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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Jan 13. 2022

아프니까 환자다 7 - 술은 웬수다

술 마시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답정너" 유형의 환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치료에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서 제한을 걸어도, 이에 대해 절대 수긍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유형. 솔직히 안타깝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이 약 먹는 기간 동안 술 드시면 안 됩니다" 라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심지어는 "약 잠시 중단하고 술 마시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까지 던진다.


몸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절대로 몸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치료 기간 중에 마시는 술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술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아니, 이제는 무덤덤하다. 20대 초반의 남자는 치료 기간 동안 술을 참 열심히 마셨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되었냐고? 중간에 이틀간 의식이 없는 채로 깨어나지 못해서 가족이 119 불러서 응급실로 직행. 그 사이 증상이 악화되면서 더 엉망이 되었다. 


결국 그 남성은 재수술을 해야만 했고, 남들 1-2달이면 끝나는 회복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는 기적을 행하셨다. 그리고 치료 기간 내내 술 마신 걸 엄청 후회했다지. 이후 술을 마셔야겠다는 환자에게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한 적이 있다. 


술 마시는 건 자유지만, 니 인생은 보장 못합니다. 


그 때 환자가 내 얼굴을 보고 진짜 섬뜩했다고 나중에 이야기하더라. 뭐... 덕분에 그 환자는 술 안 마시고 1달만에 무사히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끔 써 먹는 멘트이긴 한데 20-30대 초반의 젊은 환자들에게만 한다. 그 이상의 나이대 환자에게 그랬다가는 난리난리 나는 일이 어디 한두번인가. 그냥 술 먹고 한번 쓰러져서 응급실 다녀와서 체험해야 그제서야 술 안 마시는 분들이 꽤 많다. 


가끔은 너무 술을 마셔서 그 질병에 걸린거 아닌가 의심스러운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술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가 보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술 마시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술을 찬양하며 즐기고 계실 정도니. 뭐 할말이 없는 분들도 꽤 많다. 이런 분들을 애시당초 설득하는 거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하고. 




제발이지 질병을 치료하는 기간 동안에는 술을 안 마셨음 좋겠다. 특히 1-2달만 술을 참으면 드라마틱하게 회복이 가능한 질환은 더더욱. 그것만 잘 하면 질질 질병을 안 끌고 가도 되는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시는지. 의사도 약사도 이런 환자들을 보면 깝깝한 건 매한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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