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아침 산책길이 바빠졌다. 하루만 지나도 어제의 꽃눈이 오늘은 꽃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꽃이 되는 과정을 눈에 담고 싶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책길을 나선다. 늘 가던 길로 걸음을 재촉하면 폭이 네 뼘 정도라 혼자만 걸을 수 있는 좁은 산책길이 있다. 꽃눈이 꽃이 되고 꽃길이 되어가는 이 계절을 가까이서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봄이 되면 꽃들의 세상이다. 지역에 따라, 시기에 따라, 그날의 온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꽃들은 어떻게 매년 자기 순서를 알고 피어나는 걸까. 긴 겨울에는 숨죽여 있다가 자신의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의 식물과 그림자가 자주 드는 응달의 식물의 꽃 피는 순서가 다르다. 식물의 꽃대가 충분히 따뜻해지면 꽃눈이 나온다.
꽃눈은 화아(花芽)라고도 부른다. 머지않아 꽃이 될 몸이기에 귀하고, 꽃을 품었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봄에 맺힌 꽃눈은 이미 지난해의 여름과 가을을 보내며 다음 해의 꽃눈이 될 준비를 한다. 꽃눈은 봄이 되기 시작하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해에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봄이 되기 훨씬 전부터 추운 겨울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꽃눈이라니 '왜 굳이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가'에 의문이 든다.
낮은 온도라야 꽃눈이 제대로 생긴다 한다. 추운 겨울을 지내야 이쁜 꽃을 피운다 한다. 개나리 가지를 꺾어 해외의 따뜻한 나라로 가져간다 해도 개나리는 꽃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겨울을 알지 못한 개나리는 꽃눈을 만들지 못한다. 여름과 가을에 꽃눈을 준비하고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지낸 개나리만이 봄날의 예쁜 개나리꽃을 피운다.
꽃눈은 필연적으로 겨울을 거쳐야 한다. 꽁꽁 얼어붙은 낮은 온도를 버티고 견뎌서 그 선물로 봄날의 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