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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꿍 Jul 28. 2020

가계부라 쓰고 반성문이라 불렀다.

저축도 습관 #1. 가계부 쓰기와 통장 쪼개기

지폐 몇 장으로 용돈을 받던 어린 날이 있었다. 조금 더 지나니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이 생겼고 얼마간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처음 생긴 그 통장에 용돈이고 세뱃돈이고 채워 넣었고, 저금통이 무거워지면 혹여라도 누구에게 뺏길까 봐 노심초사하며 은행까지 저금통을 숨겨갔던 기억이 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돈 쓰는 방법도 배웠다. 체크카드를 만들었고, 어쩌다 맘에 드는 여자애랑 데이트라도 할 때면 지갑에 돈이 모자랄까 싶어 현금을 넉넉히 채워두곤 했다. 대학생이 되면서 소비의 폭이 부쩍 커져 먹는 것뿐만 아니라 월세, 각종 공과금까지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용돈과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면 별의 별 지출로 빠져나가던 내 통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몇 번의 월급을 받기까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돈을 버는 만큼 씀씀이가 커졌다. 왜 월급을 받아도 돈이 모이지가 않을까 싶어 다시 찾았던 통장은 온갖 소비에 뒤섞여 주인도 못 알아보는 신세가 되었다. 저축 관련 책을 연달아 읽고 인터넷을 뒤져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첫 통장과 헤어지게 되었다.


통장을 쪼개기로 했다. 월급을 받으면 한 달 동안 어디에다가 얼마나 쓰는지 알아야 했다. 새 월급통장과 생활비 통장, 비상금 통장을 만들었다. 각각의 용도를 정했다.

월급통장은 월급과 공과금, 자동이체를 담당했고

생활비 통장은 말 그대로 생활비, 일상의 소비를 담당했다.

마지막으로 비상금 통장은 급한 상황에 사용할 여윳돈과 적금으로 돌릴 돈을 넣어두었다. 통장을 나누어 각각의 용도를 만드니 훨씬 돈 관리와 흐름 파악이 유연해졌다.


통장을 쪼갰으니 다음 할 일은 가계부를 쓰는 일이었다. 손수 쓴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바쁜 요즘 세상에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휴대폰으로 모든걸 할 수 있는 오늘날이라 '뱅크샐러드'라는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이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은 각각의 금융사마다 연동이 가능해 통장의 입출내역뿐 아니라 전체의 자산 상황을 알 수 있다. 소비패턴을 읽어주고 다양한 재테크 정보가 있어 저축을 하고자 하는 이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다.


나는 이것을 가계부라 쓰고 반성문이라 불렀다.

아래는 가계부를 쓰면서 알게 된 꿀정보이다.

1. 가계부는 금융사와 연동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비 통장은 연동하지 않고 그때그때 직접 지출내역을 써보며 소비패턴과 지출에 대한 반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엔 꽤나 번거로웠지만 지금은 좋은 습관이라 자부한다.

2. 월급이 통장에 찍히면 그날 모든 자동이체를 몰아넣었다. 돈은 손에 잡히는 만큼 쓴다고,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적금, 이체 등 돈을 분산시키면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100만원 통장 하나와 33만원 통장 3개는 같지만 다르다.

3. 통장을 쪼개기 전에 고정 지출, 변동 지출과 월 저축금액을 확실히 정해놓았다. '이거 저거 쓰고 남은 건 저축해야지' 하는 마음은 항상 실패했다. 애초에 월 저축금액을 못 박아놓고 거기에 맞췄다. 돈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여러 책에서 월급의 최소 절반은 저축하라는 말을 자주 봤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금방 익숙해졌다.

4. 빚이 있다면(학자금, 기타 대출 등) 적금이고 주식이고 알아보기 전에 빚부터 청산하는 게 최우선이다. 한국에선 빚과 함께 살아간다지만 돈 모으는 입장에선 빚만큼 부담되는 것도 없다.


저축이 답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소비도 답은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며 살려고 노력 중이다.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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