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버퍼링 중인 사람들을 위한 로딩 가이드
삶에 대한 만족을 얻기 위한 갈망은 끝이 없다. 지금 이 순간만 보더라도 항상 무언가 더 좋고, 더 크고, 더 나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욕심은 사람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가장 원초적인 문제가 된다. 현재와는 다른 삶을 위한 동기는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 안정감을 저해하고 불평불만의 수렁에 빠트린다.
자신이 바라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내 것이 아니어도 되는 것을 갖고자 집착하지는 않는가? 아니면, 항상 유쾌해야 하고, 남들에게 멋있고 근사하게 보이기를 바라지는 않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 늘 건강하고 아픈 데 없는 몸 상태를 원하지는 않는가?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들이 염원하는 것을 줄줄이 엮어보면 불필요한 필요에 목메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보내다가 죽음으로 가고, 그 과정에서 질병에 노출되고 늙어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원치 않은 일들이 갑자기 생겨서 잘 가고 있던 내 앞길을 훼방 놓는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가 내일은 바람이 세차게 불 수도 있고, 오늘은 폭우가 내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인 하늘을 보게 되는 날도 있다. 내가 원했던 대로 되는 듯하다가도 자꾸 버퍼링이 걸리듯 휘청일 때도 있다.
우리의 삶은 변덕쟁이라서 예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생은 지루한 법이 없다. 지금보다 다른 삶을 원한다고 아무리 매달려봐도 딱히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체념하듯 잊고 살다 보니 어느덧 자신이 원했던 바를 이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행운을 맛보기도 한다. 내 삶의 훈풍이 늘 불어오기를 바라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늘 같은 온도가 아니다. 이쯤 되면 삶의 흐름대로 자신을 내어 맡기고 그 리듬에 맞춰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삶의 변덕스러움을 받아들이고 그 흐름을 타고 흥겨워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종종 현실을 밀어내고 불행의 길로 스스로 걸어 나간다. 마음대로 삶이 풀리지 않을 때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라며 볼멘소리가 튀어나온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이란 게 늘 예측 불가능하고 자신이 꿈꾸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다 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흔쾌히 받아들이기 싫어서 외면하는 듯하다. 잊은 척하고 모르는 척하다가 진실을 망각한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태도는 우리 자신을 더 고달픈 삶으로 데려간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내버려 두지 못하는 듯하다. 자꾸 어떤 일을 해내야 한다고, 어떤 일을 해야만 한다고, 그래야 옳고 그래야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비단 일에 대한 부분뿐만이 아니라 생각이나 기분마저도 통제하려 한다. '이런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 안 돼' '이런 나약한 생각은 하면 안 돼'라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근한다. 그러나 잠시 가뿐 숨을 고르게 쉬고 주변을 돌아보자. 자신에게 닥친 일은 그저 사실일 뿐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닥친 일에 어떤 의미를 더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에 스스로 속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생각은 그저 사건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우리의 생각은 실체가 없고,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없다. 그저 우리의 해석일 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해석하고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생각이나 판단이라는 회피를 거치지 않고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실적으로 경험하고 무모한 해석이나 우울한 상상을 하면서 사는 것은 현실에 대한 저항이다.
실제로 우리의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갇혀 있다. 우리는 각자의 생각과 감정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외부 세계가 주는 실제적인 경험보다는 우리 내면의 해석과 판단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이것은 때때로 우리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삶에 대해 무기력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거나 피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삶의 도전과 어려움을 직면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은 모든 상황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Yes'라고 대답하라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포기'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며 맡은 역할과 책임을 소홀히 하라는 뜻도 결코 아니다. 또한, 고통을 단순히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삶에 대한 무기력한 자세를 강요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이와는 전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삶을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들며, 직면한 문제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깨달을 때, 문제 해결이 더욱 분명해진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펴볼 때, 우리는 화를 내기보다 현재 마주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받아들이며 주위를 살필 여유가 생긴다. 이런 태도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현실을 대한다면, 우리는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줄이고, 상황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주변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흥분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야로 현실을 바라볼 때,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삶의 도전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심각한 차량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것 같아 보인다.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은 이 사고를 목격하고 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늘도 무심하시지'라고 비탄에 빠져있거나 겁에 질려 얼어붙어 있다면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러한 순간이 목격된다면 재빨리 구급차를 부르거나 주변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당신 스스로 그 사람을 구하러 뛰어 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삶 속에서 지나치게 우리의 기운을 뺏어가는 일들이 많다. 우리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상황, 사건,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자. 현실에 저항하고 반항하느라 우리의 소중한 기운을 낭비하 말자. 대신에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대처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지혜로운 상황관리가 가능하다.
우리에게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리려고 애쓰지 말자. 만약 되돌릴 수 있다면, 물론 애쓰고 노력하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도 잘 알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없다는 것을.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