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주곡_작은 변화로 부터
하루 중 매일 반복되는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씻고 밥을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또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씻고 SNS나 TV 시청을 좀 하다가 잔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거나 프리랜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 같지만, 알고 보면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사는 개인이라면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 루틴이 쳇바퀴 돌듯 일정하게 돌아가는 삶은 금세 지루해지기 쉽다. 재미가 없다.
아침마다 산책을 하는 나로서는 늘 걷는 길이 정해져 있다. 그나마 싫증이 나지 않는 이유는 날마다 변화를 주는 자연 덕분일 것이다. 어제의 새싹이 다르고 어제의 꽃잎이 달라서 좋다. 그러나 산책길을 바꾸거나, 거리를 더 가보거나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는 듯하다. 가던 만큼만 가고, 걷던 길만 걷고 있기에 단조롭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새로운 환경과 풍경을 접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 벗어나 삶의 기운을 얻거나 피로한 심신을 회복시키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나 같은 성격의 소유자들은 같은 루틴을 갖고 사는 것을 편안해한다. 그러다가 한 번쯤 여행을 통해 루틴을 깨는 날을 보내고 다시 또 일상으로 돌아오면 루틴대로 살고 있는 나를 본다. 같은 길이라도 걸을 때 보는 풍경이 다르고 자전거로 달릴 때, 운전하며 바라볼 때의 풍경이 다르다. 바라보는 각도가 조금만 달라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6시에 산책 나갈 때랑 6시 30분에 나갈 때의 산책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해가 뜬 위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수해 왔던 대로가 아니라 다른 각도로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이렇게 달라지는데 우리의 사고도 그러하다. 늘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게 맞다고 여기더라도 한 번쯤은 '굳이 그렇게 A여야 할 이유는 없지?'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완벽주의자, 강박주의자일수록 '꼭 A여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이 굳세게 자리잡고 있다. A가 맞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B와 C가 옆에 있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A여야 하는 것처럼 고집을 피운다. A가 아니라면 화가 나고 신경질을 부린다. 결국 스트레스가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고 만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먹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옷을 입어?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일해?
불만은 쌓여가고 화도 쌓여간다. 나 또한 오랜 시간 동안 A여야 한다고 믿으며 B, C, D, F....를 알고 싶지 않아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무조건 A여야 했고 A가 맞아야 했다. 그렇다보니 짜증이 늘 수밖에 없었다. A가 아니더라도 대안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에는 'A가 아니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좀 더 여유를 찾았다. 웬만한 일로는 짜증나는 일도 줄었고 화도 줄었다. 인간관계도 넓어졌고, 힘주며 살 필요가 없어졌다. 누구나 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방법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 방법들을 개성으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니 한결 삶이 수월했다.
한수는 10년 차 직장인으로, 매일 같은 일상 루틴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은 뒤, 8시 30분에 출근한다. 회사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회의를 거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다시 업무에 몰두한다. 6시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TV나 SNS를 보다가 11시쯤 잠자리에 든다. 이런 일상은 금세 지루해졌고, 한수는 매일 아침 "왜 이렇게 똑같은 날이 반복될까?"라는 생각에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 날, 한수는 회사 동료 미진의 제안을 듣고 일상에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미진은 매일 출근길에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선택해 산책을 하거나, 회사 내에서 쉬는 시간에 다른 부서를 방문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했다. 한수는 처음에는 이 제안이 별로 와닿지 않았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한수는 그날부터 아침 출근길에 늘 가던 길 대신 옆 골목을 지나기로 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한수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회사에 도착한 뒤에는 쉬는 시간에 옆 부서로 가 미진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런 작은 변화가 쌓이면서 민수의 일상은 점점 덜 지루해졌고, 그는 더 많은 에너지를 느꼈다. 한수는 이러한 작은 변화를 통해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일상에서 새로운 각도를 발견하고, 평소의 루틴에서 벗어나 작은 시도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한수는 이제 일상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고 다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자기것만 고집하는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가치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서로가 편해지는 법이다.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일상 속의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자. 나는 산책 나가는 시간을 조금 바꿔볼 생각이다. 아침 6시에 나가던 것을 6시 30분에 나가거나, 오후에 나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부터 시도할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