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보스J Jun 10. 2024

그이를 보고 2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배우는 결혼의 의미

대기업 총수의 이혼 소송 판결이 ‘세기의 이혼’으로 일컬어지며 연일 크게 보도되었다.


우리는 종종 이혼을 두고 ‘갈라섰다’고 표현한다.


함께 쌓아온 인간관계,

혼인 기간 동안 같이 모은 재산,

서로의 인생이 겹쳐졌던 시간도


갈라선다.


갈라섬의 여파가 클수록,

또는 갈라섬의 대상의 규모가 막대할수록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나는 몇 년 전 이혼을 거. 의. 경험한 듯 했다.

어디까지나 간접경험이었지만 어찌나 몰입했던지

 마치 내가 이혼을 통과하는 듯한

심적 고통을 절절히 느꼈다.

(그러고도 두 번 연속으로  봤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그만큼 사실적이었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2019)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맹세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어떻게 정서적 교감을 잃고 ‘

갈라서는 ‘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는지


 ’ 갈라질 수 없는 ‘ 아이를 두고

이혼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지


결혼이라는 규범 속에서 소멸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는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걸


영화는 결혼의 명암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탄탄한 각본과

스칼렛 요한슨(니콜)과 애덤 드라이버(찰리)

두 배우의 명연기로 감탄을 자아내는 영화다.


양육권 분쟁을 다룬 고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Kramer vs. Kramer)>(1979)를

잇는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결혼 이야기>를 본 대다수는 아마도

니콜과 찰리의 갈등이 폭발하며

서로 악담과 저주를 퍼붓으며 언쟁을 벌이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을지도 모르겠다.

실로 대단한 연기였다.

하지만 나는 니콜과 찰리가 서로의 매력을 하나씩

나열한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나 결국 이혼하고 1년이 흐른 시점.

 막 글을 읽기 시작한 아들 헨리가 엄마 니콜의 쪽지를 발견하고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는데

그걸 뒤늦게 들은 찰리가 울먹이던 장면이

 여전히 먹먹하게 남아있다.


What I love about Charlie...

찰리의 매력은...


Charlie is undaunted.

그이는 굴하지 않는 성격이다.


He never lets other people’s opinions or any setbacks keep him from what he wants to do.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떤 실패에도 뜻을 꺾지 않는다.


Charlie eats like he’s trying to get it over with and like there won’t be enough food for everyone.

찰리는 끝장을 낼 기세로 음식이 모자란 것처럼 먹는다.


A sandwich is to be strangled while devoured.

게걸스러워서 샌드위치가 목에 걸릴 정도다.  


But he’s incredibly neat, and I rely on him to keep things in order.

하지만 굉장히 깔끔해서 정리정돈은 믿고 맡긴다.


He’s energy-conscious.

그이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He doesn’t look in the mirror too often.

거울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He cries easily in movies.

영화를 보며 잘 운다.


He’s very self-sufficient. He can darn a sock, and cook himself dinner, and iron a shirt.

뭐든 혼자서 잘해서 양말 깁기, 요리, 셔츠 다림질도 뚝딱해 낸다.


He rarely gets defeated, which… I feel like I always do.

지는 일이 거의 없다. 나만 지는 기분이다.


Charlie takes all of my moods steadily.

그이는 내 기분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He doesn’t give in to them or make me feel bad about them.

그냥 져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가 폭발한 것에 자괴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He’s a great dresser.

그이는 옷을 잘 입는다.


He never looks embarrassing, which is hard for a man.

남자로서는 드물게 난처한 꼴을 보이지 않는다.


He’s very competitive.

경쟁심이 강하다.


He loves being a dad.

아빠 역할을 좋아한다.


He loves all the things you’re supposed to hate, like the tantrums, the waking up at night.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는 아이의 생떼나 아이 때문에 한밤중에 깨는 것도 좋아한다.


It’s almost annoying how much he likes it, but… then, it’s mostly nice.

너무 좋아해서 거슬릴 정도지만 좋을 때가 많다.


He disappears into his own world. He and Henry are alike in that way.

찰리는 곧잘 자기 세상에 빠진다. 이런 점은 부자가 똑같다.


He can tell people when they have food in their teeth or on their face in a way that doesn’t make them feel bad.

이빨에 음식이 끼거나 얼굴에 묻으면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게 알려준다.


Charlie is self-made.

자수성가했다.


His parents… I only met them once, but… he told me there was a lot of alcohol and some violence in his childhood.

그의 부모님은… 딱 한 번 뵀지만… 그이 말에 따르면 술고래에 폭력도 쓰셨다고 한다.


He moved to New York from Indiana with no safety net,

and now he’s more New Yorker than any New Yorker.

인디애나에서 무작정 뉴욕으로 온 찰리는 이제 그 누구보다도 뉴요커답다.


He’s brilliant at creating family out of whoever is around.

주변 사람은 누구든 가족으로 만드는 데 뛰어나다.


With the theater company, he cast a spell that made everyone feel included.

극단 사람들도 그에게 빠져 모두 소속감을 느낀다.

No one, not even an intern, was unimportant.

인턴 하나도 무시하는 법이 없다.

He could remember all the inside jokes.

극단 내에서만 통하는 농담도 다 기억한다.


He’s extremely organized and thorough.

그이는 굉장히 조직적이고 철저하다.

He’s very clear about what he wants, unlike me, who can’t always tell.

뭘 원하는지도 정확히 안다. 확신이 없는 나랑은 정반대다.


I fell in love with him two seconds after I saw him.

난 그이를 보고  2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


And I’ll never stop loving him, even though it doesn’t make sense anymore.

나는 그를 평생토록 사랑할 것이다. 이제는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이쯤 되면 이 영화제목이 왜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일까 의아할 수 있다.

짐작컨대

이별 후에야 어떤 사랑이었는지가 선명해지듯

이혼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혼의 '내용'이

비로소 명확해진다는 의미가 아닐지.  


혹시 누군가가 결혼을 고민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결혼을 앞둔 후배가, 또는 내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결혼할 때쯤

 행복한 결혼에 대한 비결을 묻는 다면 조용히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결혼은 결코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걸,

결혼 속에서 서로의 성장을 진정성 있게

지지해줘야 한다는 걸

너무 늦게 않게 깨달아야 한다는 걸,


결혼은 매일매일 생활의 때를 묻히는 일이라는 걸,

그럼에도 일상의 연속을 기꺼이 함께 하며

처음의 마음이 희미해지고, 바래질 때마다

상대의 장점과 매력을 잊지 않고

매번 일깨우는 일이라는 걸.

 

사진: UnsplashSandy Millar


#영화#결혼이야기#노아바움백#결혼#이혼#사랑#일상#스칼렛요한슨#애덤드라이버









작가의 이전글 고유하게 존재하는 자는 늘 시간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