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약 Jan 12. 2022

아프니까 환자다 6 - 돈 많은 니가 적선하면 되자나

희생을 강요하는 환자? 거지?

처방전을 통해 약을 조제하는 환자나,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환자 중에는 유난히 돈을 안 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약사가 돈이 많으니까 돈 많은 니가 선행하는 셈 치고 나한테 약을 적선하면 되자나" 라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기초수급생활대상자라고 해야 하나? 의료보호1종, 의료보호2종, 차상위1종, 차상위2종 등으로 분류되어 처방전에 의한 조제를 할 경우 건강보험 보장 내역 안에서 본인부담금이 500원 혹은 0원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라 국가에서 이렇게 의료비 혜택을 왕창 준 것이니, 니들은 내 앞에서 굽실굽실하면서 처방전 받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 아마 병원에서도 꽤나 그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 같다. 진료를 봤던 의사들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비급여 내역이 있어서 수술을 결정하기 전, 본인 부담비용이 20만원 정도 나올 거라고 했다가 경을 치는 줄 알았다고. 


돈 많은 니가 선행하는 셈 치고 나한테 약을 적선하면 되자나

 

적선이라는 건, 적선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할 때 가능한 것이지 그렇게 강요하게 되면 그야말로 강탈이 된다. 그런데 그런 강탈을 하고자 하는 도적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게 병원과 약국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정당한 의료비, 약제비 마저도 안 내겠다고 큰 소리 치는 저 사람들은 강도나 다름없지 않은가. 


더 어이없는 건 이런 사람들이 벤츠 타고 유유히 사라질 때다. 이건 진상이며, 강도며, 도적과 다름없는 인간들이다. 일하면서 인간 혐오를 느끼게 하는 사람들. 진짜 제발 좀 안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나름 여기저기 좋은 일에 쓰기를 바라며, 기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해 봤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런 좋을 일들이라 하는 것들을 상당히 많이 줄였다. 국가에서 여러가지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또 다른거 내놓으라고 하는...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 딱 그 모양이니, 뭘 더 도와주고 말고 할 건가 싶은...




거지도 다양한 형태의 거지들을 마주하는데, 점점 진화해 가는 모습이 가관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페이도 달라고 구걸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 같고. 진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 볼 때마다 화나는 마음도 어찌하지 못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약사도 아프다 5 - 다이어트 하면서 챙기는 영양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