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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프릭 Oct 02. 2024

서울 광주 그리고 용인

화려한 삶

서울은 화려한 삶을 살기로 했다. 그 시작은 마우스를 바꾸는 것이다. 회사에서 지급된 검은색 마우스를 버리고 민트색으로 바꿨다. 너무 튀는 것 같아 아이보리 색을 하나 더 구입했는데 그립감이 좋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쓰던 볼펜과 수성펜을 멀리하고 만년필을 샀다. 녹색 잉크는 녹색 만년필에, 청색 잉크는 파란 만년필에, 붉은 잉크는 빨간 만년필에 담았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양말을 사기 시작했다. 검은색과 회색 일색에서 벗어나 카키, 베이지, 코코아색 양말을 샀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 멜란지 컬러 5종을 더 샀다.


광주는 짝을 맞춰 개기 힘들다며 당장 멈추라고 했다. 허나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 비비드 컬러 5종을 이미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다. 양말이 끝나면 우산을 살 것이다. 원단 끝부분을 다른 색으로 마감한 파스텔 톤의 예쁜 우산들이 많다. 서울은 예전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아들은 가뜩이나 말을 더듬어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있는데 아버지의 이상한 취향으로 더 괴롭다며 친구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소설 말미에서 작가는 사람들은 그의 나비넥타이를 볼 뿐, 그가 좋은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본질까지 보지 않고 시선을 멈추기 때문에 특이한 행동이나 물건이 오히려 좋은 방어기제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이 그런 복잡한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훗날 회사 직원들이 자신에 대해 말할 때, 복잡한 설명 없이 노란 양말을 신고 다니던 사람이라고 말하면 기억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용인이 길거리에서 원색의 양말을 신은 사람을 보면 자기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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