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은, 동이 다 금이다
金(쇠 금) : 人(사람 인) + 王(임금 왕) + 八(여덟 팔)
전자(篆字) 金(쇠 금)은, 《說文》 왈, "... 흙에서 나온다. 土 좌우에 八은, 흙 속에 묻힌 金의 모양이다. 그 소리는 今(이제 금)이다." 하단부 '흙 속에 묻힌 쇠'가 형(形)이고, 상단부 "A" 모양인 今이 성(聲)이니 합하여 형성자 金이 되었다는 해설이다. ( [그림 1] 15 )
계속해서 《說文》 은, “… 다섯 가지 색인데, 그중에서 黄(누를 황)이 가장 오래간다. 白(흰 백)은 银(은 은), 青(푸를 청)은 铅(납 연), 赤(붉을 적)은 铜(구리 동), 黑(검을 흑)은 鐵(쇠 철), 黄(누를 황)은 黄金이다.” 즉, 그 시대에 金(쇠 금)은 모든 종류의 금속을 통칭했었다. 주 1, 2)
물론,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우리말 쇠도 마찬가지다). 다만, 단독일 때는 무조건 黃金이다. ‘황금을 도난 당했다’ 말하지 않고, ‘금속(金屬)’과 ‘금메달(金-)’에 금은 다르다. 워낙에 귀한 몸인지라 일찍부터 돈(貨幣)을 가리키기도 한다.
《說文》은 전문(篆文) 金을 놓고 설명한 것인데, 서주금문(西周金文) 金으로 한 해석은 사뭇 다르다. 하단에 士 또는 王은 도끼 모양의 병장기인 부월(斧钺)이다. 상단에 "人" 혹 "A"를 합하면 솥(鼎(솥 정)) 같은 도구가 될 수도 있다.(그림 2) 좌측에 "冫“는 "吕"의 생략인데, 원재료인 쇠쪼가리라 한다. 억지스럽긴 하지만, 비슷한 일례로, 야금(冶金)의 冶(풀무 야)에 "冫"와 그 쓰임이 같아서 그럴 듯은 하다. ( [그림 1] 1~4 ) 주 3)
서주(西周)는 청동기 시대였다. 따라서, 서주금문 金은 청동기를 만드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說文》에서 언급된 적금(赤金), 즉 '구리(铜)'를 가리킨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원래는 金이 구리였다. 그러다 차차 야금술이 발달하게 되자, 구리보다 훨씬 단단하고 채굴이나 제련이 어려웠던 금속들을 쉽게 가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동안은 그 모든 것들을 그냥 金이라 불렀다. 그것은 《說文》이 밝힌 바와 온전히 일치한다. 주 4)
춘추시대에 중국은 철기시대에 접어들고 한대에 그 절정기에 이른다. 다양한 금속들이 그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각각의 성질에 맞는 각양각색의 도구들이 만들어 지고 상용화된다. 그리고, 그 상용화는 그 각각의 금속들에게 전용의 이름을 꿰차게 만든다. 백금에는 银(은 은), 청금에는 铅(납 연), 적금에는 铜(구리 동), 흑금에는 鐵(쇠 철)....! 황금에는?
“황금은 그 귀하기가 달리 감당할 것이 없으니, 황제(皇帝)의 색인 黄을 쓴 黄金으로도 가히 족하다. 흔하디 흔한 뭇 쇠들 처럼 따로 이름을 짓는 것은 옳지 않다. ”
이로써, 다른 쇠들은 다 자기 이름을 가져 더 이상 금이라 하지 않는데, 황금만 금을 쓰게 되니, 자연스럽게 금으로 황금을 뜻하게 된다.
금이 구리였다가 황금이 된 내력이 이상과 같다. 물론, 상상이다. 哈哈。
사족, 올림픽 국가별 순위는 메달 획득이 기준이다. 그 방식에는 '금메달순'과 '합계순', 두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순'으로 공표해 왔던 것 같은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 대해서는 '합계순'을 병행해서 보여 주었다.
소시 적에, 다른 나라들은 '합계순'이라는 것을 알고, '그래, 그 방식이 맞지 않나? 그게 올림픽 정신에 보다 맞는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쿠베르탱 남작이 제창한 올림픽 슬로건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였다. 대담하게 경쟁하고 끊임없이 진취하기를 창도하는 멋진 말이다. 그런데, 이 슬로건은 정확히 '금메달순'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쟁과 승리의 가치가 앞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림픽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말이, 패배자를 위한 위로와 관용처럼 들릴 수 밖에 없었다.
2021년 도쿄에서 열린 제32차 하계 올림픽은, 익숙했던 기존의 슬로건에 '다 함께(Together)'를 추가했다.-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 궁금하다 - 인류가 직면한 여러가지 심각한 도전들 앞에서, 공전(共战), 공생(共生) 그리고 공존(共存)으로 대응하자는 뜻이다.
팬데믹 중에 치러진 대회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경쟁과 전진만으로는 이 세상을 더 이상 생존시켜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한 아주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더 많은 승자를 만드는 게임! 즉, '합계식'은 새로운 슬로건, ‘다 함께(Together)’에 절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金(쇠 금)에는 그런 지혜가 숨어있다. 金은 원래 혼자만 金이 아니었다. 은(银)도 金이고 구리(铜)도 金인 게 金이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대한민국 금메달 수는 무려 총 서른두 개여야 한다. 哈哈。
주) 1. 황금(黄金)이 가장 오래간다(黄為之長)라 한 것은, 여타 색의 금속들과 다르게 아무리 세월에 지나도 녹슬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실제로 금(Gold)은 자연상태에서 녹이 슬지 않는다.
2. 납을 자르면 처음에는 푸른빛이 돈다. 우리가 아는 납색은 공기와 접촉해서 변색된 것이다.
3. 야금(冶金)은,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고 그것을 달구거나 녹여서 각종의 도구를 만드는 과정을 가리킨다. 冶(풀무/용광로 야)은 쇳조각(冫(=吕))을 용광로에 넣고 풀무질(台)을 하는 장면이다.
4. 순수한 구리(Cu)는 적갈색을 띤다. 그 성질이 물러 가공이 쉽고 다른 재료들과 잘 섞인다. 주석을 섞으면 청동, 아연은 황동, 니켈은 백동이 된다. 구리(Cu)는 수만 년의 기나긴 석기시대를 마감하도록 인류를 도와 준 정말 고마운 금속이기도 하다.