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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Mar 12. 2023

(43) 그대는 참 아름다워요 -(1)

신경미학: 아름다움의 과학

"아름다움은 영혼을 깨우고 일하게 한다"

-단테



개요: <아름다우세요>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장 손쉽고 널리 사용될 수 있는 칭찬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중 하나는 얼굴의 미모를 칭찬하는 것일 테다. ‘참 아름다우시네요’, ‘잘생겼어요’ 와 같은 칭찬 말이다. 우리가 이전의 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얼굴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신분의 표시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얼굴은 (몸과 함께-다음 글에서 더 알아볼 것이다) 미적 판단의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다(미주 1)(수많은 고대 문학에서부터 우리는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 왔다: 미인(보통은 여성인) 을 ‘쟁취’하기 위한 수없는 소설들이며, ‘절세미녀’ 에 대한 집착들을 보라. 그리스 신화에서는 고작 아름다움 때문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 (림 1; 미주 2)). 오늘은, 이러한 현상 뒤에 숨은 흥미로운 과학에 대해 알아보자.


그림 1. <파리스의 심판>, 폴 루벤스, 1636.


미모, 즉 얼굴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 전에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같은 맥락 속에서 이야기를 꿰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두고 아름답다고 말하며, 그것은 왜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이는가? 이것에 대한 답은 전통적으로 미학aesthetics이 답해 왔다. 이것이 현대 심리학과 뇌과학과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이다. 여기서는 우리 뇌가 어떻게 그리고 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접근을 다루는데, 여기에 편승하여 오늘의 질문에 대해 답하여 보자.



아름다움이라는 느낌: 생명체에 대한 가이드


우선, 아름다움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이미 이전의 글에서 "우리는 맛있는 음식, 시원한 물,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 성관계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 그것은 생명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자손을 만드는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행복은 유기체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계속해’ 라는 가이드 신호와도 같다" 라고 적었다. 이처럼 우리의 느낌은 생존에 도움을 주는 가이드로써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배고프고 아픈 상황에서의 부정적인 느낌은 '이 상황을 타개하라' 고 우리를 채찍질하는 것이며, '행복하고 좋은 것' 은 그것을 더욱 추구하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름다움 또한 우리의 생존과 번식을 도왔고, 그래서 여전히 우리의 뇌에 남아 있는 것일 테다.


그림 2. 어느 꽃이 아름다운가? 살아 있는 꽃은 선명한 색감, 대조, 대칭이라는 예술의 요소를 갖는다. 죽은 꽃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름다움은 우리를 어떻게 도와 왔는가?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동물들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꿀벌 한 마리가 있다고 하자. 이 꿀벌은 파릇파릇하고 쨍한 색을 띠는 건강한 꽃과 시들어 칙칙한 색을 띠는 꽃 중에서 건강한 꽃을 잘 찾아내고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그림 2; 생존을 위한 꿀을 얻기 위해). 이러한 상황에서 명백한 색감 대조와 대칭적인 모양을 보이는, 건강한 꽃을 선호하는 것은 우리의 미적 선호와 겹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우리의 영장류 조상은, 어쨌건 녹색 잎 사이에서 선명한 빨간 열매들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림 3. 수컷 공작새의 아름다운 꼬리. 인간에게도 이것은 '아름다워'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다른 사례에서, 암컷 공작새가 구애하는 공작 수컷새를 선택하는 것을 상상해 보자. 암컷 공작새는 가장 밝고, 크고, 대칭적이며, 뚜렷한 색을 가지는 풍성한 꼬리깃을 가진 수컷을 선택한다(그림 3). 왜일까? 그것은 이 수컷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간단히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이 두 번째 사례는 다윈을 크게 고민하게 만든 문제 중 하나였다. 거대하고 생존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아니 사실은 포식자에게 자신을 뚜렷하게 드러내 사냥하기 좋게 만드는 꼬리깃을 자연이 선택한 이유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의 목적에서 수컷은 생존을 위해 위장을 할 수 있는 칙칙한 무채색의 꼬리를 가지도록 진화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강렬한 빛깔의 꼬리가 살아남은 것은-다윈이 종의 기원에 이어지는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에서 적었듯-그것이 성선택되었기 때문이다.


언뜻 와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딱 좋은 꼬리깃을 가졌음에도 아직 살아 있는 수' 은 '포식자가 아무리 쫒아와도 날렵하게 도망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수컷' 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핸디캡 원리handicap principle 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이만큼이나 지출했는데도 난 아직 건강해' 라는 것을 뽐내는 것이 번식적 이득을 불러온다는 이론이다(미주 3).


그림 4. 바우어새의 둥지. 이들은 아름다운 색을 가지는 물체들을 가져다 가지런히 정렬해 아름다운 둥지를 짓는다. 인간의 심미안과 동물의 그것이 일치함은 무언가를 시사한다.


또 다른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바우어새가 있다(bowerbird). 이들은 말 그대로 아늑한 침실bower를 만드는 새들인데, 나뭇가지와 조약돌들, 꽃송이, 심지어 인간이 만든 반짝이는 동전이나 알루미늄 포일, 유리 조각과 같은 인공물들을 주워 아름다운 둥지를 만든다(그림 4). 이들은 이 둥지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데, 마치 인간 예술가가 그러하듯 대칭이 망가지거나 인위적으로 더해진 것이 있다면 이 작은 새들은 그 부분을 집착적으로 보수하곤 한다. 암컷 바우어새는 이 둥지의 '아름다움' 을 보고 짝을 고른다! 얼마나 대칭적인지, 조형은 어떤지, 사용된 재료는 어떠한지를 두고서.


그림 5. 재갈매기의 어미 부리에 있는 붉은 점. 새끼들은 이 점을 보면 쪼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렇게 반응을 유도하는 자극을 심리학에서는 해발인releaser 라고 부른다.


한 가지 예시만 더 보자. 네덜란드 태생의 동물행동학자이자 197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니코 틴버겐의 유명한 재갈매기 사례이다(미주 4). 이 갈매기 새끼들은 어미가 가져다 주는 먹이에 의존하는데, 이 먹이를 요청하는 방식은 어미의 부리에 있는 붉은 점을 쪼는 것이다(그림 5). 그러면 자극을 받은 어미는 식사를 준다.


여기서 발견된 재미난 현상은, 어미의 부리가 아닌 나무토막에 찍힌 붉은 페인트 자국 또한 새끼의 쪼기를 유도할 수 있으며, 페인트를 더 짙게, 더 많이 찍으면 새끼는 어미의 부리가 아닌(먹이를 주는) 이 페인트 자국(먹이를 주지 않는)에 오히려 더 집착한다는 것이다! 틴버겐은 이 외의 사례들을 보여주며, '본디 행동을 유도하는 자극보다 더 강하게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과장된 자극'을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 라고 명명했다. 본디 생명체는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어떠한 특성을 인지하고 '좋아하는' 능력을 발달시켰는데, 인공적으로 이 특성을 강화시키면 오히려 생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본질보다 과장된 자극을 비정상적으로 좋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수정한 인용을 하자면, "아마도 재갈매기들에게 예술이 있다면, 이들은 나무 토막에 찍힌 붉은 점을 두고 찬사하고 품평하며 경매하여 자랑스레 전시할 것이다".



동물 선조에서 인간의 심미안으로


앞선 사례들은 우리의 심미안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그것은 아득히 먼 동물 선조로부터 우리의 생존에 유리한 자극을, 그리고 뇌가 처리하기 좋은 뚜렷하고 선명한 자극을 선호하도록 만들어져 왔고, 또한 복잡한 성선택을 통해 가장 강하고 건강하고 생식력을 가지는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끄는 힘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빚어진 몇 가지 ‘아름다움에 대한 규칙들’ 은 점차 강화되고 규범화되고 과장되었을 것이며, 이것은 인간의 ‘초정상 자극’  탄생으로 이어졌다. 바로 예술이다(미주 5). 


공작이 밝은 색상과 복잡한 무늬의 꼬리를 좋아하듯, 바우어새가 반짝이는 조각으로 장식된 둥지를 좋아하듯, 재갈매기가 선명한 붉은 점에 집착하듯이 인간도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강화되고 집중되고 과장된 예술적 자극들에 끌리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모나리자, 콜로세움, 연꽃 정원, 추상 미술들, 화장으로 윤곽을 뚜렷이 하고 보기 좋은 분홍빛을 띠는 피부를 갖는 얼굴(그림 6). 이것들이 우리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초정상 자극인 것이다.


그림 6. 발렌도르프의 비너스상. 여기서 인위적으로 강조된 풍만한 몸매는 우리 인간에 대한 초정상 자극일지 모른다.


저명한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사례들을 묶어 예술의 보편 원리가 존재함을 주장하였다(V. Ramachandran, 1999, J. Consciousness Sci 를 참고하라). 여기서 중요한 중심 원리 중 하나는, 우리의 뇌가 무언가를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무정형의 얼룩 덩어리나, 불분명한 경계를 가지는 흐릿한 물체보다는 선명하고,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선을 좋아하며, 그 형태를 명확하고 빠르게 추론할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한다.


그림 7.  다른 복잡도의 프랙털. 왼쪽은 '복잡한', 오른쪽은 '단순한'. 대부분의 사람은 중간 지점대의 무늬를 아름답다고 받아들일 테다. 난 왼쪽 4번째가 맘에 든다.

또한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는, ‘적절한 복잡도와 단순성’ 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예를 들어 우리는 단순히 삐- 음이 반복되는(매우 낮은 복잡도)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반대로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온갖 음의 무작위적 조합(매우 높은 복잡도) 또한 잡음으로 들릴 뿐이다. 우리는 적절한 중간 복잡도, 그러니까 마디별로 반복되며, 큰 구성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 틀 안에서는 자유롭게 변주되는 코드 진행의 음악 형태를 선호한다.


시각 예술에서도 그러한데, 과학자들이 다양한 복잡도(dimension)의 프랙털 형태를 컴퓨터로 생성하여 보여 주었을 때 우리는 중간 정도의 복잡도를 갖는 그림들을 제일 아름답게 느꼈다(그림 7; Viengkham, 2022, Axiomathes; A. Forsythe, 2011, Brit. J. Phychology 도 참고하라) . 음식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다채로운 식감과 맛이 나타나는 음식을 즐기며, 이것을 모조리 블렌더로 갈아 단조롭게 만든다면 그것은 쉽게 질릴 것이다.


이러한 보편 원리는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정도의 자극이 있으면서도, 그것이 너무 과하지 않아 한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마무리


이번 글에서 우리는 신경미학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아주 간단히 맛보기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왜 그것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았으며(미주 6), 우리가 갖는 미적인 감수성이라는 것이 (아마도) 우리의 동물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특질이리라는 주장 또한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사고의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가 정말 궁금해했던 ‘얼굴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보자.



미주 Endnote


미주 1. 그만큼 얼굴은 중요한 기관이고(청각, 시각, 후각, 미각이 모두 얼굴에 몰려 있으며, 뇌라는 중추 기관을 담고 있는 곳이 바로 뒤에 있음을 상기해 보라), 그에 따라 얼굴과 머리는 우리 몸에 있어 더 조심스럽게 지켜야 하는 부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몸통에 가해지는 통증에 비해 얼굴에 가해지는 통증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치통이나 구내염 따위가 얼마나 고통스러움을 안겨 주는지 생각해 보자. 실제로, 같은 통증 자극이 주어져도 안면부에 주어진 자극은 통증 중추를 더욱 강하게 활성화시키며, 얼굴에서는 곧바로 통증 중추로 직행하는 ‘직통 통증 라인’ 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미주 2. 사실 현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돈을 쏟는다. 수십조 수준의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나, 순수한 얼굴과 몸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고안된, 연예계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보라. 우리의 일상 대화(가십)의 많은 부분이 아름다움, 그 중에서도 얼굴의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는 사실은 카페에서 약간의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다.


미주 3. 몇몇 진화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인간의 경제력에도 적용했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하등 도움이 안 되는 740마력 슈퍼카나 6가지 기능을 가진 초정밀 시계, 반짝이는 5캐럿 다이아몬드를 가진 사람이 '매력적' 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그들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사치품에 재력을 탕진해도 충분히 먹고 살 만하다는 것을 은유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미주 4. 니코 틴버겐은 또한 자신의 저서에서 동물의 행동에 대한 4가지 질문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것은 (1) 인과관계: 어떤 자극이 동물의 행동을 유도하며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2) 발달: 그 행동은 발달 단계에서 어떻게 생겨나는지, (3) 기능: 그 행동이 어떻게 생존에 영향을 주는지, (4) 진화: 이러한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다. 나는 이것이 고도로 압축된 정수를 담았다고 생각하며, 연구할 때에 늘 되새기곤 한다.


미주 5. 예술은 긍정적인 방향의 초정상 자극이지만, 그와 반대되는 것들도 있다. 소셜 미디어나 드라마는 우리의 사회적 본능을 자극하는 초정상 자극이며, 포르노는 우리의 번식 시스템을 자극하는 초정상 자극이고, 정제된 인공 감미료, 소금, 글루탐산은 우리의 미각 시스템에 대한 초정상 자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들을 탐닉한다. 포르노를 보는 것은 우리의 번식 시스템이 설계된 본질적인 목적인 번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것은 우리의 시스템을 '해킹하여' 몰입하게 만드는 강화된 인공적 신호다.


미주 6. 노파심에 말하자면, 새롭게 태어난 신생 분야가 으레 그러하듯 신경미학에서도 여러 주장과 이론이 있다. 내가 언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반론적인 이야기이며, 이것이 절대 ‘정답’ 이나 획일화된 ‘사실’ 이 아님을 밝혀둔다. 그저 우리의 사고의 틀 중 하나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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