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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스 Jan 07. 2022

빚만 7500만 원 있는 취준생, 하지만 희망편

세 종류의 착한 대출


나는 총 세 종류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최선의 선택이었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신용카드 돌려막기 하는 사람보다야 백 배 낫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출도 능력이고 기회가 된다.


우리나라의 제일가는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까 빚 한 푼 없을까? 평범한 월급쟁이로서는 그 규모가 도저히 가늠이 안 가는 정도의 부채가 있을 것이다. 장담컨대, 부자들은 모두 빚이 있다. 남의 돈으로 레버리지를 쓰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럼 반대로, 당신 주변에서 "대출은 무서워서 싫어. 안 받을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을 봐라. 가난할 수도 있고, 그냥저냥 적당히 걱정 없이 먹고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부자라면 분명 상속이로또 당첨이니 그 사람을 가까이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늘 하는 말이지만, 바꾸고자 하는 게 있으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1.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


나의 첫 번째 대출은 대학생 시절 받은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 역시 대출이 있다는 것에 상당히 큰 부담과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3학년쯤부터는 이 대출을 적극 활용했다.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은 학기 당 최대 150만 원까지 가능하다. 그러니까 4년제를 기준으로 최대 1,500,000원×8학기 = 12,000,000원 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더 적게 받는 것도 가능하다.


내 경우에는 150만 원씩 5학기의 대출을 받아 총 750만 원의 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소득은 있지만 상환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일정 금액(월수입 약 22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만 상환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출의 화룡점정은, 소득 1~4분위 학생에게는 취업 시까지 무이자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 2분위인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이 대출에 대한 이자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물론 대출받아서 과소비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집 대학생들은 알바하느라 여러 가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을 포기하지 말고 생활비 대출을 활용해서 대학생활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2. 청년맞춤형 전세대출


두 번째 대출은 청년맞춤형 전세대출 6300만 원이다. 3년 전 대학생 시절, 이 대출을 받아 500/40짜리 월세에서 7000만 원짜리 전세로 이사하였다. 주거비는 40만 원 후반에서 20만 원 초반으로 절반 이상 줄게 되었다.


이 대출상품은 정부에서 청년의 주거복지를 위해 보증을 서주고 저리로 대출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신용이 없는 대학생이나 취준생도 받을 수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아니므로 자세한 사항은 따로 써치해보길 바란다.


여기서, 자본주의에 눈 뜬 사람이라면 '아니, 레버지리 쓴다는 사람이 무슨 전세를 살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지적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원룸은 전세금이 7000만 원으로 비교적 크지 않았고 90% 대출이 가능했다. 즉 내 돈은 700만 원 정도만 들어가면 됐고 월세 보증금과 그다지 차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당장 집을 살 수 없다면 임대를 살아야 하는데, 월세로 집에 묶여있는 돈을 최소화하더라도 500~1000만 정도는 깔고 앉아 있는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당시 2% 후반의 이율로 주거비는 절반으로 줄이고, 보증금도 이전 월세보다 200만 원만 더 내면 됐으니 나에게는 이 대출이 정말로 신의 한 수였다고 할 수 있다.



3. 서민금융진흥원 햇살론유스


마지막 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보증을 지원해주는 햇살론 대출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은 금융 공기업으로, 이름처럼 금융약자, 서민, 저신용자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나는 신용점수가 낮은 편은 아닌데,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대출 모두 신용점수를 크게 깎지 않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깎이긴 한다. 쬐금.)


이 중에서 햇살론유스(Youth)는 이름처럼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출이다. 이 대출로 500만 원을 받았는데 생활비 목적은 아니었고 전세 재계약을 하며 집주인이 전세금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임대차3법 있잖아? 계약갱신청구권 쓰면 상한액은 5%인 350만 원으로 제한될 텐데 왜 500만 원이나 올려줬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박수를 보낸다.


나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 그런데 왜 집주인의 500만 원 증액 요구에 응했을까? 바로 내가 '을'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에게 따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임대차3법 모르냐며, 350만 원만 올려줘도 되지 않냐며.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나는 이 집에서 2년 간 더 살아야 하며 재계약을 못 할 경우 당장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150만 원으로 언쟁해 집주인과 서로 악감정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본주의에서 내 소유권이 없다는 게 이렇게 서러운 일이다. 그게 내가 악착같이 돈 아껴서 투자하고 글 쓰는 이유이다.)


재계약 및 햇살론 대출 시점에는 인턴 근무 중으로, 모아둔 돈이 거의 바닥나기도 했고 인턴 수료 후의 수입이 불확실했으므로 500만 원이라는 돈을 운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햇살론유스로 대출을 받고 거치기간 없이 바로 1년 동안 상환을 선택하였다. 현재 매달 42만 원가량을 갚는 중이다.


햇살론 이용 후 신용점수는 정확히 13점이 하락했다. 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이니까 거기서 거기인 점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 가지 착한 대출을 소개할 겸 나의 대출 활용 경험담을 풀어보았다. 이 글을 읽고 설마 대출받아서 돈 펑펑 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출을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된다. 그러나 나는 소비를 잘 통제한다.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냥 있는 대로 쓰는 사람이라면 대출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다. 내가 맘대로 쓸 수 없는 주택자금대출을 제외하면 말이다.


대출을 고민하는 사람들, 돈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본인에게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이 글에 투자한 나의 시간이 굉장히 보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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