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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강주 Apr 17. 2023

네 그림자는 글자의 모양을 하고 있어


공사판 마대자루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

가벽과 가벽 사이로 흐르는 구름이

그 아래 그늘진 어린이 보호구역의 내 발 아래

글자 '어린이'

파란 가득한 하늘을 지켜보는

오후 세시의 게으른 직립은 자유


주체할 수 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가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고 싶은

장독대양말을 신은 벽돌건물에

옹기종기 심어져 있는 들국화


내 눈가를 찌르는

차양막과 나뭇잎 사이 빈틈으로 쏟아지는 햇빛

햇빛이 한개, 햇빛이 두 개

가만, 햇빛은 가산명사인가


한없이 폭격하는 햇빛들을 들햇빛이라 부르자

들국화는 국화들을 뒤집어 부르는 거랬어


어떤 풍경의 제목이 되고 싶어

계절마다 사람들은 찾아와 사진을 찍어 내 이름을 적을테지

인사해줘

좋아해, 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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