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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혠나날 Aug 16. 2022

쏟아지는 별 아래에서

- 행복 한 조각이 도착했습니다. #2-



시드니로 향하던 빨간 차를 멈춘다.

이곳은 가로등도 차도 집도 없는 대지.

내다본 창에도 총총 박힌 별들이 보였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갓길에 차를 대고, 털털거리던 시동을 끈다.

조심히  창을 내리고, 어둠으로 고개를 빼꼼낸다.

 까만 눈동자가 이내 밝아진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차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만, 수억 개의 별들이 드넓은 호주의 하늘을 감싸고 있다. 먼지같이 작은  향해 거대한 하늘의 팔을 뻗고서는 쏟아질 듯이, 크고 작은 별들이 각자의 밝기로 빛을 발한다.  

거대한 스노우볼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차 트렁크에서 캠핑 의자를 꺼내 들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람이 불어온다. 온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된다.

동시에 이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세상이 고요하고 조용하나 

올려다본 하늘의 별들만은 무성히도 소란스럽다.




어두운데 밝고, 하나인데 여럿인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 곳은 은하수 강이 흐르고 또 어느 곳엔 유독 반짝이는 별이 빛나고 있다.

저 별은 몇 백만 년 전의 빛일까. 이리도 선명한 저 별은 아직도 존재할까. 저 별의 빛이 닿기까지 몇 광년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이곳에서 나는 그저 아무 존재가 아니어도 괜찮고,

세상이 모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어도 상관없다.  어떤 것도 나의 우주에서는 진실이 될 테니. 




나는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를 떠올리고, 바오밥나무를 상상하고, 외로이 남겨져 있을 한 송이의 장미를 생각한다.



  

결국 그런 것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나, 고요 속에만 존재가 드러난다. 어떤 것은 모든 것이 사라져야만 진정으로   있다.

보이지 않는 지금  순간에도 머리  언제나 수많은 별들이  감싸고 있다.

우주가 나를 위해 매일 밤마다 보냈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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