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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분더 Aug 08. 2023

그놈의 엘리멘탈

정답과 정상의 굴레












그 뭐랄까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부류의 다른 행성에 살고있는 외계인 같다. 이 느낌은 결혼식 바로 다음날부터 남편에게도 똑같이 느꼈었는데 부자지간의 공통점은 무어라 뾰족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둘 다 ‘생뚱맞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제, 아이가 꼭두새벽에 일어나 생기발랄하게 돌아다니길래 나는 적당히 숙제를 내주고 잠시 다시 눈을 붙이려던 찰나 갑자기 다가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이유를 물으니 숙제를 마치고 유튜브로 잠깐 만화를 보고 있는데 자꾸만 ‘엘리멘탈’ 광고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번 아빠와 엘리멘탈을 보러 갔을 때 영화가 너무 길고 안 끝나서 엄청 지루했는데 그 엘리멘탈이 또! 또! 또! 나타난다면서 말이다. 도대체 여기저기에서 매일 나타나는 엘리멘탈은 언제 사라지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아니, 왜? 요즘 이 엘리멘탈이 얼마나 핫한데. 

그 후로도 며칠째 심심할 때마다, 뭔가 지루해질 때마다 엘리멘탈 탓을 하며 훌쩍거렸다.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할래야 이해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순간 계속해서 마주하는 이런저런 생뚱맞은 상황들은 내 맘속 깊은 곳의 불안함(좀 이상한 거 아니야?) 을건드렸고 그 불안함은 자주 짜증으로 표출되었다. 나는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루한 마음은 다양한 상황으로부터 매번 다른 이유로 느껴지는 것이지 엘리멘탈 때문이 아니라고 아이를 다독였다.


이제껏 나는 내가 꽤 많이 열린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A를 물으면 B를 답하는 남편과 살면서, 늘 상상치도 못한 말들을 늘어놓는 아이를 키우면서 그동안 나는 내가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이거나 혹은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면 불안을 느끼고 쉽게 예민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아이와 남편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갇힌 지구에서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고 있는 내가 가여워,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아이와 남편이 지구보다 훨씬 큰. 드넓은 우주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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