세 번쯤 들은 스토리였다. 식사 중에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것은 진짜 졸린 것이다. 그걸 이겨내고 대화가 끊길 때쯤 맞장구를 쳐댔고 디저트가 나오고 나서야 안도했다.
끊임없이 울려대던 전화와 메일 알람, 끝과 시작이 살짝씩 겹치는 회의일정이 사그라들 때면 6시가 된 것이다. 저녁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키보드를 더 빨리 두들겼다.
약속시간 10분 전 용감하게 컴퓨터를 끄고 저녁 장소로 향했다. 오늘 해야 했던 아쉬운 소리를 빠짐없이 완수한 나에게 대견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