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마대자루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
가벽과 가벽 사이로 흐르는 구름이
그 아래 그늘진 어린이 보호구역의 내 발 아래
글자 '어린이'
파란 가득한 하늘을 지켜보는
오후 세시의 게으른 직립은 자유
주체할 수 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가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고 싶은
장독대양말을 신은 벽돌건물에
옹기종기 심어져 있는 들국화
내 눈가를 찌르는
차양막과 나뭇잎 사이 빈틈으로 쏟아지는 햇빛
햇빛이 한개, 햇빛이 두 개
가만, 햇빛은 가산명사인가
한없이 폭격하는 햇빛들을 들햇빛이라 부르자
들국화는 국화들을 뒤집어 부르는 거랬어
어떤 풍경의 제목이 되고 싶어
계절마다 사람들은 찾아와 사진을 찍어 내 이름을 적을테지
인사해줘
좋아해, 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