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또를 매주 챙겨 사곤 했다. 내가 로또를 자주 구매하는 걸 본 친한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언니, 로또 사는데 돈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맛있는 거나 사 먹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로또를 사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우리 집 형편에 한 푼이 아쉬운데 왜 돈을 버려?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절실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장난처럼 재미로 가볍게 살 지라도, 누군가는 유일하고도 가냘픈 희망을 로또에 거는 것이다.
로또 말고는 답이 없는, 도저히 내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그런 상황.
작년에 그런 상황을 겪게 되었다. 백수였고,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심했고, 수차례 면접에 떨어졌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했고, 통장 잔고는 바닥났었고, 거기다가 아빠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었다. 그야말로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돌파구가 없을 것만 같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로또를 샀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이 상황이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그 당시에는 그냥 어디서든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괴로웠지만 거센 위기감이 들이친 덕분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지원서를 냈던 것 같다. 그 덕에 인턴을 합격하고, 강제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무기력함과 우울감도 호전되었다. 아빠의 병원비는 실비보험으로 30만 원 정도만 자부담하면 되었고, 전세금은 햇살론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지금은 인턴이 끝나고 비록 계약직이기는 하나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 햇살론 대출은 매달 갚아나가고 있고 부모님은 임대주택에 예비번호로 당첨되어 이사를 앞두고 있다. 지나고 나니, 모두 잘 해결되었다. 로또가 당첨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과정을 겪고 나니 진정한 로또의 의미를 깨달은 기분이랄까. '로또는 국민의 희망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전에는 '아, 그렇지~' 했어도 지금처럼 사무치게 공감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로또는 투자일까 낭비일까.나는 근래에 로또를 거의 구매하지 않았다. 낭비라고 생각해서는 아니고, 상황이 작년보다 괜찮아져서 그만큼의 절실함이 없달까. 매주 챙겨 사기도 귀찮다.
일주일에 5,000원씩 로또를 사면 한 달이면 20,000원 정도. 한 달 동안 치킨 한 마리를 참으면 감당할 수 있는 돈이다. 로또가 투자인지 낭비인지는 개인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다를 뿐, 정답은 없다.
다만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면 로또를 사야 한다. 로또는 사지도 않으면서 당첨되길 바라는 것은 앞선 글에서 설명한 전형적인 가난한 사람의 마인드이다.
로또에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고, 저축도 하고 싶고, 부자도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나의 생활비 예산 안에서 일부를 더 절약해서 로또를 구매하는 것이다. 즉, 생활비 총지출은 늘리지 않고 저축금액도 유지하면서 더 철저한 절약으로 로또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대가를 감당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